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on_Archive
by 유광식
모임16시 현장프레젠테이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임 16시는 동시대를 사는 현대미술 작가들이 우리가 놓인 문화 환경을 되짚어 보고자 결성되었습니다. 주로 각 작가들의 창작 과정과 활동에 대해 능동적으로 소개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인 자발적 프레젠테이션 프로젝트를 다년간 진행해 왔습니다. 




작가는 자유의지에 의한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항시 변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므로, 작가의 창작 활동에 대한 주체적 소개는 전시 또는 프레젠테이션이란 형식에서 항시 현재 진행형이란 가정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따라서 고정될 수 없다는 것은 작가자신이 놓인 위상과 관점에 대해 재설정해야 하는 운명이며, 그렇기에 지금 여기에 꺼내 보인다는 것은 과거의 것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능동적으로 편집하여 재구성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항상 활성 되어 갱신하는. 그 자체로 창작 프로세스인 것입니다. 또한 여기엔 단순히 일방적 제시가 아닌 주장과 개입의 상호비평 원칙이 작동되는 공동프로세스적인 성격으로 드러납니다.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협업이며, 작품 자체는 커뮤니티의 매체이고 영향을 주고받는 수단인 것입니다. 

지금까지 작가의 프레젠테이션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임의로 제공된 장소에서 이루어져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참여자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또는 창작에 내재한 환경으로서의 장소를 제안하고, 그 장소에서 작업 프레젠테이션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작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여 폭넓은 창작의 스펙트럼을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는 제각각인 작업 프로세스를 심도 있게 접근하는 것에 더해 참여자 스스로 일인 디렉터로서의 역량을 확장하고자 하는 능동적 시도입니다. 특히, 작금의 세계적인 재난 상황 속에서 창작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작가는 자신의 위치와 위상에 대해 재고해 봐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좀 더 적극적인 활동 방식으로서 이번 프로젝트를 제안하고자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석을 바랍니다.
by 유광식 | 2021/06/18 10:58 | • Notice | 트랙백 |
인천유람일기(57) 푸르른 나날의 분수 쇼, 숭의로터리에서
푸르른 나날의 분수 쇼, 숭의로터리에서



숭의로터리, 2016ⓒ유광식

부모님에 이어 주변 인물들도 잔여 백신을 접종했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접종 부작용도 간혹 있다고 하나, 주변 방역이 점차 강화되고 있어 한국의 놀라운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멈출 것도 같았던 세상은 계속 돌고 도는 듯하다. 미추홀구청이 새롭게 청사를 짓는다고 한다. 구청 용지는 옛 여우실(경주김씨 종가 터) 및 경인교대 자리이기도 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불어난 살림을 꾸리기엔 역부족인 공간의 탓으로 신축을 추진하는 것일 터이다. 미추홀구에는 높은 주상복합 건물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최근 7~80년대 지은 건물의 사용 가능 연한이 한꺼번에 도래했는지 철거 작업이 비일비재하다. 이제 산책의 한 풍경이 되어 버린 철거의 삭막함은 일상 같은 도시 자연이 된 느낌이다. 

플라타너스 옆 해바라기(곧 노란색이 덧대어질 것이다), 2021ⓒ김주혜

얼마 전 광주 철거 현장 사고를 접하며 매우 아찔한 마음이 들었다. 다름이 아니라 나의 거주지 바로 옆에서도 구 아파트 8개 동의 철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발 뉴스가 나오고 3일 정도는 공사가 멈추긴 했다. 이후 신호수 2명이 배치되어 무전을 주고받고 없던 안전철거 현수막도 걸렸다. 킹크랩 집게발 하나를 장착한 포클레인이 건물을 부술 적에는 집이 조금 흔들거린다. 느닷없는 흔들림에 식은땀이 흐르곤 한다. 다른 자치구도 마찬가지겠지만 주요 길목은 뜨겁게 변화 중이다. 미추홀구의 숭의로터리를 돌고 돌았다. 

‘로터리’라는 이름도 이제 흔하진 않다. 그래서 더 애틋하다. 숭의로터리에는 커다란 분수대가 있다. 30도가 웃도는 낮에 때마침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식사하고 나온 1시간 후에는 멈추어 있었다. 오래도록 틀어놓지 않는 이유는 뭘까? 물 절약? 로터리는 6개의 길이 있어 신호를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잠시간의 경적 연주 공연이 펼쳐진다. 운전은 늘 조심하고 볼 일이다. 주변은 높다란 건물들로, 로터리는 점차 싱크홀처럼 되어가는 것도 같다. 

숭의로터리 중앙의 분수대(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2021ⓒ유광식

숭의공구상가 거리에 자리한 독갑다리 표지석, 2021ⓒ유광식

주변엔 병원 건물도 많고 맞닿은 도원동 체육관과 더불어 오피스텔 및 영세업체, 학교가 사방에 포진되어 있다. 더불어 숭의동의 어두운 시간색인 옐로우 구역도 철거가 대부분 이뤄져 변화가 예상된다. 한편 높은 건물들이 바짝 붙어 있어서인지 날씨 못지않게 후덥지근함이 따라다녔다. 온도가 1도는 더 높은 기분이랄까. 숭의공구상가도 그 명성이 딸그락거리고 덩달아 유흥, 숙박업소들도 축소되어 가는 느낌이다. 휴일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자동차만이 일개미처럼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멀리 숭의공구상가 너머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보면서 얼마 전 췌장암 투병 중 유명을 달리한 전 인천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의 명복을 빌게도 되었다. 경기장 주변을 에워싸며 공사 중인 초고층 아파트의 짙은 회색이 안타까움을 더욱 부추겼다. 

인천숭의구상??(이가 빠진 것처럼 옛 명성이 사라져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2021ⓒ김주혜

숭의공구상가 골목 상가(‘부럭’이라는 글자가 이채롭다), 2021ⓒ김주혜

공구상가의 휴일 풍경, 2021ⓒ김주혜

인천축구전용경기장과 공사 중인 서희건설, 2021ⓒ유광식

옛 옐로하우스 구역(거의 철거가 이뤄졌다), 2021ⓒ유광식

코로나-19로 집안에 계실 수많은 어르신의 아지트인 경로당이 하나둘 개장을 앞두고 있다. 백신 접종이 빠르게 끝나 어르신들이 경로당에서 식사와 프로그램, 휴식을 취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한편 어느 주택 부업공장에서는 몇몇 분들이 미싱 앞에서 옷감을 손질하며 휴일을 보내고 계셨다. 또한, 제법 큰 규모의 로터리 구역이라 그런지 일요일임에도 많은 점포가 닫힌 듯 열려 있었다. 입영열차 떠나던 남부역 부지는 단지로 바뀌었고 바로 옆 숭의역이 볕을 피해 지하로 숨었다.

숭의1동 경로당 마당과 정자(감나무가 뽐을 내고 있다), 2021ⓒ유광식

로터리 동쪽 장안사거리 인근 한 건물(일심동체), 2021ⓒ김주혜

새 괴물이 나올법한 로터리 인근의 호흡에 속이 울렁인다. 삭아진 시간이 많지만, 여전히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옛 명성의 명과 암이 있는 숭의로터리 부근이 발전소 같다는 느낌도 든다. 버겁고 답답한 현실을 단번에 날려버릴 시원한 분수의 맛이 퍼져 오르는 숭의로터리에서 활력을 조금이나마 챙겨볼 만하겠다.   

철거를 앞둔 어느 상가(이제 숭의동은 노란색 이미지를 털고 갈 것이다), 2021ⓒ유광식
by 유광식 | 2021/06/16 10:29 | • ARTicle | 트랙백 |
인천유람일기(56) 새와 인간의 남향집, 학익에코테마파크
새와 인간의 남향집, 학익에코테마파크



학익에코테마파크 입구, 2021ⓒ유광식

올해의 최고 히트상품 자리에는 단연코 백신이 선정될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6개국에는 백신이 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작용을 우려해 꺼리던 접종은 자고 일어났더니 선착순 예약으로 주가가 상승해 버렸다. 바깥 상황이 그렇다고 하면 나의 생활은 어떻게 되어 가는가? 잠시 점검하고 나갈 일이었다. 아니 자주 점검하며 살아야 한다. 늘 추스르지만 잘 안 되어 걱정 방석이 높아진다. 조금 먼 남쪽으로 가 보았다.

공원 내 산책로(수풀에서 새소리 혹은 맹꽁이 울음소리가 줄기차게 들렸다), 2021ⓒ김주혜

학익에코테마파크 중앙 산책로, 2021ⓒ김주혜

낙섬사거리를 지나 아래쪽에는 갯골유수지가 자리한다. 그 옆에 남항근린공원(중구 신흥동)이 있다. 그런데 이 이름보다는 ‘학익에코테마파크’라고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가만히 보면 미추홀구일 듯하지만, 엄연히 중구 지역이다. 누가 공원 이름에 뻐꾸기 탁란의 짓을 했을까? 이곳은 접근로가 용이하지 않아서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닌 것 같았다(그래도 도시 인구는 많다). 겉으로 봤을 때는 아무도 없겠지 했지만, 차를 세우고 공원에 들어서니 나무를 중심으로 찾아든 무리가 많았다. 드넓은 공원 평지에는 토끼풀이 천적 없이 쑥쑥 자라고 있었는데, 놀러 온 아이들이야말로 마스크 낀 토끼 같았다. 

공원 광장(토끼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2021ⓒ김주혜

코로나 사태지만 사람들은 공원에서 잠시나마 마스크와 거리 두기를 하며 주말 휴식을 취하고 부모의 백신 접종을 예약 중일지 모를 일이다. 공원에는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의 모습과 함께 반려동물들도 많이 보였다. 함께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는 한가롭고 평온한 주말 오후다. 하늘이 조금 흐렸지만, 기온은 여름 아니랄까봐 꽤 높았다. 공원 옆으로는 갯골유수지가 있다. 유수지 중간에 건너다닐 수 있는 다리가 놓여 있는데, 주변 시민들에게는 일몰의 전망대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시간의 단어를 모아 만든 사연을 바로 옆 경인방송(90.7MHz)에 부치면 어떨까? (바로 옆이니 금방 전파 타겠지) 

갯골유수지 전경(멀리 좌측으로 송도 석산이 보인다), 2021ⓒ유광식

갯골유수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산책로를 찾은 아이들, 2021ⓒ유광식

갯골유수지를 잇는 목조 다리(시공 마감 디테일이 다소 떨어진다), 2021ⓒ유광식

공원은 드넓은 직각삼각형 모양이다. 그 꼭짓점 맨 꼭대기에는 중구문화회관과 중구국민체육센터 건물이 있다. 뭉툭한 네모 모양의 큰 눈을 뜨고 문학산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데, 중구문화회관의 위치가 조금 아리송했다. 이용객 입장으로 보자면 이 험준한 장소감은 무엇일까 할 것이다. 괴물 같았다. 혼자 두면 더 괴이해질 전망인데, 코로나로 이용이 저조한 것이라 위안해 본다. 국민체육센터 앞 야외 축구장에서는 성인과 유소년부가 각각 시합하고 있었다. 

중구국민체육센터와 중구문화회관(괴이한 모양새다), 2021ⓒ유광식

중구국민체육센터 앞 야외 구장에서 축구 시합, 2021ⓒ유광식

황량한 벌판을 걸어도 힐링은 된다. 관찰하면 도시가 보이고 마음이 질서를 꾸린다. 딸아이와 함께 걷는 어떤 가족의 뒷모습이 푸르렀고, 왜 이러는지 의문이 드는 나물 뜯는 아주머니 셋을 지나치기도 했다. 갯벌이 근방에 있고 조류서식지란다. 의아할 새도 없이 대포 같은 카메라를 세워두고 조류를 찍고 계시는 분을 발견했다. 그리고 조류관찰소가 시선의 뒤를 이었다. 이 모든 장면이 공원의 식구들인 셈이다.

공원을 찾은 어느 가족(가족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2021ⓒ김주혜

조류서식지를 알리는 표지판과 촬영하는 한 분, 2021ⓒ유광식

공원 내에 있는 조류관찰소(6월은 맹꽁이 산란시기다), 2021ⓒ유광식

이러쿵저러쿵 세상 돌아가는 생각 하다가 바닥을 보니 조개껍질이 바닥의 조명을 감싸고 있었다. 그 옆으로 감추지 못한 새 발자국도 있었다. 자연이 아니라 비자연적 인공의 작품이었다. 콘크리트 타설 시 박아 둔 것으로, 디테일은 투박했지만 재미나고 중한 경험이었다. 남동유수지에 저어새 서식지가 있듯이 이곳도 조류의 따뜻한 집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인천환경공단 남항사업소 건물은 문이 굳게 닫혀 있어 휑했지만, 조만간 각지에서 몰려든 새(이용객들)들로 채워질 날을 기대하게 했다. 이 모든 생각과 움직임을 소나무 위 새 한 마리가 아닌 척 지켜보고 있었다.     

산책로 바닥에 꾸며진 새 발자국과 식사한 자리, 2021ⓒ유광식

소나무 위에 새 한 마리, 2021ⓒ유광식     
by 유광식 | 2021/06/06 12:28 | • ARTicle | 트랙백 |
엇박자
그럴 적이 있다.
한 동안 안보던 사람들, 인연인지 다시 보게 된다..
옛 지인들이 옛 관계로 접근한다. 
좋든 싫든 관계는 당시 단계에서 성장하지 못했고
시대는 다른 그릇에서 맛을 내고 있어서 
대면 시 관계는 새로 지어야 할 것 같다.
난 초민 감자다.,
감자 터지면 파편이 많다. 
by 유광식 | 2021/06/03 19:09 | 2014 日記 | 트랙백 | 덧글(4) |
인천유람일기(55) 서쪽 구릉에서의 연희, 경명공원
서쪽 구릉에서의 연희, 경명공원



경명공원 2지구에서 1지구를 잇는 산책로(중간에 나무를 살려 두었다), 2021ⓒ유광식

우리 사회는 매일 몸부림 중이다. 불안감 없지 않은 백신의 이득을 따라 자녀들은 부모님의 접종 예약을 돕고 있다. 이 바이러스만큼 자발적 공부를 하게 만든 대상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피의 전쟁도 계속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내전의 양상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사투만큼이나 끔찍하다. 엊그제 원적산 아래를 관통하는 7호선 연장 노선(산곡역, 석남역)이 개통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산에게는 시끄러운 일이겠지만 그동안 어렵게 넘나들던 부평과 서구의 거리가 한층 가까워질 전망이다. 이전에 자주 타던 904번 버스의 기억이 이젠 지하철로 옮겨 갈 것 같다. 

다세대주택과 새 집(까치 목수가 은행나무에 지은 이층집), 2021ⓒ유광식

연희동 주변은 서구의 대표 행정구역이다. 구청을 중심으로 경찰서, 우체국, 소방서, 보건소, 세무서 등 주요 관공서가 모여 있다.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동북쪽 구역을 따라서 새롭게 조성된 공원이 있다. 바로 경명공원인데, 2018년 콜롬비아군 참전기념비가 가정동에서 이사를 온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로 인해 가정동의 콜롬비아공원은 명칭이 사라지고 기념비가 경명공원 품으로 들어와 있다. 기존 공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콜롬비아의 정체성 강한 문양이 바닥에 동판으로 새겨져 있어 관심을 갖게 된다. 이곳은 쾌적하고 단정하게 구획되어 인근 주민들의 주요 산책코스와 아이들의 놀이터로도 주목받고 있다. 

경명공원 2지구에 있는 콜롬비아군 참전기념비 아래 동판들, 2021ⓒ유광식
콜롬비아군 참전기념비와 참전용사상, 2021ⓒ유광식

경명공원에는 빈정내사거리에 있는 2지구, 3지구와 데크를 따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쪽에 있는 1지구가 인접해 있다. 각기 특성을 달리해 구성되었는데 동서로 이어진 데크 산책로를 따라 큰 호흡을 할 수 있어 좋다. 탁 트인 북쪽은 도농의 풍경이 교차하는 곳으로, 삭막함을 걷어낼 수 있다. 공원의 위치는 대략 연희동 우성아파트 앞이라고 보면 좋은데 정문 앞쪽에는 조그마한 계명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주택가의 작은 쉼터인데, 이곳에는 구한말 연희진터를 가리키는 표석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이곳이 주민들의 단오 행사가 펼쳐지던 곳이었다고 한다. 또한 마을 곳곳에 자라던 엄나무와 참나무, 느티나무 등의 기억이 중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한편 진지에서 근처 포대로 임무를 나가고 들어오던 기록을 보니, 경명공원의 지그재그 길이 이를 접목한 건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들었다. 계명공원은 새롭게 조성된 경명공원의 부모뻘 공원으로 겹쳐 보인다.  

공원과 맞닿은 농지(체험장으로 이용되는 듯하다), 2021ⓒ유광식

연희동 어느 주택가 앞 자전거(새벽녘 근방 농지를 오갈 법한 모양새다), 2021ⓒ유광식

계명공원 내 연희진지 터 표석, 2021ⓒ유광식

빈정내사거리 위쪽, 경명공원 3지구 끄트머리는 공촌사거리다. 이곳에서는 멀리 대인고등학교 위치에 인천지하철 2호선 전동차의 지상 출입구가 있어 열차가 드나드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그 모습이 멀리서는 흡사 땅강아지 같다. 비가 오는 날에는 내려오는 전동차를 보며 미끄러지진 않을까 싶고, 경사면을 오르는 전동차를 보며 밀어 줄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와 동시에 예비군훈련장에서의 훈련 기억이 어슴푸레 밀려온다.  

공촌사거리(대인고등학교 방향으로), 2021ⓒ김주혜

개인적으로는 경명공원이 단절된 연희동의 북쪽 시야를 회복시켜 준 듯하다. 큰 도로가 있기는 하지만 역사를 보듬고 푸른 구역으로 가꾸어져 갈 것 같다. 때마침 공원은 인라인을 타러 온 자매와 아빠, 반려견과 산책하는 청년, 함께 걸으며 이야기하는 주민들, 나들이를 온 가족 등의 모습으로 따뜻했고, 계명공원 안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4명이 마스크를 낀 채 대면의 시간을 누리고 있었다. 일상의 모습이 지명과 다르지 않은 ‘연희’ 자체였다.  

경명공원 2지구 내 물놀이장 구역(자매가 인라인을 배우는지 연습 중이다), 2021ⓒ유광식

올해 상반기는 매 주말이면 인천에 비가 오거나 흐렸던 기억이 많다. 장마가 조금 일찍 찾아온다고 하고 지구는 좀 더 뜨거워진다고 하는데, 공원의 산책이 찬란했던 지난 시절의 품처럼 소나기 되어 청량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어찌 되었든 부디 지금 시대를 시원하게 받아들이며 넘기는 마음이면 좋겠다. 

경명공원 1지구와 2, 3지구를 이어주는 산책로(시야가 훤하다), 2021ⓒ유광식
by 유광식 | 2021/05/20 19:49 | • ARTicle | 트랙백 |
인천유람일기(54) 뜻밖의 바다 한 조각, 능허대공원
뜻밖의 바다 한 조각, 능허대공원



옥련동 능허대(시에서 세운 표지석이 있다.), 2021ⓒ유광식

날씨가 점점 풀리는 기세다. 이럴 적에는 먼 바다로 나가고 싶어진다. 지금은 그 터만 남은 송도유원지 인근 능허대공원을 찾아가 보았다. 과거 백제사신의 중국 길이었다는 한나루가 있는 곳이다. 야트막한 언덕엔 작은 정자가 있고, 송도신도시를 건너뛰어 시선을 두면 멀리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다. 지금은 인근 앞까지 매립이 되어 바다는 눈 끝에나 닿을지 모르나, 어쨌든 바다 앞이다. 

능허대공원 연못(원래 바닷물이어야 했다.), 2021ⓒ유광식

공원은 작은 비원 같았다. 능허대의 역사를 설명해주는 입간판이나 덩그러니 놓여있는 백제 사신이 타던 배 형상이 없었다면 이곳의 숨은 이야기를 그냥 지나칠 뻔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연못은 사실 매립에 따른 선택이었을 것이다. 짠물에 잉어가 살 수는 없었을 테니까. 아담한 공원을 한 바퀴 돌며 저절로 먼 역사의 여정에 승선하게 되었다. 

백제 사신이 타고 건너던 배 형상(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나 초라해 보일 뿐이다.), 2021ⓒ유광식

공원에는 장기를 두는 어르신들, 반려견과 산책 나온 주민, 자전거 타고 놀러온 어린 학생들 등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속속 눈에 띄었다. 다른 인공공원보다 규모는 작아도 풍치가 뛰어난 공원으로, 고대 교역의 중요한 길목이었음을 알고 나니 이곳이 달리 보였다. 인근 주민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사신이 타고 가던 배를 공원 중앙에 복원했는데, 과연 저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건너 중국에 잘 당도할 수 있었을는지, 그 의문은 쉽게 떨칠 수 없었다. 중국으로 떠나는 사신과 함께 떠나려다 거부당한 기녀의 운명은 바다로 향했고, 돌이 되어 전해진 기녀바위 전설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미술사학자 우현 고유섭도 자신의 일기에서 거론했던 곳이다. 파면 팔수록 공원의 비밀이 부푼다. 

능허대공원의 한가로운 오후, 2021ⓒ김주혜

능허대 안내판, 2021ⓒ김주혜

능허대 안내판(익숙한 이름이 나온다.), 2021ⓒ유광식

빙 돌아 올라간 언덕 정상에는 능허대 정자가 있고 표지석도 세워져 있었다. 그런데 간밤 아니 한낮에 무슨 담판이라도 벌였는지 소주병 두 개가 거리를 두고 조각조각 박살나 있었다.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별로 반갑지 않은 풍경으로 씁쓸할 따름이다. 기온은 낮지 않았는데 바람이 아직 겨울을 머금고 있어서인지 춥게 느껴졌다. 

옥련시장 앞, 2021ⓒ유광식

옥련시장 가운데 입구, 2021ⓒ김주혜

인근으로 이동해 옥련시장을 방문하였다. 10년여 전쯤 갔던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게 되었는데, 능허대공원과는 도로 하나 사이라서 가깝게 느껴졌다. 시장은 T자형으로 구획되었고 전에 없던 시장 아케이드가 단연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도 생선, 젓갈 등을 취급하는 수산물 판매점이 많다 싶었는데 조개를 캐어 팔던 지역의 오랜 풍습이 면면히 이어진 건 아닌지 추측해보았다. 옥련시장 인근은 고층 아파트 군락지다. 지어진 지 오래되기는 했지만 많은 사람이 거주하고 있고 특히 연령대가 젊다. 거리엔 학생들이 반이다.  

옥련시장 내, 2021ⓒ유광식

말린 고추와 생선, 2021ⓒ김주혜

시장에서 나온 뒤, 잠시 아파트 단지를 산책했다. 화단이 잘 가꾸어져 있었다. 더불어 노인정, 아파트 안내표지판 등 각종 시설물이 시간에 절여져 애틋하게 다가온다. 해양과학고와 인송중이 다정히 접해 있다. 대양을 꿈꾸는 바다 곁 아이들의 꿈은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해진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바다지만 보이는 미래를 맞이할 것으로 믿는다. 오늘날 인천은 한국의 대문이 되었다. 옛 문(능허대)도 잘 살피며 가면 좋겠다. 사신이 기다렸던 바람, 후풍(候風)을 맞아서인지 돌아와 한동안 두통에 시달렸다.   

옥련동 현대아파트 단지 화분, 2021ⓒ김주혜

옥련동 인송중학교 교정, 2021ⓒ김주혜
by 유광식 | 2021/05/05 20:34 | • ARTicle | 트랙백 |
< 이전페이지

카테고리
전체
• Notice
• News Clip
- curriculum-vitae
- cyworld.com


• ARTicle
• 전기조명
• 개울음악
• 을유년도
• 고주파 인천
• 으름場 (대화)
• 으름숍 (상점)


2021 모임16시-그럼에도 불..
2021「집들이,」
2021 일상도감日常圖鑑
2020 삼층집
2019 출판「완주소년」
2019 모임16시-모 자란
2019 옆집이 이사갔다
2019 사진, 도시를 잇다
2019 얼음집이 녹는다
2018 추적 of Sungui-dong
2018 몸속 어딘가의 녹음
2018 모여라~틴틴 크리에이터!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2018 모임16시-여기저기
2018 작살Harpoon
2017 모임16시-큼큼
2017 완주完州 이야기
2016 모임16시-예술로 찜
2016 이삿짐Moving
2016 행복지구(영업종료展)
2016 인천Cloud
2015 골목길숨은보물찾기
2015 Dokdo오감도
2015 모임16시-Proposal
2015 두 각을 이루는 곡선
2015 식탁
2014 우현project
2014 Non-Settlement
2014 예술과 안방사이
2014 우현로 35,39
2014 tabloid 항문
2014 모임16시-능동적 프로필
2014 주안7동 1342-6
2014 곰표
2014 ArtParTment
2013 삼합
2013 나의 살던 동네-2
2013 길 위에 서서
2013 모임16시-Presentation
2013 폐허 속에서 발견한..
2013 열우물에 고요히 흩어져..
2013 인간탐구
2012 장봉도project
2012 신나는 자존
2012 NightWalkers
2012 중구 내동176
2012 갈산동 421-1,Cort
2012 인천 앞바다에 왜 사이다
2012 독산동 441-6
2012 홍콩•대만Reporting
2012 플랫폼 아티스트
2011 뽕짝•짬뽕document
2011 PLACE 14
2011 :)얼굴project
2011 You're Incheon
2011 MAIL:gangjung
2011 장봉도project
2011 IAP페스티벌
2011 네모랑 산책가기
2011 잊혀진 섬이야기
2011 열우물art-work
2011 인천상륙作展
2010 Lee;사람
2010 삼박자
2010 열우물art-work
2010 예술이 노니는 마을
2010 Asia and Rice
2010 상상공간-DMZ600리
2010 인정투쟁-당신의no.1
2010 일상의 연필I
2010 金沢•京都Reporting
2010 5월,그 부름에 答하며..
2009 소통&만남
2009 마음의 지도
2009 東川PhotoFesta
2009 억장,무너지다
2009 비정규 차이다?
2009 교육현장
2009 판단중지
2009 변형된 초상
2008 마음의 지도
2008 Gift
2008 시의 변신
미분류
2007 인권찾기 미술행동
2007 마음의 지도_인천
2007 설화로 풀어보는 인천
2007 빛 좋은 인천
2014 日記
2016 面目
2019 순간.팍
E-MAIL
yooaull@hanmail.net
태그

skin by jes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