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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74/100 종합선물세트
9.15

산과 들에 먹을 게 있어도 아이들은 인공의 과자를 먹고 싶어 했다. 당시 막내이모네 집은 인천에 있어서 전진바우(학정)에 있는 외할아버지 댁에 올 때면 큰이모네 집과 우리집을 차례대로 방문하였다. 올 때면 종합선물세트를 사오기도 했다. 네모난 박스 안에는 귀한 보물들이 많이 있었다. 빠다코코낫, 초코파이, 홈런볼, 계란과자, 칸쵸, 빼빼로, 산도, 에이스, 꼬깔콘 등 TV에서 나오는 과자들을 맛볼 수 있어서 신났다. 그 중에 탐이 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양갱이다. 밤색처럼 생긴 기다란 사각형의 물렁하면서도 단맛이 으뜸이었다. 그 상자는 며칠간 우리 남매 셋에게 평화를 안겨다 주었고, 자주 이모가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도 되었다. 막내 이모는 도시에서 살았고 나름 넉넉했는데, 큰이모와 우리 엄마와는 같은 엄마가 아니었다. 나는 외할머니가 두 명이었다. 그래도 세 자매는 친했는데, 막내이모는 자동카메라로 두 집안의 사진을 올적마다 찍어 주었던 것 같다. 우리집 식구가 다 나온 사진은 내가 열 살 때인 1986년에 방 안에서 찍은 한 장만이 있는데, 우리 가족에게 있어 세기의 기록이 되었다. 

종합선물세트는 조금 산다는 집안이나 도시의 친척을 둔 집만이 누릴 수 있었던 특혜였다. 당시는 의식주의 모습만 봐도 그 집안의 형편을 알 수 있었을 정도로 외형 불리기가 잘 사는 부러움 자체였다. 종합선물세트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쉽게 사 줄 수 있었던 게 아니다. 시골이면 더더욱이다. 막내이모 덕에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만 서울올림픽 이후 거의 모든 시골집들이 상경하는 분위기여서 그 추억은 중단되고 말았다. 큰이모댁은 우리집에서 면에 갈 적에 면사무소에서 조금 못 미친 화평리의 팡거리(정확한 이름은 판거리)에 살았다. 자식만 다섯 명인 나름대로 대식구였다. 한 번은 큰이모네 냉장고를 열고 미숫가루인 줄 마셨는데 막걸리였던 적도 있다. 막내이모집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모두 인천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종합선물세트처럼 자매들은 한 도시 안에 모여 살게 된 것이다.
by 유광식 | 2017/09/16 00:15 | 2017 완주完州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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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09/1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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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09/1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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