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on_Archive
by 유광식
16/100 아빠의 양날면도기
7.26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이 닦는 걸 싫어했다. 나 또한 너무 싫어했지만 가끔 불심검문을 받고는 바깥으로 나가 이를 닦고 와야만 했다. 이를 닦으려면 수돗가로 가야 하는데, 마루에 나가 칫솔에 치약을 묻히고 신을 신고 열 걸음은 가야 한다. 마루 옆 다소 높은 곳의 작은 통 안에 치약과 칫솔, 그리고 아빠의 면도기가 있다. 겨울엔 치약이 딱딱해져서 부뚜막 위에 올려서 해동을 시키기도 한다. 치약도 얼고 가뜩이나 추운 날 밖에 나가 이를 닦아야 하는 게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나의 관심은 아빠의 면도기였다. 당시는 면도날을 끼워 면도 대를 돌리면 고정되고 풀리기를 반복하는 양날면도기를 썼다. 거품은 비누로 대신한다. 아빠는 멀리 외출을 가시거나 일정 정도 수염이 자랄 적에 면도를 하셨는데, 작은 거울을 수돗가로 가져가 면도의식을 행하였다. 면도기가 신기했던 것은 날의 모양도 좋았지만 돌리면 물리고 반대로는 풀어지는 나름의 조작성에 있었다. 그러나 집에는 만지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는 보이는 않는 법칙이 있다. 그 중에는 아빠의 면도기도 해당됐다. 면도날은 얇은 종이에 싸여 작은 각에 담아져 있었다. 당시에 나는 뭐든 내부를 알고 싶어 했기에 몰래몰래 분해하고 조립하는 습성이 강했는데, 면도기만은 예외였다. 재조립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면도를 한 아빠의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였다. 시골생활에서는 도시에서처럼 매일매일 하지 않기에 더더욱 그래 보였을 수 있다. 이발하고 오신 날은 면도도 함께 하여 더더욱 멋지고 든든한 나의 아빠란 사실에 덩실 기분이 좋았다.  

by 유광식 | 2017/07/26 19:00 | 2017 완주完州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
트랙백 주소 : http://YOOGWANGSIG.egloos.com/tb/317316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at 2017/07/28 02:0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7/07/28 09:00
비공개 답글입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카테고리
전체
• Notice
• News Clip
• You word
- curriculum-vitae
- cyworld.com


• ARTicle
• 전기조명
• 을유년도
• 개울음악
• 으름場 (대화)
• 으름숍 (상점)


2020 「인천을 걷는 게으름」
2019 출판「완주소년」
2019 모임16시-모 자란
2019 옆집이 이사갔다
2019 사진, 도시를 잇다
2019 얼음집이 녹는다
2018 추적 of Sungui-dong
2018 몸 속 어딘가의 녹음
2018 모여라~틴틴 크리에이터!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2018 모임16시-여기저기
2018 작살Harpoon
2017 모임16시-큼큼
2017 완주完州 이야기
2016 모임16시-예술로 찜
2016 이삿짐Moving
2016 행복지구(영업종료展)
2016 인천Cloud
2015 골목길숨은보물찾기
2015 Dokdo오감도
2015 모임16시-Proposal
2015 두 각을 이루는 곡선
2015 식탁
2014 우현project
2014 Non-Settlement
2014 예술과 안방사이
2014 우현로 35,39
2014 tabloid 항문
2014 모임16시-능동적 프로필
2014 주안7동 1342-6
2014 곰표
2014 ArtParTment
2013 삼합
2013 나의 살던 동네-2
2013 길 위에 서서
2013 모임16시-Presentation
2013 폐허 속에서 발견한..
2013 열우물에 고요히 흩어져..
2013 인간탐구
2012 장봉도project
2012 신나는 자존
2012 NightWalkers
2012 중구 내동176
2012 갈산동 421-1,Cort
2012 인천 앞바다에 왜 사이다
2012 독산동 441-6
2012 홍콩•대만Reporting
2012 플랫폼 아티스트
2011 뽕짝•짬뽕document
2011 PLACE 14
2011 :)얼굴project
2011 You're Incheon
2011 MAIL:gangjung
2011 장봉도project
2011 IAP페스티벌
2011 네모랑 산책가기
2011 잊혀진 섬이야기
2011 열우물art-work
2011 인천상륙作展
2010 Lee;사람
2010 삼박자
2010 열우물art-work
2010 예술이 노니는 마을
2010 Asia and Rice
2010 상상공간-DMZ600리
2010 인정투쟁-당신의no.1
2010 일상의 연필I
2010 金沢•京都Reporting
2010 5월,그 부름에 答하며..
2009 소통&만남
2009 마음의 지도
2009 東川PhotoFesta
2009 억장,무너지다
2009 비정규 차이다?
2009 교육현장
2009 판단중지
2009 변형된 초상
2008 마음의 지도
2008 Gift
2008 시의 변신
2007 인권찾기 미술행동
2007 마음의 지도_인천
2007 설화로 풀어보는 인천
미분류
2007 빛 좋은 인천
2014 日記
2016 面目
2019 순간.팍
E-MAIL
yooaull@hanmail.net
태그

skin by jes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