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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86/100 몸살 나던 날
10.6

병치레를 자주 하지 않았지만 가끔 크게 몸살이 날 때가 있다. 부모님은 두 종류의 증상에서 분류했는데, 체한 건지 열이 난 건지를 가려 이에 상응하는 보호를 해주셨다. 체했을 땐 엄마가 바늘로 엄지손가락 등을 따주곤 했는데 두 손 다 따이기가 무서워 괜찮다, 괜찮다 부르짖다가 등짝만 얻어맞고 따이기 일쑤였다. 그런 다음엔 팔을 주물럭주물럭 했고 아빠가 교대해서 등짝을 쓸어내리는 걸 반복하다가 이제 다 됐다 싶은 정도에 크게 한 번 찰싹! 내리치시곤 했다. 그러면 체한 게 처방으로 나은 건지 맞아서 나은 건지 모르게 말끔해졌다. 

열이 나면 좀 복잡해진다. 하루는 너무 머리가 아프고 무거워서 등교를 못하고 방에 있어야만 했었다. 그 와중에 개근상을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학교를 안가서 좋았지만 오전의 이상한 적막함을 감내해야 하는 수고가 남아 있었다. 물수건을 이마에 대주고 나가는 엄마는 걱정이 태산이었을 것이다 밭에 일 다녀오겠다고 호미를 챙겨 나가시는데, 나는 그때 정말 그런 마음이었다. '나를 두고 어디를 가시려 합니까? 어무이!'라고 말이다. 친구들도 없고 부모님도 없고 소울음과 새소리, 시계초침 소리들만이 서로 경쟁하며 달리는 요상 야릇한 기분에 취해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커서 몸살이 나면 모든 게 정지 상태라 회복에 매달려야만 했다. 어쩌면 그 때보다도 더 견디기 어려운 처지일 수도 있겠지만 시골에서의 내성은 강해 현재의 몸살을 몰살시키는 것도 같다. 

하나 아플 것 없어 보이는 시골아이들도 개중에 연약한 이들이과 튼튼한 이들로 구분된다. 평균치는 웃돌지만 말이다. 나는 건강했던 반면, 형이 가끔씩 좀 아팠다. 자연이 성장을 차별하는 건 아닐 것이고, 자연을 벗 삼아 잘 놀아 준 이에게 기운을 더 주는 것은 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by 유광식 | 2017/10/06 11:10 | 2017 완주完州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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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10/0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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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10/0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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