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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60/100 으름의 맛
9.2

시골생활에서 아이들 간식은 산에서도 많이 얻어진다. 천성부터 자연의 아이들이다. 계절의 움직임에 따라 나의 발도 민감하게 바빠진다. 으름은 지내면서도 매 해 맛보는 열매도 아니고, 어디서 자라는지도 모르고, 형들은 잘 알려주지도 않았었다. 한 번은 가을 황금 같은 볕이 가득한 날에 용식이형과 형이 어딜 다녀온다며 나를 떼어 놓았다. 키를 넘는 갈대가 있는 곳에 다녀온다고 했는데 어찌 되었건 무척 서운했다. 다녀 온 결과물이 포대에 담긴 으름이었다. 먹는 건지 의심했고 개구리알이 하얀 과육에 박힌 듯한 모습을 처음엔 흠칫 쏘아보기만 했었다. 

어린 아이는 어른들보다 체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느 날 뒷동네 친구들인 동근이, 봉근이, 경식이까지 모여 놀며 이리저리 논과 계곡을 달렸다. 간혹 화살대로 품질이 좋은 갈대를 찾아 물가를 거슬러 오르곤 한다. 덩굴식물이 우거진 논 옆 개울에 있는 한 나무를 당겨 비집고 들어가니 천국이 따로 없을 정도로 조그만 아지트가 나왔다. 작은 웅덩이지만 덩굴나무가 둥글게 감싸 안았고, 햇살이 그 빈틈을 메우며 시냇물 위에서 반짝반짝 춤을 추었다. 송사리 몇 마리와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리듬을 맞추었고, 새 소리는 코러스였다. 부모님이 찾지 않는다면 그 곳에 잠시 심취하며 지내고 싶기도 했었다. 그렇게 작은 손 안에 물 떠 마시고 돌아서는 순간, 덩이줄기 사이로 연갈색 껍질이 벌어져 새하얀 고치 속 으름을 만나게 되었다. 그 순간 으름이야말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소중하게 자라고 있었구나 싶었다. 가을 햇살 듬뿍 담긴 과육 또한 예상과는 달리 달았다. 가을의 맛이다.

이후 그 열매가 쉽게 볼 수 있거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간혹 으름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그 두근거렸던 상황을 연상하곤 한다. 또한 으름은 내가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랐다는 증거의 열매로 여기게 되었다. 으름은 내가 좋아하는 단감을 넘어서는 자신감이 아니었나 싶다. 

by 유광식 | 2017/09/02 23:58 | 2017 완주完州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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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09/0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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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09/0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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