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on_Archive
by 유광식
Note_마무리하며
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나무에 오르내리며 매달리던 기억이 생생하다. 또한 나뭇가지를 꺾고 구부리고 자르면서 나무를 이용한 놀이들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줄곧 나무에 그 어떤 소중함을 감춰두고 싶어졌다. 무엇이면 좋을까? 한창 더운 여름이었다. 한번은 자두를 먹다가 유년 시절 동네의 자두나무 한 그루가 떠올랐다. 그 시절엔 자두를 옹애라고 불렀다. 탁구공만하고 진한 보라색을 띠던 옹애의 맛은 곧장 여름의 맛이었다. 기억은 그렇게 미끄럼틀을 타고는 유년의 기억들을 소환했다. 그렇게 하루에 한 장면씩, 한 장의 사진을 찍듯이 30여 년 전의 일들을 글과 서툰 그림으로 여미게 되었다. 

어린 존재로 태어나 어린 마음으로 늙어가는 것이 순리라는 말도 있듯이, 그 시절의 이야기, 나의 완주 이야기가 어린애마냥 그토록 즐겁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특히나 그림을 그릴 적에는 자연의 색감과 햇볕의 안달을 담아내고 싶은 욕심이 일었다. 학교에서의 반 아이들 얼굴도 생각났고, 산 속의 동물들, 식물들, 집에서 키우던 가축들, 엄마가 해주신 음식, 아빠의 놀라운 도구사용법, 동네의 잔치 등은 그간 잊고 지내던 나의 근원이자 숨은 자원이었다. 멀리 떨어진 고향마을은 이제 변해있고, 그 분위기도 예전과 달라서 크게 정이 가지는 않는다. 다만, 한 시절 외부의 큰 방해 없이 두 다리 한 마음으로 달렸던 경험의 소산이 나도 모르던 새에 태산이 되어 있었던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나의 감각은 여기서 형성된 것임에 틀림없다. 

회색빛 바탕에 존재의 흑심을 그어 나가는 현재의 생활에서, 나에게 그나마 즐겁고 행복했었던, 소중히 여길만한 장면의 꾸러미가 있다는 것은 다른 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참 가슴 벅찬 일이다. 눈부신 햇살에 두 눈 껌뻑이며 찍어 두었던 장면들은 추억의 단편이 되어, 생의 전환시점에 다시 한 번 잘 살아보라며 나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덜 익은 땡감 같은 부끄러운 구성이지만, 그 사실만큼은 달고 숙성된 따뜻한 것이라 자신한다. 그 어떤 것을 다시 찾고, 보고,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닌, 단지 그 시절의 시간을 긍정함으로써 현재의 내 위치가 조금 더 굳건해질 것임을 믿고 향후의 걸음을 단단히 하는 것 같다. 그 시절, 밭 입구에서 내 눈에 담겨온 감빛은 지금도 그 빛을 발하고 있을까?

/17.11.30 광식
by 유광식 | 2017/11/30 21:14 | 2017 완주完州 이야기 | 트랙백 | 덧글(3) |
트랙백 주소 : http://YOOGWANGSIG.egloos.com/tb/317672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at 2017/12/04 15: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7/12/04 16:18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7/12/04 16:33
비공개 답글입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카테고리
전체
• Notice
• News Clip
• You word
- curriculum-vitae
- cyworld.com


• ARTicle
• 전기조명
• 을유년도
• 개울음악
• 으름場 (대화)
• 으름숍 (상점)


2020 「인천을 걷는 게으름」
2019 출판「완주소년」
2019 모임16시-모 자란
2019 옆집이 이사갔다
2019 사진, 도시를 잇다
2019 얼음집이 녹는다
2018 추적 of Sungui-dong
2018 몸 속 어딘가의 녹음
2018 모여라~틴틴 크리에이터!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2018 모임16시-여기저기
2018 작살Harpoon
2017 모임16시-큼큼
2017 완주完州 이야기
2016 모임16시-예술로 찜
2016 이삿짐Moving
2016 행복지구(영업종료展)
2016 인천Cloud
2015 골목길숨은보물찾기
2015 Dokdo오감도
2015 모임16시-Proposal
2015 두 각을 이루는 곡선
2015 식탁
2014 우현project
2014 Non-Settlement
2014 예술과 안방사이
2014 우현로 35,39
2014 tabloid 항문
2014 모임16시-능동적 프로필
2014 주안7동 1342-6
2014 곰표
2014 ArtParTment
2013 삼합
2013 나의 살던 동네-2
2013 길 위에 서서
2013 모임16시-Presentation
2013 폐허 속에서 발견한..
2013 열우물에 고요히 흩어져..
2013 인간탐구
2012 장봉도project
2012 신나는 자존
2012 NightWalkers
2012 중구 내동176
2012 갈산동 421-1,Cort
2012 인천 앞바다에 왜 사이다
2012 독산동 441-6
2012 홍콩•대만Reporting
2012 플랫폼 아티스트
2011 뽕짝•짬뽕document
2011 PLACE 14
2011 :)얼굴project
2011 You're Incheon
2011 MAIL:gangjung
2011 장봉도project
2011 IAP페스티벌
2011 네모랑 산책가기
2011 잊혀진 섬이야기
2011 열우물art-work
2011 인천상륙作展
2010 Lee;사람
2010 삼박자
2010 열우물art-work
2010 예술이 노니는 마을
2010 Asia and Rice
2010 상상공간-DMZ600리
2010 인정투쟁-당신의no.1
2010 일상의 연필I
2010 金沢•京都Reporting
2010 5월,그 부름에 答하며..
2009 소통&만남
2009 마음의 지도
2009 東川PhotoFesta
2009 억장,무너지다
2009 비정규 차이다?
2009 교육현장
2009 판단중지
2009 변형된 초상
2008 마음의 지도
2008 Gift
2008 시의 변신
2007 인권찾기 미술행동
2007 마음의 지도_인천
2007 설화로 풀어보는 인천
미분류
2007 빛 좋은 인천
2014 日記
2016 面目
2019 순간.팍
E-MAIL
yooaull@hanmail.net
태그

skin by jes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