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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70/100 비닐하우스용 철봉 휘기
9.12

농자재 중에서 비닐만큼 많이 사용되는 재료도 없다. 잡초방지, 비가림, 보온, 창고 등에 간절하고 설치하기도 쉽다. 그래서 시골에서는 비닐하우스 안이 잡다한 작은 공장과도 같다. 모종 키우기와 고추건조, 농기계 보관 등 농사시즌과 그때그때의 필요에 의해 사용되니 아끼게 된다. 비닐하우스 한 동을 만들려면 미리 대상부지와 일정간격으로 구멍을 뚫어 놓아야 한다. 그런 다음 세 명 정도의 어른이 합심해 집모양의 철봉을 땅에 심고 상층 꼭대기에 버팀 철봉을 기다랗게 결속해야 한다. 결합하는 철클립이 있어서 그것으로 봉과 봉을 단단히 한다. 그런 다음 한쪽부터 비닐을 덮어오는 것이다. 찢어지지 않게 잘 덮은 다음 쫄대끈으로 봉 사이사이 비닐을 묶어 잡아 준다. 그런 다음 한쪽은 폐쇄하고 한 쪽은 드나들 수 있게 해두면 끝이다. 하우스는 나름 통풍을 위해 옆라인을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게 하는데, 이게 다 쫄대끈 덕택이다. 대신 비가 오면 맨 먼저 하우스로 뛰어가 비닐을 내려야 하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늦가을쯤에 한 번은 아빠가 수확이 다 끝난 집 앞의 논에서 철봉을 휘는 작업을 하셨다. 옆에서 지켜만 보았는데 가히 예술이었다. 몇 군데에 작은 막대기를 박아 기준을 잡은 다음, 한쪽 끝에서부터 반듯한 철봉을 구부리는 것이다. 반대로 한 번 더 구부리면 집 모양의 하우스용 철봉 완성이었다. 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는데, 그동안에는 철봉이 태생부터 완성된 그런 모양인줄 알았는데 이렇게도 만드는구나 하며 그 과정을 보았으니 아니 놀랄 수가 없었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것이다. 봉이 강도가 세서 튈까싶어 아빠는 나를 가까이 오게 하지는 않았다. 아빠가 그렇잖아도 멋졌는데 더 멋져 보였다. 힘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철봉을 휘는 모습이 어떤 의식처럼 경건했다. 그러면서 논바닥이 주는 편리가 참 많단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지나면 겨울 빙판이 되어 아이들 차지이니 말이다. 대보름 쥐불놀이까지 끝내면 다시 어른들 차지가 되어 땅을 갈고 볍씨를 뿌려 나락을 키워내는 것이다. 당시 보았던 구부러진 철봉의 라인이 참 고왔다. 
by 유광식 | 2017/09/12 12:22 | 2017 완주完州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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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09/1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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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09/1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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