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on_Archive
by 유광식
14/100 주산학원과 여선생님
7.23

동네가 속한 화산면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고 30여분을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곳은 중학교와 면사무소, 파출소, 농협, 우체국, 방앗간 등이 있는 시내이다. 화산초등학교는 1층 밖에는 없는 우리 학교에 비해 3~4층 되는 건물이었는데 보기만 해도 주눅이 들어 학교 안까지 들어간 본 적이 없다. 언젠가 면소재지에도 하나밖에 없는 주산학원에 잠깐 다닌 적이 있다. 형과 함께 처음엔 다니다가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지 형은 중도에 그만 둔 기억으로 남아 있다(아닐 수도 있다.).

파출소를 지나, 큰 타이어를 취급하는 낡은 정비소를 끼고 좌회전해서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좌회전 하면 좁고 긴 골목 끝에 주산학원이 자리한다. 중간에는 영세금속공장이 있던 것 같다. 그곳엔 좁고 기다란 교실 하나가 있는데 책상과 걸상이 5줄 정도 있었다. 당시 주산학원 다니는 게 이슈일 만큼 우리학교에서는 드문 일이었고 우리 반에선 내가 유일했다. 그런데 낯선 아이들과 한 교실에 있다는 것만으로 대단한 긴장감이 흐르는 시간이었다. 다행히 주판을 사용할 줄 알면서 흥미가 생겼고 급수도 빠르게 1급을 향해 달렸다.

한편 남자선생님도 있었지만 쇼킹했던 것은 여선생님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라면면발 같은 파마를 한 젊은 여자선생님들을 보니, 나이 든 남자선생님에게만 눌려 있던 생활에 기지개 펴는 상황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덕분에 잘보이려 했는지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집에만 오면 주판 위에 올라 방바닥을 긁으며 미끄럼을 타 장판에 자국을 내기 일쑤였다. 형의 것도 몰래 가져다 두발로 타다가 매 그렇듯이 귀싸다구 몇 번 맞은 것도 같다.

한 번은 여선생님이 묵는 집(하숙 같았음) 마루에 잠깐 엄마랑 앉아 있던 일이 있었다. 그 허름한 타이어 정비소 바로 뒷집이었는데, 기다란 집 중간쯤에서 선생님이 나왔던 것 같고 어떤 연유로 가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마루에 앉아 평소와는 다른 기분에 심장이 뛰는 걸 느낀 것 같았다. 학원은 그리 오래 다니지 않았던 것이라 그렇게 학원도 여선생님도 잊혔지만, 이후 산수경시대회에 나가 상을 받은 걸 보면 3~4학년 때인 것으로 추정을 해 본다.  

by 유광식 | 2017/07/24 01:38 | 2017 완주完州 이야기 | 트랙백 | 덧글(5) |
트랙백 주소 : http://YOOGWANGSIG.egloos.com/tb/317308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at 2017/07/24 15:2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7/07/24 22:33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7/07/24 22:38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7/07/25 13:05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7/07/25 13:10
비공개 답글입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카테고리
전체
• Notice
• News Clip
• You word
- curriculum-vitae
- cyworld.com


• ARTicle
• 전기조명
• 을유년도
• 개울음악
• 으름場 (대화)
• 으름숍 (상점)


2020 「인천을 걷는 게으름」
2019 출판「완주소년」
2019 모임16시-모 자란
2019 옆집이 이사갔다
2019 사진, 도시를 잇다
2019 얼음집이 녹는다
2018 추적 of Sungui-dong
2018 몸 속 어딘가의 녹음
2018 모여라~틴틴 크리에이터!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2018 모임16시-여기저기
2018 작살Harpoon
2017 모임16시-큼큼
2017 완주完州 이야기
2016 모임16시-예술로 찜
2016 이삿짐Moving
2016 행복지구(영업종료展)
2016 인천Cloud
2015 골목길숨은보물찾기
2015 Dokdo오감도
2015 모임16시-Proposal
2015 두 각을 이루는 곡선
2015 식탁
2014 우현project
2014 Non-Settlement
2014 예술과 안방사이
2014 우현로 35,39
2014 tabloid 항문
2014 모임16시-능동적 프로필
2014 주안7동 1342-6
2014 곰표
2014 ArtParTment
2013 삼합
2013 나의 살던 동네-2
2013 길 위에 서서
2013 모임16시-Presentation
2013 폐허 속에서 발견한..
2013 열우물에 고요히 흩어져..
2013 인간탐구
2012 장봉도project
2012 신나는 자존
2012 NightWalkers
2012 중구 내동176
2012 갈산동 421-1,Cort
2012 인천 앞바다에 왜 사이다
2012 독산동 441-6
2012 홍콩•대만Reporting
2012 플랫폼 아티스트
2011 뽕짝•짬뽕document
2011 PLACE 14
2011 :)얼굴project
2011 You're Incheon
2011 MAIL:gangjung
2011 장봉도project
2011 IAP페스티벌
2011 네모랑 산책가기
2011 잊혀진 섬이야기
2011 열우물art-work
2011 인천상륙作展
2010 Lee;사람
2010 삼박자
2010 열우물art-work
2010 예술이 노니는 마을
2010 Asia and Rice
2010 상상공간-DMZ600리
2010 인정투쟁-당신의no.1
2010 일상의 연필I
2010 金沢•京都Reporting
2010 5월,그 부름에 答하며..
2009 소통&만남
2009 마음의 지도
2009 東川PhotoFesta
2009 억장,무너지다
2009 비정규 차이다?
2009 교육현장
2009 판단중지
2009 변형된 초상
2008 마음의 지도
2008 Gift
2008 시의 변신
2007 인권찾기 미술행동
2007 마음의 지도_인천
2007 설화로 풀어보는 인천
미분류
2007 빛 좋은 인천
2014 日記
2016 面目
2019 순간.팍
E-MAIL
yooaull@hanmail.net
태그

skin by jes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