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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67/100 도넛 먹던 날
9.8

엄마는 가끔 실험적인 간식을 하기도 한다. 요리법은 어디서 들었는지 주저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한다. 그날은 도넛을 만들어 준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도 반죽이 관건이 될 듯도 했는데, 당시 밀가루와 설탕은 가정마다 포대로 있었고 다른 재료를 구하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기름이 문제였다. 많은 기름을 부어서 튀겨야 했다. 아깝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도넛 생각에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한번 음식을 하면 많이 해두는 편인데 애도 셋이고 기름진 음식은 기회가 많은 게 아니라서 많이 해두는 것이다. 그래 보았자 이틀을 못간다. 

동네는 생활정보가 입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것 등이 서로 비슷비슷하다. 그 와중에 아이들 먹이는 것은 동네 아주머니들의 무언의 대회처럼 치열한 것도 같다. 다음날이면 아이들의 대화 속에서 음식의 순위가 점수와 함께 매겨지니 말이다. 밀가루에 물만 넣은 것 같은 반죽을 둥글게 말아 붙여 뜨거운 기름탕에 넣으면 얼마 후 부풀어 올랐다. 기름은 뜨거워도 보글보글하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도넛을 꺼내 조금 식힌 다음 백설탕에 묻혀 먹으면 된다. 그 맛이 아주 맛있다고 말할 순 없다. 다만 TV나 도시에서나 맛볼 수 있는 것이 깡시골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엄마의 실험이 중요했던 것이다. 

방에서 만들어서 한 일주일간은 기름에 취해 살았던 것 같다. 다음날 물컹해진 도넛을 먹으며 엄마의 능력을 가늠했을 것이다. 엄마는 과연 자연스럽게 요리법을 알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동네 아주머니들과 약속을 하고 이행해 본 것일까? 둥글둥글 도넛모양처럼 추억이 구른다.
by 유광식 | 2017/09/08 11:25 | 2017 완주完州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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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09/0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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