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on_Archive
by 유광식
28/100 교회 유치원
8.4

생활의 반경에서 보자면 북쪽의 한계는 말목재 석천교회이고 남쪽의 한계는 부현의 부편교회라 할 수 있다. 부현은 훗날 같은 학년이 되는 직현이와 은경이, 보배가 살고 있는 부락이다. 직현이는 외동아들(?)인 것 같았고 은경이는 밑으로 두 남동생이 있었다. 보배는 은경이와 붙어 다녔는데 집안 사정은 하나도 모른다.

어느 날 아침에 부현교회로 엄마와 갔다. 우리집에서 가려면 오토바이가 아닌 이상, 시골버스를 기다려 타고 가야하는 먼 거리였다. 도착해 보니 그곳엔 나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서로 말똥말똥 눈만 껌뻑거리는 걸로 보니 뭔가 이상은 했다. 순간 엄마가 보이지 않았고 사라진 것 같았다. 어떤 여자 분이 우리들을 교회강당으로 데리고 가서는 율동 같은 것도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나의 신경은 온통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었다. 동네에서는 혼자서도 잘 놀지만 낯선 환경을 무지 어려워했던 나로서는 낯선 부락에 낯선 교회, 낯선 아이들과의 조우가 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했던 것도 같다. 엄마는 집을 바로 간 것이 아니고 친하게 지내던 은경이네 집에서 조금 기다려 본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잘 적응을 하는지 말이다. 얼마 후에 엄마가 보이기에 더 서럽게 울었다. 교회 관계자분이 무어라고 얘기해줬겠고, 엄마는 내심 속상해 하셨을 것 같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 모임은 교회에서 취학 전 아이들을 돌보는 유치원인 셈이었고 나는 첫날부터 울어재낀 탓으로 이후 가지 않게 되었다. 부모님은 뭐라 크게 혼내진 않았고 그렇게 그날의 기억은 잊고자 했다. 그러나 당시 어찌나 낯선 마음에 상처가 깊었던지 그 하루의 일이 잊히지 않았다. 나는 부모님의 이 날의 걱정을 뒤로하고 훗날 학교에서 공부를 잘했기에 쌤쌤인 셈이다. 그런데 왜 부락과 가까운 석천교회가 아닌 먼 부현교회였을까?

by 유광식 | 2017/08/04 22:51 | 2017 완주完州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
트랙백 주소 : http://YOOGWANGSIG.egloos.com/tb/317342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at 2017/08/07 02:0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7/08/07 09:14
비공개 답글입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카테고리
전체
• Notice
• News Clip
• You word
- curriculum-vitae
- cyworld.com


• ARTicle
• 전기조명
• 을유년도
• 개울음악
• 으름場 (대화)
• 으름숍 (상점)


2020 「인천을 걷는 게으름」
2019 출판「완주소년」
2019 모임16시-모 자란
2019 옆집이 이사갔다
2019 사진, 도시를 잇다
2019 얼음집이 녹는다
2018 추적 of Sungui-dong
2018 몸 속 어딘가의 녹음
2018 모여라~틴틴 크리에이터!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2018 모임16시-여기저기
2018 작살Harpoon
2017 모임16시-큼큼
2017 완주完州 이야기
2016 모임16시-예술로 찜
2016 이삿짐Moving
2016 행복지구(영업종료展)
2016 인천Cloud
2015 골목길숨은보물찾기
2015 Dokdo오감도
2015 모임16시-Proposal
2015 두 각을 이루는 곡선
2015 식탁
2014 우현project
2014 Non-Settlement
2014 예술과 안방사이
2014 우현로 35,39
2014 tabloid 항문
2014 모임16시-능동적 프로필
2014 주안7동 1342-6
2014 곰표
2014 ArtParTment
2013 삼합
2013 나의 살던 동네-2
2013 길 위에 서서
2013 모임16시-Presentation
2013 폐허 속에서 발견한..
2013 열우물에 고요히 흩어져..
2013 인간탐구
2012 장봉도project
2012 신나는 자존
2012 NightWalkers
2012 중구 내동176
2012 갈산동 421-1,Cort
2012 인천 앞바다에 왜 사이다
2012 독산동 441-6
2012 홍콩•대만Reporting
2012 플랫폼 아티스트
2011 뽕짝•짬뽕document
2011 PLACE 14
2011 :)얼굴project
2011 You're Incheon
2011 MAIL:gangjung
2011 장봉도project
2011 IAP페스티벌
2011 네모랑 산책가기
2011 잊혀진 섬이야기
2011 열우물art-work
2011 인천상륙作展
2010 Lee;사람
2010 삼박자
2010 열우물art-work
2010 예술이 노니는 마을
2010 Asia and Rice
2010 상상공간-DMZ600리
2010 인정투쟁-당신의no.1
2010 일상의 연필I
2010 金沢•京都Reporting
2010 5월,그 부름에 答하며..
2009 소통&만남
2009 마음의 지도
2009 東川PhotoFesta
2009 억장,무너지다
2009 비정규 차이다?
2009 교육현장
2009 판단중지
2009 변형된 초상
2008 마음의 지도
2008 Gift
2008 시의 변신
2007 인권찾기 미술행동
2007 마음의 지도_인천
2007 설화로 풀어보는 인천
미분류
2007 빛 좋은 인천
2014 日記
2016 面目
2019 순간.팍
E-MAIL
yooaull@hanmail.net
태그

skin by jes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