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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75/100 안녕~ 누렁아
9.16

시골은 고기가 귀했다. 소와 돼지를 기르고 있지만 식용이라기 보단 수입원이었고, 돼지를 1년에 한두 번 동네차원에서 잡아서 먹는 정도였다. 그 다음으로 수난의 대상이 개들이었다. 나는 어느 늦가을쯤에 아빠가 개를 잡는 장면을 여동생과 함께 지켜본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개가 우리집 개는 아닌 것 같기도 했는데, 이전에 나를 문 고모네 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당시의 미신이겠지만 광견은 죽여서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확인되지 않은 상상이지만 이 또한 재미가 솔찬히 있다. 

장소는 집 앞 윤희네 밭 중간에 있는 감나무 아래였다. 자주 오르던 감나무에 아빠는 개를 묶어 걸고 두어 번 강하게 몽둥이찜질을 했다. 누렁이는 자신의 이야기 한 줄도 못한 채 축 늘어졌고, 그 밑에서는 짚불을 피워 털을 그슬렸다. 그리고선 집으로 가지고 간 것 같다. 그 날 저녁인지 다음날부터인지 며칠간은 누렁이로 추정되는 국을 먹었다. 그러나 나는 누렁이가 생각나지는 않았다. 그냥 맛있게 꾸역꾸역 대신 아무 말도 없이 말이다. 누렁이는 신음만 남긴 채 하늘로 갔고 음식이 되어 나에게로 왔다. 당시 어떤 연유로 누렁이가 찜질을 당해야 했었는지는 몰랐으나 그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그 감나무도 불쌍했고 멋진 아빠의 모습이 1/100 정도 감해지기는 했다. 

삶의 평온은 어쩌면 잔인함속에 숨어 지낸다는 어떤 단초를 시골의 도살에서 얻게 되었던 것도 같다.
by 유광식 | 2017/09/16 10:34 | 2017 완주完州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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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09/1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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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09/1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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