Action_Archive
by 유광식
와다~닥!
어제가 그랬다. 뭔가 와다닥 안기는 날. 버겁긴 하고 덥고 그런다. 몰아서 구성되는 하루라는 길이. 어제가 그랬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무리 많아도 순서대로 처리하는 스타일이니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니라는 것! 버거운 버거다운 날이 어제였다. (에어컨 고장에 천금 같은 시간을 쓰고 있다.)
by 유광식 | 2019/05/22 15:59 | 2014 日記 | 트랙백 |
0514_19년 6차 기획회의
시간: 오후3:00~6:00
장소: 서교예술실험센터
참가: 김태진, 이섬, 송주영, 유광식

우리의 멀어진 마음거리?!

참여불안과 통지를 몇 차례 했지만 동료작가분들의 지속적인 유인작전에 넘어가 버렸다. 대신 이 날의 이런 분위기 속에서 프로젝트 타이틀이 결정되었다. 원래 예술의 힘은 이런 찰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렇게 지난 시간들의 어려움은 희미해졌다.

<사진: 이섬 작가>

다시 가까워진 거리!! (멀어져 간 사랑아~ㅋ)
by 유광식 | 2019/05/21 10:23 | 2018 모임16시-여기저기 | 트랙백 |
[차례]
서문


1         집 
첫 번째 우리집 | 라디오와 다듬이돌 | 고추농사 | 댄스홀 안방 | 부부다툼 | 꿀 따는 날 | 용식이형 | 우리집 수도국장 | 봉파이프 구부리기 | 양날면도기 | 숫돌 | 아빠표 그네 | 훌쩍 날아 온 빗자루 | 까만 부엌 | 구기자를 아끼던 엄마 | 교과서 옷 입던 날 | 감 우리기 | 도넛 먹던 날 | 고추장 술빵 | 버섯된장찌개 | 고구마 후식 | 식사 | 종합선물세트 | 화장실 | 삽 | 철재 책상 | 굴렁쇠 | TV만화 | 소와 나 | 침입자 | 몸살 | 잘가 누렁아 | 새벽 지도 | 목욕 하던 날 | 명절 | 오토바이 연소통 | 첫 통화 | 전기 먹던 날


2         산대울  
손톱 빠진 날 | 교회 유치원 | 빵의 유혹 | 레고 블럭 | 모내기 | 다리 건설하기 | 터진 저수지 | 번개 맞은 윤희네 아빠 | 농약을 마신 어느 삼촌 | 은하누나 | 엿장수 | 장날 | 당근 수확 | 사과 수확 | 탈곡 | 코뚜레 하던 날 | 돼지 잡는 날 | 개에 물린 날 | 꿩 사냥하기 | 대보름 쥐불놀이


3         겨울봄여름가을
겨울 | 대나무 스케이트 | 썰매 만들기 | 새총 만들기 | 팽이 깎기 | 연날리기 | 칡 캐기 | 올가미 | 개구리 | 산불조심 | 계절 킁킁 | 진달래술 | 여름 | 머루와 살구 | 비 오던 날 | 가재 | 자두(옹애) | 냇가 수영장 | 아이스바 | 채집놀이 | 피리 불기 | 고기잡이 | 나무배 띄우기 | 감나무 타기 | 외로운 단맛 | 으름 | 감따기와 밤줍기 | 구슬치기 | 활활 | 뛰어 내리기


4         춘산국민학교
등하교길 | 군인과 지네 | 1반 친구들 | 짜파게티의 맛 | 장영수 | 상처와 보건소 | 실패한 다이빙 | 삐라 | 겨울 당번 | 졸업식 날 | 줄넘기 수업 | 관사와 여학생 | 경시대회 | 주산학원 | 보이스카웃 | 서울 구경


나가며   
by 유광식 | 2019/05/17 09:05 | 2019 출판「완주소년」 | 트랙백 |
[서문]
감나무가 되어버린 유년, 그 찬란하고 그늘진 가지 끝 어딘가에


감나무를 친구처럼 보듬던 한 소년이 있었다. 나뭇가지를 들고 뛰놀다가 수풀 속에 고이 감춰진 큰 누에를 닮은 으름을 발견하기도 하고, 떨어지는 빗물을 맞으며 알싸한 기분에 빠져들곤 했다. 산하의 사계절은 소년에게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성과 시각을 심어주었다. 우연히 새겨진 감각들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소년의 고향 완주의 깊고도 푸른 풍경이 펼쳐진다. 소년은 연도 만들고 눈썰매도 타고 새총도 쏘면서 몸의 감각에 기민해지며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기도 했다. 아빠의 연장도 만져보고 엄마의 호박부침개를 먹으며 동네 아이들과 함께 걸어서 등하교를 하는 작은 산골학교의 생활 속에 즐거움과 창피함도 느낀다.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에는 생명력을 지닌 완주의 원초적인 자연이 펼쳐져있다. 소년을 비롯한 마을 마을사람들도 자연을 닮아 원초적인 건강함과 흥을 지니고 있다. 아이들의 순진무구함과 대담함은 날것 그대로의 총천연색을 닮아있다. 드넓은 자연 속에 소박하게 놓인 집들과 생활도구들은 단출해 보이지만 소년에게 수많은 상상력과 가능성을 불러일으킨다. 이 모든 것들로 소년의 세계는 풍요롭다. 하지만 충만한 일상 그 뒤의 결핍과 고독 또한 소년의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고요한 자연 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 속에 파르르 떠는 소년의 깊은 눈망울이 보인다. 소년은 자연 속에서 자아에 눈을 뜨게 된다.

완주에서의 충만한 일상이 영원할거라 믿었던 소년은 이토록 유쾌하고 순수하지만, 그 마음속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사람들과 고향의 모습에 대한 무력함도 점점 스며든다. 소년의 유년은 아름답지만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가득하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마들렌을 먹으며 빠져들게 된 회상처럼, 그를 유년으로 이끄는 30년 전의 힘은 비자발적인 기억들이다. 그 기억 속에는 즐거움도, 부끄러움도, 상실과 슬픔도 자리하고 있다. 유년의 터전을 떠나 도시로 편입되면서 소년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게 된다. 그는 도시로 오면서 유년을 잃어버렸다. 유년의 풍성한 자연은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상실의 공간이자 그 터전과 닮은 흔적을 도시에서 찾게 만드는 불멸의 공간이 되었다. 소년이 겪은 상실과 추억은 우리 모두의 유년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각자의 찬란했던 유년기를 생생하게 소환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완주소년’을 통해 한 소년의 이야기가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서사로 밀려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5월,
김주혜
by 유광식 | 2019/05/17 08:59 | 2019 출판「완주소년」 | 트랙백 |
유엔 사무총장, 옛 태평양 핵실험장 '방사능 유출' 우려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jun@yna.co.kr 입력 2019.05.17. 06:12 
AFP통신 "핵폐기물 보관 '에네웨타크 콘크리트돔' 균열"


1980년대 촬영된 에네웨타크(Enewetak) 환초의 콘트리트 돔 구조물 [AFP=연합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태평양상의 방사능 유출 우려를 제기했다고 AFP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거 미국이 태평양 일대에서 실시한 핵실험의 폐기물들이 바다를 오염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 남태평양을 순방 중인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피지를 방문해 "과거 태평양은 희생됐다"면서 "마셜제도 힐다 하이네 대통령과도 만났는데 방사성 물질의 유출 위험을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핵실험 폐기물이 보관된, 에네웨타크(Enewetak) 환초의 콘크리트 돔 구조물을 "일종의 관(棺)"에 비유하면서 "그곳에 들어있는 방사성 물질들이 유출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1900년대 중반 에네웨타크 환초와 비키니섬 등에서 핵실험을 했고, 1970년대 두께 18인치(45.7cm)의 콘크리트 돔으로 실험 지점을 덮었다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이후 수십 년이 지나면서 콘크리트에 균열이 생긴데다, 열대성 폭풍으로 인한 파손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AFP통신은 덧붙였다. 프랑스도 태평양지역에서 핵실험을 시행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마셜제도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이뤄진 실험과 관련해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면서 "보건 측면을 비롯해 여러 분야와 관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https://news.v.daum.net/v/20190517061234600?f=p
by 유광식 | 2019/05/17 08:49 | • News Clip | 트랙백 |
인천유람일기(04) 구월동 예술로
낮밤이 뜨거운 감자밭



구월동 씨티빌딩, 2016ⓒ유광식

1985년, 인천시청은 현재의 중구청 자리에서 남동구 구월동으로 이사를 왔다. 인천시청의 청사 이전으로 구월동은 인천의 문화와 행정, 경제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 지역은 주막거리에 대한 설(오닭이)이 전해내려 온다. 아니나 다를까? 지나가는 행인에게 잠시 쉬어 가라는 듯 길고 긴 중앙공원이 걸음마다 이어진다. 예술로를 따라서는 굵직굵직한 명패가 즐비하다. 인천시청을 비롯해 시교육청, 중앙도서관, 인천CGV, 홈+, 씨티빌딩, 지방경찰청, 인천문화예술회관, 뉴코아아울렛, 롯데백화점, 로데오거리, 종합버스터미널, 농산물도매시장 등 육중한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눈높이를 높여 북에서 남으로 이동해 보았다.

남인천여중 앞 십자횡단보도와 신호등, 2017ⓒ유광식

인천 녹지축 보전을 위해 중앙공원이 자리하지만 절편을 잘라 놓은 듯 도로로 인해 공원이 이어지지 못하고 군데군데 끊어져 있다. 보행로 연속을 위한 장치를 구현한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예술회관역 옆에는 지난 한국경제 부흥의 단초라 할 수 있는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하는 장소가 있다. 산책 중에 우연히 길 옆 화단 내의 기념 표지석 하나를 발견했다. 인천시한약협회에서 올림픽을 앞두고 식목일에 기념수를 심은 모양인데, 나무는 밑동이 잘리고 썩어가는 흔적만 내비치고 있었다. 광장엔 당시 공책에 열심히 따라 그렸던 호돌이가 그 때 그 미소로 서 있다. 그런데 호랑이의 가죽이 청동재료의 어두운 색조라 그런지 까맣게 타들어간 마음을 대신하는 듯이 비쳐진다. 호돌이 친구였던가? 동상 앞은 비둘기들의 아지트인지 많은 비둘기 친구들이 한가롭게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88서울올림픽 기념지구 내 기념동상 뒷쪽에서, 2019ⓒ유광식

중앙공원 중앙엔 인천문화예술회관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도 정말 무거워 보이는 화강암으로 외벽을 마감한 문화예술회관. 여전히 공연과 전시가 많이 열리며, 시립문화예술단체가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건물 앞은 때마침 녹색나눔장터가 열리고 있었다. 2년 전 124번 비표를 받아 소소한 물건을 판 적이 있는데 해가 갈수록 그 열기가 더해지는 느낌이다. 물건은 어린이 장난감과 의류가 투톱을 달린다. 회관의 이름은 원래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이었다. ‘종합’이라는 음절을 빼고 개칭했는데 달라진 판세를 반영한 것일 테다. '종합‘은 인천종합버스터미널이 지키게 되었다. 재미로 비유하건대 종합비타민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저마다 체질이 있고 자신의 체질에서 미흡한 비타민을 보충하는 것이 좋은 효과를 보게 한다. 구월동은 인천의 문화, 행정, 경제의 종합명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너무 한 곳에 집중된 모양새가 부담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인천문화재단 또한 처음 구월동 셋방살이 시절이 있었다. 이후 중구로 옮겨가서는 집을 지었다. 몸에 맞는 비타민을 잘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천문화예술회관 앞 5월 녹색나눔장터에 나온 시민들, 2019ⓒ유광식

로데오거리는 소비문화의 집약소이다. 젊은 사람들이 많고 대형서점(만남의 장소)도 3곳이나 있다. 말마따나 무엇이든 다 위치해 있다. 길은 좁은데 언덕이 있고 사람도 많으니 복잡함은 애교로 봐줘야 한다. 원래 신세계백화점이 위치한 쇼핑 건물을 롯데가 인수하면서 올해부터는 롯데의 월드가 열리게 되었다. 인천문화예술회관 옆 구)롯데백화점 건물은 최근 매각이 성사되어 어떻게 변모할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예술회관역 위에는 퍼런 유리창문의 씨티빌딩이 자리한다. 나는 늘 우유곽 같은 그 건물의 모양새가 재미났는데 중앙공원 양옆의 구월동 구역의 시끌벅적한 벼락 맞음을 흡수해줄 피뢰침이 되어 줄 거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구월동 로데오거리 광장에 있는 횃불조형물, 2018ⓒ유광식

바람 부는 구월동 로데오거리, 2016ⓒ유광식

해 저물가는 구월동(터미널사거리에서 농산물사거리 방향), 2018ⓒ유광식

구월동 시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묵직하게 움직이는 흐름을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는 조각 작품들이 말해 주는 것도 같다. 주막거리 이야기에 나오는 ‘오닭이’에서의 맹孟장군은 서울로 오가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노린 사기꾼이었다. 다행히 마지막에 가서는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반성한다. 구월동이 지금 딱 그런 곳이 된 건 아닌가 싶다. 복잡함 속에 나도 모르게 사기를 당하진 않을까 걱정이 생기는 장소이기도 하니 각자 조심할 노릇이다. 오죽했으면 ‘어르신소비생활 지킴이’까지 발족하는 시대가 되었을까 싶다. 신세계백화점은 사라졌지만 디지털신세계에서 소외되어 허우적거리기 쉬우니 유의할 두통이다.

구)롯데백화점(최근 매각 마감시한에 앞서 팔렸다는 소식), 2019ⓒ유광식

2019년, 신세계백화점을 떠나보내고 새 주인이 된 롯데백화점, 2019ⓒ유광식

구)신세계백화점 외부 조형물, 2016ⓒ김주혜

구월동 감자밭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주차가 어렵다면 열 내지 말고 헤매지 말고 문화예술회관주차장으로 가기를 강추한다. 
by 유광식 | 2019/05/14 22:04 | • ARTicle | 트랙백 |
햄버거 던지고... 무인주문기계 '키오스크'가 펼친 지옥도
등록 2019.05.14 08:12 수정 2019.05.14 11:33
박정훈(parti)님은 배달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입니다.[편집자말]


▲ 2016년 10월 28일 서울 마포구 맥도날드 상암DMC점 오픈 행사에서 조주연 사장이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디지털키오스크를 시연하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아저씨 이거 안 돼요. 여기서 주문할게요."
 
손님은 연신 스크린을 터치하는 시늉을 하며 손가락을 앞뒤로 흔들었다. 집게손가락엔 짜증이 묻어있었다. 디지털 키오스크(무인주문기계)가 안 되자 방황하던 손님이 나를 콕 찍어버린 것이다.

최근 매장 입구 쪽에 있는 키오스크가 되지 않아 카운터를 찾는 분들이 많다. 한 명이 카운터에 서기 시작하면, 기계와 씨름하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던 이들도 카운터로 줄을 갈아탄다. 이렇게 되기 전까지 상당한 눈치 게임이 벌어지는데, 박지성급의 멀티플레이를 하는 직원들은 배달주문과 키오스크에서 들어오는 주문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없기 때문에 손님들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때가 많다.

기계와의 싸움에 패배해 주눅 든 손님은 불안한 눈빛으로 직원들을 찾는다. 나는 주로 카운터 뒤편 MDS(맥도날드 딜리버리 서비스)존에서 배달 업무를 하고 있어, 정신없이 바쁜 직원과 직원들을 애타게 찾는 손님을 둘 다 지켜볼 수 있다.

방심하다 손님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낭패다. 디지털세계에서 낙오한 손님을 구제할 임무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조심스럽게, 혹은 미안한 맘으로 '여기서 주문해도 돼요?'라고 묻지만, 신경질을 내는 사람도 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긴다'라는 속담은 '기계에 뺨 맞고 사람한테 눈 흘긴다'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디지털 소외와 갑질

눈만 흘기면 다행이다. 종종 큰 싸움이 벌어지는데 주로 스크린 화면에 뜨는 주문번호를 확인하고 가져가야 하는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다. 하루는 '저기 구석에 있을 테니깐 나오면 가져다줘'라고 하는 손님이 있었다. 이럴 땐 '손님, 손님~!' 황급히 불러야 한다. 주문번호를 확인하지 않은 손님 때문에 이번엔 직원이 목이 터져라 '503번 손님, 주문번호 확인해주세요!'라고 외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조심해야 할 게, 늦게 등장한 손님이 왜 이리 기분 나쁘게 부르냐고 항의할 수 있다. 모 매장에서는 햄버거 주문번호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가 자신의 햄버거가 나오지 않아 항의했는데, 직원의 태도가 맘에 안 들어 햄버거를 던지는 사건도 벌어졌다. '러다이트 운동'(1800년대 영국 공업지대에서 일어났던 기계 파괴운동-편집자말)은 노동자가 아니라, 디지털에서 소외된 손님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러다이트 운동에 대한 오해를 막기 위해 덧붙이자면, 러다이트 운동은 기계를 파괴하는 우매한 운동이 아니라, 인간을 기계보다 못한 존재로 대하는 인간에 대한 저항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영국노동계급의 형성을 보라).

물론 목표가 기계가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서비스 노동자라는 점이 문제이긴 하다. 노동자들은 디지털에서 소외된 이들이 배출하는 감정의 쓰레기들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매장에 디지털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쉽지만, 손님들을 하루아침에 디지털로 바꿀 수는 없다. 이에 대한 갈등 비용을 저임금 노동자들이 부담하고 있다.

이것은 손님의 노동이 늘어난 것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기도 하다. 자기 등 뒤에 길게 늘어선 다른 손님들을 의식하며 빠르게 스크린을 터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문번호를 끊임없이 확인한 다음 직접 들고 와서 먹고 치워야 한다. 기계의 등장과 무인시스템으로 노동이 줄어든 게 아니라 손님의 노동이 늘어나고 있다.
 
무인시스템이 만든 새로운 업무들

물론, 노동자들의 업무도 줄지 않았다. 위에서 설명한 보이지 않는 눈치 게임과 화가 난 손님들의 화풀이는 물론이고, 종종 고장 나는 키오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키오스크가 완벽하게 손님들의 주문을 대체하지 못하기 때문에 키오스크의 주문과 카운터 주문이 동시에 들어오는 주말 점심시간에는 정말 아비규환이다. 배달과 드라이브스루까지 같이 있는 매장이라면 거기가 바로 지옥이다.

특히, 매장 밖의 무인주문인 앱 배달주문이 늘어나면서 전쟁터의 총알처럼 배달들이 쏟아진다.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지금까지 전용 앱과 콜센터를 통해 배달주문을 받았다. 최근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등 주문중개 프로그램을 통해 배달이 가능해졌고 우버이츠 주문도 가능해졌다. 그래서 '배달의 민족, 주문~!'과 '요기요 주문, 요기요오~!'의 귀엽고 신나는(?) 소리와 맥도날드의 주문이었던 '빠바밤, 빠빠빠암~', 우버이츠의 '띵~ 띵~' 소리가 난무한다.

그 와중에 매장에 전화해서 배달시키려는 아날로그 손님까지 겹치면 전화에 대고 '전화 주문은 1600-××××입니다'라는 영혼을 느낄 수 없는 기계음이 사람의 입에서 튀어나오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무인화를 명분으로 사람까지 줄이니 노동강도는 더 늘어나고 있다.

누군가 기계가 10년 안에 사람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고 용감하게 주장한다면, 기계 뒤치다꺼리하는 노동은 오히려 늘고 있고, 언제 올지 모르는 10년보다 오늘 하루가 중요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게다가 사람값이 기곗값보다 싸다면 10년은 20년이 될지 30년이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서비스노동자 대부분은 최저임금 노동자들이다.
 
기술변화 비용을 노인혐오와 감정노동에만 맡길 것인가?

패스트푸드점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점심을 먹으러 무인주문 음식점에 들어가서 밥을 먹고 있는데 일군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들어왔다.
 
"에휴, 우리는 이런 거 할 줄 모르는디~."
 
익숙한 듯 알바노동자가 다가와서 노인분들이 드시고 싶은 메뉴들을 일일이 찍었다. '제일 맛있는 게 뭐야?', '여긴 뭐 들어가'라고 물을 때마다 터치도 끊겼다. 알바의 얼굴이 점점 상기되고 붉어졌다. 위에서 이야기한 손님들도 대부분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일하다 보면 없던 노인혐오도 생길 판이다.

그동안의 기술발전 담론은 주로 일자리 문제에 한정해 논의됐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디지털 약자에 대한 혐오와, 곧 사라질 쓸모없는 일자리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디지털 약자들의 짜증과 불만이라는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서비스노동자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기술발전을 통해 이익을 얻는 자들이 아니다. 이제 우리 사회 전체가 노인과 노동자들을 비롯해, 기술발전에 따른 소외계층을 위한 디지털 안전망, 디지털복지시스템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기술발전의 목표가 '사람'이라면, 혁신을 위해 투자되어야 할 곳은 연구 개발 분야뿐만은 아닐 것이다.
by 유광식 | 2019/05/14 13:18 | • News Clip | 트랙백 |
0509_1차 오리엔테이션
* 2019년 5월 9일(목) 오후 3시~4시
* 복합문화공간 누에 커뮤니티실

누에 커뮤니티실 (by유광식)

* 내용: 풍세IC에서 차량추돌사고 처리건으로 30분 일찍 도착할 수도 있을 자리를 10분 늦게 도착했다. 완주의 작가분들 인상을 바람 만나듯 스치고 사업진행사항을 전해 들었다. 눈 앞에 딸기색이 예버서 3개를 먹고 거친 숨을 진정시켰다. 군단위라 그런지 e나라도움시스템을 통한 정산은 하지 않아도 된다. 챙길 서류는 좀 더 많은 것도 같지만 내겐 정말 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느 재단 사업분위기와는 다르게 송은정 사무국장님이 지원자 입장을 대신해 정산시 불편사항을 적극 주장해 주었다. 백마디 말보다 한가지 예가 좋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인천으로 올라와야 했지만 완주의 품이 따뜻하다는 것은 예상했던대로 빗나가지 않았다. 정성껏 감을 우리듯 사업명인 출판사업 '완주소년'을 시작해 보련다. 여러 분들의 도움을 기대한다. ^^

누에 커뮤니티실에서 (by예술지원팀)

왼쪽뺨에 볕을 머금고서 다함께~ (by예술지원팀)
by 유광식 | 2019/05/12 10:58 | 2019 출판「완주소년」 | 트랙백 |
[단독]“BTS 소속사, 포콩 사진서 영감 받은 사실 인정 안 한다면 그땐…”
경향신문 청두|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입력 : 2019.05.09 06:00 수정 : 2019.05.09 06:05 


쓰촨성 청두현대영상미술관에 마련된 베르나르 포콩 영구전시관 입구에 <여름방학> 연작 ‘향연’이 걸려 있다. / 김창길 기자

지난달 27일 중국 쓰촨성에 청두현대영상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사진을 전문으로 한 미술관으로 현대사진예술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미술관에는 ‘연출 사진(Staged Photo)의 선구자’로 불리는 프랑스 사진작가 베르나르 포콩(68)의 영구전시관이 따로 마련됐다. 포콩은 1970년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찍는 ‘스트레이트’ 사진의 전통을 뒤엎고 작가의 세계관을 구성해 찍는 ‘연출 사진’ 개념을 도입해 현대사진의 포문을 연 작가로 유명하다. 

한국에선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와 화보집의 이미지가 ‘자신의 사진에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는 편지를 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전달하며 대중에게 알려졌다. 소속사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이에 포콩은 “법적인 문제를 거론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다만 나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밝혀 달라”는 편지를 한국 에이전시를 통해 여러차례 전달한 바 있다. (자세한 내용은 경향신문 <김창길의 사진공책> 참고, http://h2.khan.co.kr/201903071604011).

미술관 개관 전날 청두에서 사진작가와 만났다. 

자신의 초상사진을 찍기 좋아하지 않는 베르나르 포콩의 모습을 사진가 종 웨이싱(Zhong Weixing)이 사진 찍어 미술관에 전시해 놓았다. 왼쪽은 얼굴을 가리고 있는 포콩의 조각상. / 김창길 기자

“BTS 소속사가 당신이 보낸 편지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편지 말고 또 다른 방식의 의사표명을 계획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포콩은 간단히 대답했다. 포콩은 “나는 나의 의견을 충분히 표명했다. 이제는 BTS 소속사가 답변을 할 차례다. 내가 당신을 만난 것은 나의 또 다른 입장을 내놓기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내일 개관하는 미술관에서 나의 작품들을 직접 감상하고 판단해보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 ‘리’가 베르나르 포콩의 <여름방학> 연작 사진들을 살펴보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예술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듯 포콩은 BTS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작품세계를 잘 알고 있는 프랑스 작가 아르튀르 드레퓌스를 소개했다. 한때 한국에 체류했던 드레퓌스는 2017년 한국의 청년 문화를 미국에 소개하는 책을 쓴 작가이다. 드레퓌스는 중국 전시에 맞춰 공개한 베르나르 포콩의 삶과 철학을 담은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참여했다. 드레퓌스는 BTS 화보집 <화양연화>를 포콩에게 건네준 이다. 이날 만난 드레퓌스는 당시 “포콩이 BTS 화보집을 보고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재밌다’고 말하며 웃더라”고 말했다. 

포콩이 창조해낸 유년의 이미지들은 다양한 분야에 영감을 주었다. 청두현대미술관 소개 책자에는 포콩이 “사진 분야는 물론 전위 예술가, 소설가, 감독, 패션 디자이너, 정신분석학자, 그리고 K-Pop”에 영향을 끼쳤다고 적혀 있다. 사진 비평의 고전 <밝은 방>을 쓴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포콩의 사진이 “매혹이라는 존재 그 자체”라고 편지를 보냈다. 중국 아방가르드 미술가 쩡판즈의 가면 시리즈도 포콩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 일본에서 포콩의 대중적 인지도는 높다. 포콩의 마네킹 사진연작 <여름방학>을 흉내내 마네킹을 이용한 시트콤 ‘푸콩 가족(Fuccon Family)’이 TV를 통해 방영돼기도 했다. 미국의 샌디 스코글런드, 네덜란드의 어윈 울라프 등 세계적인 사진작가들도 포콩의 작품세계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드레퓌스는 “BTS는 단순히 노래만 하는 그룹이 아니다. 이미지와 음악이 섞여 있는 뮤지션들이다. 그리고 BTS의 이미지는 포콩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사진 한 장이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과 콘셉트를 활용했다”고 주장하면서 “BTS측은 포콩에게 고맙다고 해야하는데 대답이 없다.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포콩이 돈을 원한다고. 포콩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드레퓌스는 ‘포콩의 작품이 BTS 화보집 등에 영감을 주었다’는 주장과 관련해 “화보집 <화양연화>에 등장하는 멤버들의 의상을 보자. 그것은 한국의 청소년들이 입던 의상들이 아니다. 1930년대에 유행했던 유럽, 특히 프랑스 스타일이다. 포콩은 그런 옷들을 입은 마네킹들을 촬영해 <여름방학> 연작을 사진에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BTS 소속사는 이와관련 흔한 아이디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드레퓌스가 대답했다.. 

“(BTS 소속사가)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때 비로소 ‘표절(plagiarism)’이 되는 것이다.” 

대학생 자원봉사자 ‘리’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BTS의 ‘피, 땀, 눈물’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과 포콩의 ‘향연’ 사진을 비교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다음날 찾은 청두현대영상미술관에는 포콩 이외에 까르띠에 브레송과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전시관도 있었다. 이날 만난 장뤽 몬테로소 미술관장은 이 세 작가에 대해 “시대를 대표하는 엄선된 작가들이다. 까르띠에 브레송은 정통 사진, 세바스치앙 살가두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대표한다. 그리고 베르나르 포콩은 현대사진의 거장으로 손꼽힌다”며 영구전시관의 의미를 설명했다.

베르나르 포콩 전시관 입구에는 1977년부터 제작된 <여름방학> 연작의 하나인 ‘향연’이 큰 크기로 걸려 있었다. BTS 뮤직비디오 ‘피, 땀, 눈물’의 한 장면과 유사하다고 한국에 가장 많이 알려진 사진이다. 전시 안내를 위해 동행한 대학생 자원봉사자 리(Li)가 BTS의 열렬한 팬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사진을 본 소감을 물었다. 

“깜짝 놀랐다. 초록색 음료를 마시고 있는 사진을 어디에선가 보았던 것 같다고 느꼈는데, 그 옆에 ‘피, 땀, 눈물’과 너무 비슷한 장면의 사진도(‘향연’) 걸려 있었다. 테이블 뒤에 나무가 있는 것도 똑같고, 하늘 색깔만 달랐다. 이 두 사진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들은 분위기가 비슷한 것 같다.”

잠시 말을 멈췄던 자원봉사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방탄소년단은 실의에 빠져 우울했던 나에게 희망을 준 뮤지션들이다. 하지만 포콩의 사진을 본 순간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나는 결코 BTS 멤버들 스스로가 포콩 사진과 비슷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3년 동안 나는 BTS 멤버 7명의 모든 것들을 지켜봐왔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다. 다만, 소속사의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BTS는 계속 잘 될 것이다. 예술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BTS를 계속 응원할 것이다.”

청두현대미술관 베르나르 포콩 전시관에 재현해 만늘어 놓은 포콩의 작업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전시관에는 <여름방학>과 <사랑의 방> 연작 등 BTS 이미지에 영감을 주었다는 사진 대부분이 걸려 있었다. 입구 오른편에는 사진작가의 작업실이 재현돼 있었다. 작업실 창문을 통해 들여다본 둥근 테이블 위에 놓여진 유리잔에는 초록색 음료가 담겨 있고 오른 편에는 작가의 전신 사진이 세워져 있다. 일부 사진작가의 기벽처럼 포콩도 사진 찍히기를 싫어했다. 기념사진을 찍자는 관람객의 요청을 거절하기 미안한지 포콩은 미리 준비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진 찍었다. 관람을 마치고 전시관을 나서는 기자에게 장뤽 몬테로소 미술관장이 말했다.

“베르나르 포콩과 방탄소년단이 만난다면 매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상상해 보자. 베르나르 포콩이 방탄소년단의 사진 찍는 모습을. 멋있는 장면이 펼쳐질 것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5090600001&code=960100&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row2_thumb&C#csidxeee8e89643fe1ca80a9b58a087dc6b8 
by 유광식 | 2019/05/09 08:29 | • News Clip | 트랙백 |
[시사IN] 노트르담 성당, 5년 안에 복원될까
노트르담 대성당의 복원 방향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1844년 보수할 당시 만든 750t의 첨탑과 참나무 소재 지붕을 놓고 말이 많다. 4월17일 현재 성당 복원 성금은 1조원을 넘어섰다.

시사IN 파리·이유경 통신원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4월 30일 화요일 제606호


 ‘신의 은총으로’ 프랑스가 분노했다
 프랑스는 마크롱 믿지 않는다
 프랑스를 뒤흔든 노란 조끼 시위대
 가난을 짊어진 아이들 이야기

4월17일 수요일 오후 6시50분(현지 시각), 프랑스 전역의 성당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틀 전 같은 시각 첨탑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올랐던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애도하는 의미였다. 

중세 시대에 지어져 프랑스 가톨릭을 대표했던 노트르담 대성당은 매년 관광객 1400만명이 찾는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대성당은 최근 1억5000만 유로(약 1926억원)를 들인 보수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첨탑 주위에 설치된 비계(飛階)에서 화재가 났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예상 발화 시간은 노동자들이 이미 철수한 뒤였다. 레미 하이츠 파리 검사장은 4월16일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을 알 수 없으나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답했다.

현장에 소방관 400명이 동원돼 불길을 잡았다. 경찰 2명과 소방관 1명이 경상을 입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 살수하는 로봇과 상공에서 화재 진행 상황을 파악할 드론도 동원됐다. 얼마 전 보수 작업을 위해 회수한 조각상 16개와 가시면류관 등 중요 유물들은 파리 시청으로 옮겨져 훼손을 면했다. 

ⓒEPA. 4월15일 파리 4구역 거리에서 불타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파리 시민들.

불이 붙은 지 한 시간여 뒤 대성당의 상징이던 높이 93m의 첨탑이 무너지는 장면은 화재와 진화 과정을 지켜보던 프랑스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현지 언론은 성당 앞에서 허망하게 눈물을 흘리는 프랑스 국민들의 모습을 보도했다.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불문학을 공부하는 사라 씨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테러인 줄 알고 두려웠다. 문학 공부를 하면서 빅토르 위고를 통해 애착을 가졌던 성당이 무너져 내 몸 일부가 다친 것 같은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파리 디드로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아미나타 씨는 “종교는 없지만 노트르담 대성당은 문화적·건축적 의미가 큰 곳이다. 화재는 충격이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대성당 화재는 종교계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었다. 프랑스 문화유산 대통령 특사이자 문화유산 보존 사업의 주요 인물인 스테판 베른은 4월15일 프랑스2 채널과 인터뷰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그는 “대성당은 프랑스의 이미지이자 상징이다. 노트르담이 불타는 모습을 보는 건 프랑스인들에게 견딜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영화 <노트르담의 꼽추>에서 주인공 에스메랄다를 연기했던 배우 지나 롤로브리지다도 프랑스3 채널과 인터뷰하면서 “노트르담의 재앙을 봤을 때 눈에 눈물이 고였다”라고 말했다.

ⓒXinhua. 4월15일 발생한 대형 화재로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이 무너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5년 내 복원 선언했지만

1163년 착공한 노트르담 대성당은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1302년 최초의 삼부회(귀족·승려·평민으로 구성된 신분제 의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1594년 앙리 4세가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혼인식을 치른 장소이기도 하다. 1804년에는 나폴레옹이 대관식을 했다. 1970년 샤를 드골 장군, 소설가 프랑수아 모리아크,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여기서 치렀다. 나치 점령기에 울리지 않던 종탑의 종이 1944년 파리 해방의 날에야 울려 해방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1831년 <파리의 노트르담>을 통해 대성당을 알리고 1844년 보수 공사를 이끌어내는 데 큰 기여를 했던 대문호 빅토르 위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번 화재로 인해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은 순식간에 아마존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설에는 등장인물 카지모도가 성당에 불을 지르는 장면이 있어서 현지 누리꾼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출판사 리브르 드 포슈(Livre de Poche)의 대표는 4월17일 소설 한 부당 1유로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성당 재건축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복원 방향을 둘러싸고 논란이 인다. 1844년 보수 당시 만든 750t의 첨탑을 그대로 복원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1460년 장 푸케의 그림 ‘신도들을 보호하는 신의 손길’ 속 노트르담 대성당에도 첨탑은 있다. 그러나 1844년 보수 공사를 총괄한 외젠 비올레르뒤크는 첨탑을 기존 형태로 복원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만드는 게 목표였다. 참나무 수백 그루로 만들어져 ‘숲’이라는 별명을 얻은 성당 지붕 역시 논란거리다. 프랑스 숲 소유주들의 단체인 프랑실바(Fransylva)는 성당 재건축을 위해 각각 참나무 한 그루씩 기부할 것을 제안했으며, 농업 상호 보험회사인 그루파마(Groupama)는 1300그루의 참나무를 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4월17일 건축가 미셸 빌모트는 공영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노트르담을 만들어내더라도 오늘날의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무거운 재료인 납을 쓸 의무도, 참나무를 다시 쓸 의무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화재 다음 날인 4월16일 대국민 담화에서 “5년 안에 노트르담 보수 공사를 마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1차 세계대전 때 파손된 프랑스 북동부의 랭스 성당은 보수 공사에 45년이 걸렸다. 재건에 드는 비용 마련 역시 주된 화두다. 프랑스 조폐국인 ‘모네드파리’는 노트르담 기념주화를 재판매할 예정이다. 프랑스2 채널은 기금 조성 방송을 편성했다. 문화재 재단의 인터넷 모금에는 500만 유로(약 64억원)가 모였다. 명품 기업의 ‘큰손’들도 복원 비용을 쾌척했다. 구찌·생로랑 등을 보유한 케링 그룹의 앙리 피노 회장은 1억 유로(약 1284억원), 루이비통·펜디 등을 거느린 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2억 유로(약 2568억원)를 기부했다. 파리 시청도 5000만 유로(약 640억원)의 기금을 냈다. 4월17일 기준 노트르담 성당 복원 성금은 8억5000만 유로(약 1조915억원)에 달했다. 프랑스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의 의미를 짐작하게 하는 액수다. 

by 유광식 | 2019/05/06 12:55 | • News Clip | 트랙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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