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on_Archive
by 유광식
87/100 목욕 하던 날
10.7

널린 게 개천이고 물이라지만, 정기적으로 엄마는 아이들 목욕을 시켰다. 때를 밀어야 직성이 풀리셨는지 아니면 남 앞에 자식 내보이기 누추하지 않게 하려고 씻겨야 했는지 모른다. 가난한 시절인지라 자식들을 누추하게 보이고 싶지 않은 눈치는 애들조차 다 안다. 그러나 목욕은 아이들에겐 정말 귀찮은 일과였다. 그러함에도 해야만 했다.

안방에 빨간 고무다라가 들어오면 일단 긴장한다. 솥에서 끓인 따뜻한 물과 수돗가 차가운 물이 만나 신선이 노니는 탕을 만들고는 한명씩 투입시킨다. 엄마는 셋을 씻겨야 했으니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빨리 나가고 싶어서 발버둥 치다가 타월로 등짝을 맞기를 수어 번. 다 하고 나오면 등짝이 알싸하니 새빨갛다. 하필 때는 왜 그리 많이 나오는지 모를 일이다. 문을 열면 춥고 누가 볼세라 얼른 닫게 했다. 혹시나 동네 아이들에게 목욕장면을 들킬까 창피했기 때문이다. 다른 애들은 어떻게 했는가도 모르겠다. 수영은 수영이되 목욕은 목욕이었다. 수영은 창피하지 않았지만 목욕은 왠지 은밀하단 생각에 노출되기 싫었다. 형과 내가 다 하면 나가 놀고 마지막으로 여동생을 씻겼다. 그 큰 고무다라는 한명밖에 들어가지 못하지만 무척 무거웠고, 목욕할 때마다 나를 가두는 족쇄와도 같아서 커서도 좋아할 수가 없었다. 

엄마의 강압도 있었지만 조용히 지켜만 보다 행여 불호령을 내릴지도 모르는 아빠의 모습 때문에 순순히 목욕에 응했던 것 같다. 엄마는 애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아빠에게 이르곤 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싫어했던 목욕은 커서는 일과가 되었다지만 가끔 그렇게 박박 때를 미는 목욕이 그립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때를 미는 건 싫어졌다. 시골에서의 낙후된 목욕프로세스는 아이들 등짝을 여러 겹 박박 긁어냈을 것이다. 그래도 목욕 후에 엄마는 뿌듯하고 상쾌했던지 약간의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주시곤 했었다. 다들 욕봤던 날이다. 
by 유광식 | 2017/10/07 10:38 | 2017 완주完州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
트랙백 주소 : http://YOOGWANGSIG.egloos.com/tb/317533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at 2017/10/08 11: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7/10/09 11:05
비공개 답글입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카테고리
전체
• Notice
• News Clip
• You word
- curriculum-vitae
- cyworld.com


• ARTicle
• 전기조명
• 을유년도
• 개울음악
• 으름場 (대화)
• 으름숍 (상점)


2020 「인천을 걷는 게으름」
2019 출판「완주소년」
2019 모임16시-모 자란
2019 옆집이 이사갔다
2019 사진, 도시를 잇다
2019 얼음집이 녹는다
2018 추적 of Sungui-dong
2018 몸 속 어딘가의 녹음
2018 모여라~틴틴 크리에이터!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2018 모임16시-여기저기
2018 작살Harpoon
2017 모임16시-큼큼
2017 완주完州 이야기
2016 모임16시-예술로 찜
2016 이삿짐Moving
2016 행복지구(영업종료展)
2016 인천Cloud
2015 골목길숨은보물찾기
2015 Dokdo오감도
2015 모임16시-Proposal
2015 두 각을 이루는 곡선
2015 식탁
2014 우현project
2014 Non-Settlement
2014 예술과 안방사이
2014 우현로 35,39
2014 tabloid 항문
2014 모임16시-능동적 프로필
2014 주안7동 1342-6
2014 곰표
2014 ArtParTment
2013 삼합
2013 나의 살던 동네-2
2013 길 위에 서서
2013 모임16시-Presentation
2013 폐허 속에서 발견한..
2013 열우물에 고요히 흩어져..
2013 인간탐구
2012 장봉도project
2012 신나는 자존
2012 NightWalkers
2012 중구 내동176
2012 갈산동 421-1,Cort
2012 인천 앞바다에 왜 사이다
2012 독산동 441-6
2012 홍콩•대만Reporting
2012 플랫폼 아티스트
2011 뽕짝•짬뽕document
2011 PLACE 14
2011 :)얼굴project
2011 You're Incheon
2011 MAIL:gangjung
2011 장봉도project
2011 IAP페스티벌
2011 네모랑 산책가기
2011 잊혀진 섬이야기
2011 열우물art-work
2011 인천상륙作展
2010 Lee;사람
2010 삼박자
2010 열우물art-work
2010 예술이 노니는 마을
2010 Asia and Rice
2010 상상공간-DMZ600리
2010 인정투쟁-당신의no.1
2010 일상의 연필I
2010 金沢•京都Reporting
2010 5월,그 부름에 答하며..
2009 소통&만남
2009 마음의 지도
2009 東川PhotoFesta
2009 억장,무너지다
2009 비정규 차이다?
2009 교육현장
2009 판단중지
2009 변형된 초상
2008 마음의 지도
2008 Gift
2008 시의 변신
2007 인권찾기 미술행동
2007 마음의 지도_인천
2007 설화로 풀어보는 인천
미분류
2007 빛 좋은 인천
2014 日記
2016 面目
2019 순간.팍
E-MAIL
yooaull@hanmail.net
태그

skin by jes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