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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나무에 벌주기
가정중앙시장역 인근 가로주택의 가로수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잘렸다. 왜 잘랐을까? 새로 이식하나. 
요새 나무들이 많이 잘려 나간다. 
이상하다.

집 옆에 철거를 앞둔 단지 내 나무의 벌목이 이뤄졌다. 식목일을 며칠 앞두고 진행되었다. 벚꽃나무의 활짝 웃음도 아련해졌다. 한껏 물 오르는 시기인데 잘리는 소리가 마치 젖은 느낌이 났다. 비둘기 한 마리가 낯설어진 광경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까치 친구들의 집도 사라졌는데 이사했는지 보이지는 않는데, 가끔 소리는 난다. 곳곳이 철거로 난리도 아니다. 영문도 모른 채 산다. ㅠㅠ
by 유광식 | 2021/04/04 23:10 | 2014 日記 | 트랙백 | 덧글(1) |
인천유람일기(52) 선사시대의 모델 하우스, 검단선사박물관
선사시대의 모델 하우스, 검단선사박물관



재현된 계양구 동양1구역 가1호 집터 발굴 모습, 2021ⓒ김주혜

주말 빗줄기는 잔잔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피로가 가중되는 시점에 조금 더 참고 가자는 의도인지 날씨로 위로 받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초록별 지구를 지키기 위한 세계적인 사투는 어제와 더불어 오늘, 내일도 지속될 것 같다. 그만큼 장소와 거주에 따른 의미가 크다 하겠다. 그래서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더 마음이 쓰인다. 시위와 비례하는 희생이 더는 없기를 기도한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집값 잡겠다고 뛰어든 숲에서 몰래 한탕 챙겨서 튄 이가 많다. 연일 폭로되는 비리 뉴스가 가뜩이나 힘든 사람들의 발목을 조인다. 

1전시장 전시 벽면 중에서, 2021ⓒ김주혜

서구는 경인 아라뱃길이 허리를 두르고 있는 형세다. 그 위와 아래의 삶이 있는 것 같은데, 북쪽이 검단 지역이다. 검단에는 오래전부터 선사시대의 생활 유적이 즐비했다. 가현산과 계양산 사이의 구릉지였던 검단 지역이 오래된 조상의 거처였던 것인데, 그 실상을 엿볼 심산으로 검단선사박물관에 집 구경하러 갔다. 

전시장 입구(유심히 보면 좌측 벽에도 지층을 전시했다.), 2021ⓒ김주혜

전시장 내부(삼국시대 부분), 2021ⓒ유광식

임시휴관 했다가 다시 열게 된 시점이 작년 7월이었다. 소독과 체온, QR 체크인을 한다. 박물관에는 검단 지역을 이해할 수 있는 스케치가 1층과 2층에 걸쳐 풍부했다. 주말 관람 시간 막바지에 도착했기에 빠르게 볼 수밖에 없었다. 각종 유물과 모형, 정보에 의존해 가슴 속 큰 집 하나 지어 볼 수 있었다. 불과 돌을 이용하게 된 인간은 점차 정교한 생활 도구를 고안하여 식량을 채집하고 동물을 사냥하며 집을 지었다. 일반적으로 검단은 구석기 시대, 중구는 신석기 시대, 강화는 청동기 시대의 유적이 많이 분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보니 인천 지역 전체가 선사의 보고였다. 아뿔싸!

숲을 찾은 선사인과 전시장을 찾은 자매와 엄마, 2021ⓒ김주혜

전시장 유물 전시(구석기 시대), 2021ⓒ유광식

전시장 내부는 모델 하우스처럼 선사시대의 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온화한 집 내부를 구현해 낸 것 같았다. 도토리를 수확하고 멧돼지, 사슴과 달리기를 하는 선사인이 있었다. 지금에라도 깎기 힘든 돌 모양이 신기해 보였는데,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이 돌 조각을 했다면 현대는 투기를 조각 중이다. 1층 전시장 옆으로는 최근 3기 신도시 지구로 지정된 계양지구(동양동)의 유적발굴 현장을 재현해 두었다. 실제 발굴 현장에 있는 것처럼 유리 바닥 위를 걸어 다니며 볼 수 있었는데 무척 생생했다. 

동양동 1구역 집터와 안내 모니터, 2021ⓒ유광식

2층으로 오르는 하얀 경사 통로에는 선사 생활의 픽토그램이 가득했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것 같았다. 2층은 체험학습실로 각종 도구를 직접 만지며 사용해 볼 수 있고 퍼즐, 발굴 놀이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선사 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는 놀이방이다. 바깥에는 하늘공원이 있어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바깥으로 나오니 야외공원도 있어 올라가 보았는데 넓적한 유리 덮개 안에 돌널무덤이 있는 게 아닌가. 계단을 다시 내려오면서 여러 가지 상념이 스쳤다. 

2층 체험학습실과 한 아이, 2021ⓒ김주혜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경사 통로에 그려진 픽토그램, 2021ⓒ유광식

박물관 옆 야외 공원에 설치된 돌널무덤, 솟대, 생활체육기구, 2021ⓒ김주혜

예나 지금이나 터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던 것 같다. 선사인들의 터에서 현대인들은 그보다 몇백 배 넓고 높은 집을 지어 살고 있다. 평면적으로 분포했던 그들의 삶을 접고 접어서 박물관 한 건물에 모아 둔 것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에는 안쓰러움도 겹친다. 잠시 창밖을 내다본 풍경을 건너편 아파트 창문이 꽉 채웠다. 노답이다. 

박물관 창문(사냥하는 모습 깊이 현대의 아파트가 대비된다.), 2021ⓒ유광식

최근 거주와 투기에 얽힌 땅파기가 기승이다. 같은 인간으로서 욕망의 그릇이 왜 그렇게 차이 나게 빚어졌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나의 거주지 건너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 자라던 나무들이 최근 벌목되었다. 웅장하리만치 큰 기계톱 소리에 이어 ‘삐거덕 쫙!’ 하며 쓰러지는 커다란 나무의 생의 마감을 목도하면서 차라리 자라지 말 것이지 원망을 했다. 박물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짧은 시간이나마 선사시대의 자연 생활상을 보게 된 것에 큰 위로를 받았다. 현대는 쓰레기와 집으로 투기하는 시대다. 이 점이 더더욱 검단의 선사가 돋보이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여전히 봄이 와야 할 장소가 많은 것 같다.      
    
선사인 친구와 사슴(미래 유적을 바라보고 있다.), 2021ⓒ김주혜

인천 지역의 백제 문화 상황판, 2021ⓒ유광식
by 유광식 | 2021/03/30 21:31 | • ARTicle | 트랙백 |
0324_철수
따사로운 오후 볕이 인상적이다. 가정동답다.

전시 작품을 철수하는 날이라 10여 분 전에 도착해서 마지막 풍경을 익혔다. 고생들 했다.

언제 다시 이런 호사를 누릴 것인가? 공간에 스며 뽐내던 그 달콤한 온도가 다시 그리워질 터이다. 담당자도 여러 사항을 신경 써 주셔서 감사했고 전시를 지키던 하루 3명 정도의 지킴이 분들도 고생하셨다. 무엇보다 지역의 무명작가의 노력을 보러 어렵게 발걸음 해주신 인천 시민 분들께 더욱 감사를 드려야 하겠다. 철수에는 늘 짠한 소금이 열린다. ㅎㅎ

"얘들아~ 집에 가자!"

비워진 작품만큼 다시금 채워지는 창작의 동기. 좀 더 풍성하고 진지하고 가까운 작품으로 채울 수 있도록 더 공부하고 더 걷고 더 보아야 한다. 이름표만 남기고 왔네. 어쩌면 잃어버린 승차표처럼.....
by 유광식 | 2021/03/24 23:11 | 2021 일상도감日常圖鑑 | 트랙백 | 덧글(2) |
나무의 소리

작년 11월말까지 5층 7개 동 수십 가구가 이사했다. 그 많던 이사 중에도 내가 인지한 소리는 그닥 많지 않다. 소리 없이 간다. 4개월 만에 단지 내 나무를 벌목 한다고 부지 도로를 폐쇄한다고 한다. 단지 중앙을 가르는 생활도로를 가로막으면 주차난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벌목은 시끄럽겠고 폐쇄는 조용할 터고 공사는 난잡할 것이다. 원적산 아래 소란이 예상되고 마을은 협소해진다. 만우절절 거짓말은 아니겠지? ㅠㅠ  
by 유광식 | 2021/03/24 13:42 | 2014 日記 | 트랙백 | 덧글(2) |
인천유람일기(51) 봄날을 오가는 길목, 용일사거리 일대
봄날을 오가는 길목, 용일사거리 일대 



제운사거리, 2021ⓒ유광식

봄날이 또다시 돌아왔다. 봄기운을 느끼며 두툼한 패딩점퍼를 세탁 맡기는 기분으로 작년 일들은 기억 보관함 속에 넣는다. 비워야 채울 수 있듯이 봄에는 청소가 중요한 것 같다. 산뜻하게 시작할 3월이지만, 시야를 조금만 둘러보면 우리 주변은 지금도 많은 고통과 어려움에 직면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직도 변종이라는 이름을 달고 훨훨 날아다니는 바이러스를 비롯하여,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마음을 찌르고 있다. 또한, LH 투기 사건을 목도하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 두 곳의 시장 선거까지 어수선하다.   
용현1.4동 용일초등학교 축담길, 2021ⓒ유광식

마스크를 잘 착용한 뒤 <용일사거리-제운사거리> 일대를 거닐어 본다. 이 지역은 주안동과 용현동이 나뉘는 경계이자 시내버스가 인하대학교 쪽으로 꺾어 들어가는 구간이다. 사거리 안쪽으로는 대학생들의 원룸이 즐비하다. 용일초등학교 옆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니 주택들 사이로 용남시장이 반짝 자리한다. 1975년생이니 조만간 쉰 살을 바라보게 되었다. 작년에 시장 공영주차장을 재정비한 덕에 깔끔한 분위기다. 시장 남쪽 입구에 조성된 공원에는 한낮의 햇볕을 훔치려는 동네 어르신들과 어린이들이 거리를 둔 채 뒤섞여 있었다. 

용남시장 남측 입구, 용남경로당이 있는 공원(휴식 중인 비둘기, 어르신, 아이), 2021ⓒ유광식

용남시장 중앙(북쪽으로), 2021ⓒ김주혜

용남시장 중앙(남쪽으로), 2021ⓒ김주혜

<용일사거리-제운사거리> 도로 양쪽은 일명 ‘방석집’으로 불리는 업소가 밀집된 곳이었다. 지금도 몇 군데가 보이긴 하지만 현재 많은 업소가 사라진 뒤이고, 몇 해 전부터 미추홀구청은 청년창업공간으로 난 자리를 채우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청년’이라는 이름을 모든 상황에 만병통치약처럼 적용하는 게 어색해 보이긴 하나, 이곳은 인근 대학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작년 일제히 이발 조치된 가로수들과 길 옆 노포들, 빈 점포가 번갈아 반복된다.

한나루로(자전거 타는 사람), 2021ⓒ김주혜

한나루로(주안3동 대중 요리 전문점이 있다.), 2021ⓒ유광식

제운사거리 앞 오래된 농협 창고는 동네의 어제를 말해 주고 있었다. 기와 창고가 이색적이었는데 주차장으로 임시 이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높고 넓은 문짝과 뒤로 이어지는 널찍한 건물이 멋스러워서 미래에 예술공간으로 활용되면 좋을 듯 했다. 주변 골목을 지그재그 오르며 오랜만에 평온하고 벅찬 기온을 만끽했다. 공원에는 으레 사람들이 많지만, 골목에는 코로나 탓이기도 한지 주민들의 출현이 드물긴 드물었다. 사람들의 온기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았어도 건물로 모여들어 산책자의 걸음을 가볍게 밀쳐 주었다. 사회도 그런 것 같다. 좋고 싫은 관계가 많지만, 그저 모여 있으면 좋은 것 말이다. 함께하는 존재란 그런 것이다.

구 인천축산농협(신기점) 창고, 2021ⓒ유광식

주안3동 어느 주택의 대문(범상치 않은 디자인), 2021ⓒ유광식

주안3동 주택가 골목(부목을 댄 감나무와 기와집들), 2021ⓒ유광식

산책하면서 보는 것과 생각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아니 대체로 그런 편이다. 장소만의 특별함도 중요하지만, 보통의 것에 대한 안도감이 더 크다. 풍경에 얹혀 생각하는 개인의 당면과제들이 걷는 내내 바싹하게 마르니 개운할 따름이다. 도로 안쪽은 고층 건물이 없기도 하거니와 이 주변에 볕이 잘 드리워짐을 알 수 있었다. 대신 도로 쪽은 택시로 늦은 귀가 시 빨간 불빛을 본 기억이 잦다. 이제 거의 소화되고 있으니 곧 봄다운 봄의 거리로 거듭날 것을 기대해 봐야겠다. 

용현1.4동 어느 주택 앞 폐지 더미(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채소 중 하나가 봄동), 2021ⓒ유광식

코로나로 학생들의 자취도 요동치는 요즘이다. 와중에 어느 중동계로 보이는 가족(한국어 잘함)이 공인중개사와 집을 보러 다니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과연 오늘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 계약이 성사될지 몹시도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얼마의 시간 후 그 가족을 공원 놀이터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 새집을 구해 즐거운 마음인지 시끌벅적한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부부의 자녀들이 보였다. 문득 바로 옆 용남시장이 이 가족에게 맛있는 삶을 제공할 것이라 알리고픈 심정이었다. 따뜻한 봄날에. 

주안3동 주택가 골목(나무, 자동차, 코로나, 미세먼지, 마스크), 2021ⓒ유광식
by 유광식 | 2021/03/20 20:08 | • ARTicle | 트랙백 |
0318_관람4
인간관계가 그런지 열 손가락 안에 들어오는 관람객이다. 전시 기간이 남았지만 딱 이 정도가 좋다. 싱어송라이터 고진현 님이 언덕을 올라왔다. 작품의 의중을 되도록 파악하려는 자세에 박수를 보낸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by 유광식 | 2021/03/18 20:35 | 2021 일상도감日常圖鑑 | 트랙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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