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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97/100 날아 온 빗자루
10.19

시골이 평화로워 보여도 가끔은 시퍼런 기운이 맴돈다. 이곳도 또한 삶의 투쟁이 강한 곳이어서 규모가 작을 뿐이지 도시 못지않은 사건들은 빈번할 것이다. 그날은 평온한 날이었다. 군불을 때는 아빠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아궁이 반대편 굴뚝으로 도넛과 구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우리집 마루와 부엌은 단이 좀 다를 뿐 이어져 있었고, 나는 마루 끝에 쪼그리고 앉아있고 아빠는 불을 때고 있었던 일상의 풍경 자체였다. 대신 나는 멍을 짓고 있었다. 아빠는 불을 때다 말고 나에게 무엇을 말한 모양이었다. 응답이 없고 두 번째도 응답이 없으니 빗자루와 아빠의 호통 그리고 나의 울부짖음이 하모니를 이뤄 한동안 강아지는 마당을 내주어야 했다. 나는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아빠의 입장에서 이해해 보기로 했다. 얘가 귀가 아픈가, 정신이 도는 건가, 덜 혼이 났는가 하며 병원도 멀고 돈 들어갈 생각에 그 상태를 빨리 깨부숴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뒤도 안돌아보시고 마당에서 겉으로는 평온한 타작을 했는가 싶다. 두 손을 무릎에 가지런히 올리고 쪼그리고 앉아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생생하고 아빠가 보였었다. 그런데 다른 식구들은 보이지 않았었다. 형과 동생은 방에서 으레 있는 일이거니 하며 태연하게 TV를 보고 있었을 테고, 엄마는 장독대에 가셨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빠와의 대면만이 있었을 뿐이다. 이후로 나는 아빠의 말씀이라면 척척 움직이는 착실한 멍멍이로 새로 태어났다.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후들겨 패야만 교육적이라고 생각하셨는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by 유광식 | 2017/10/19 11:58 | 2017 완주完州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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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10/2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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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10/2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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