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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92/100 엄마의 부엌
10.12

엄마는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엄마의 하루 일과 중 상당수를 차지했다. 대신 아빠에게는 소 막사를 관리하는 일이 아침저녁으로 매서웠다. 엄마는 자식들 보육, 아빠는 주 수입원인 소들의 보육을 위해 애쓰셨다. 두 분 다 힘이 드는 일이었지만 도울 일도 못되어 감사함만 일기장에 써내기 일쑤였다. 엄마는 부엌의 대장으로, 주방기구를 아꼈는데 시골이라 변변치도 못했지만 매일매일 행주로 가마솥을 윤이 나도록 닦아 두었다. 나무를 때기에 부엌천장은 까만 숯검정이었고, 귀퉁이에 찬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접시나 칼, 수저, 양념 등이 있었던 것 같고 3단이었는데, 다른 집에도 비슷한 장이 있었다. 나중에 안방으로 냉장고가 들어왔지만 여전히 그 역할이 축소되지는 않았다. 그 옆에는 곤로 한대가 있어 국이나 찌개를 요리하였다. 이후 가스레인지로 대체되었다. 마루로 통하는 콘크리트 바닥에는 상을 놓았고, 이 공간은 야채나 전을 부치는 엄마만의 사랑방이 되어 주었다. 비가 억수로 올 적에 엄마가 그곳에서 호박부침전을 해주면 바로 옆 마루에 삼남매가 앉아 풍경에 간하여 먹던 기억이 좋았다. 엄마의 음식은 기억의 큰 자양분임에 틀림없다. 늦가을쯤 되면 엄마는 점심 후 가마솥에 고구마나 감자 종류를 쪄 두는데, 학교를 다녀오면 가방을 팽개쳐 두고 맨발로 부뚜막에 올라 솥을 열어보는 재미가 솔찬히 흥미로웠다. 

단, 곤로만은 건드리지 않았다. 곤로에 불을 붙이려면 기린표 성냥을 그어 아래 부분에 고여 있는 기름에 불을 붙여야 하는데, 그러면서 검정 그을음이 상당히 올라온다. 그보단 아궁이에 나무를 넣어 불을 지피는 게 훨씬 더 쉽고 빨랐기에 곤로를 곤란하게 할 일은 없었던 모양이다. 곤로에 쓰이는 기름은 집 위 칸의 어떤 병에 담겨져 있었다. 간혹 기름을 실에 적셔 콜라나 사이다 병에 둘러매어 불을 붙인 다음 기다려 찬물에 담그면 절단을 할 수 있는데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애꿎은 병만 깨 먹는 것이다. 그런 방법은 어디서 배웠는가 모르겠다. 불을 땔 적에는 아빠나 나, 형이 도맡아 했고 움직이지 말아야 했는데, 엄마는 아이들이 휙휙 돌아다니면서 발에 채이고 수돗가도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걸리적거렸을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으라는 얘기를 귀가 닳도록 들은 것 같다. 그래도 부엌일을 할 땐 엄마의 양손에 무언가가 들려 있어서 맞는 일은 드물었다. 대신 잘못된 상황이 발생되었다면 재빨리 아빠의 기분을 살펴야 했었다. 마당으로 끌려가 수수 빗자루, 싸리 빗자루, 불쏘시개 등으로 가리지 않고 먼지 나도록 타작을 당한 경우가 있었던지라 조심해야 했다. 맞는 일도 엄마의 반찬이었을까? 
by 유광식 | 2017/10/12 12:06 | 2017 완주完州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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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10/1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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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10/1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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