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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106/100 계절 향기
11.02

그땐 사계절이 너무도 뚜렷했다. 그에 맞추어 여러 냄새 또한 활개를 쳤고 말이다. 겨울태생이라 그런지 봄여름가을겨울로 칭하지 않고 겨울봄여름가을로 기준을 삼았던 것 같다. 겨울의 눈 또한 향이 있다. 땅을 덮고 대신 올라오는 토양의 향을 품기에 그런가 싶기도 하고 바람의 향을 대신하는 것도 싶다. 질퍽한 진흙탕은 소 막사의 작은 골에 흐르는 소똥과도 같아 상상향기가 났다. 짙은 아카시아향이 진동을 하면 바야흐로 봄철이다. 울긋불긋한 진달래와 함께 개암나무가지를 어른들이 간벌을 하면 정말 쌩쌩하고 킁킁한 깨냄새 같기도 한 그 향이 나쁘지 않았다. 초여름까지는 대체적으로 나무의 향이 앞서가지만 장마 이후부터는 밭작물의 향이 추월을 한다. 수박과 참외는 달겠다 싶고, 한 입 물면 물컹하며 시큼달콤한 빨간 토마토, 딱!하고 꺾어 먹는 재미인 녹색오이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산딸기, 찔레꽃, 할미꽃, 고사리, 미나리, 머루, 살구들이 막간을 이용해 나타났다 퇴장한다. 가을이 되면 곡식의 무르익음이 대단하다. 벼와 참깨, 으름, 감, 대추, 배, 사과 등의 풍요로운 향으로 풍향이 바뀐다. 사실 잡초 또한 알싸한 자연향이 있다. 자연은 서로의 향을 섞은 사라다 같다. 봄철에 길가에 ‘삐삐’라고 불렀던 잡초 아닌 잡초가 있었는데 씹어 뱉으며 집까지 다다른 기억이 많다. 걷기만 하면 정말 지루하니 아이들은 풀도 뜯어먹고 달리기 시합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누굴 몰아서 놀리기도 하는 둥 하굣길을 기획하는 것이다. 아무튼 그 식물 이름은 어떻게 알게 되고 전해졌는지 미스테리다. 토끼풀, 칡의 잎, 호박잎, 쑥, 돈나물, 참다래, 냉이, 배추, 버섯, 무, 강낭콩, 감자, 고구마 등 다 먹을 것들이었다. 향이 같으면 질려 할까봐서인지 자연은 인간에게 여러 형태의 다양한 향기로 쪼개어 준 것 같다. 문득 어떤 향기에 정신이 팔려 시간이 금세 뒷걸음쳐 달릴 때가 있다. 
by 유광식 | 2017/11/02 22:36 | 2017 완주完州 이야기 | 트랙백 | 덧글(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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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11/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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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11/0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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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11/0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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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7/11/0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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