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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뭣허냐?
6월 7일 
탁한 가운데 맑음 


화산면소재지에 가고자 서둘러 나섰다. 일기예보는 폭염과 오존주의보, 미세먼지 나쁨이라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나섰다. 어짜피 나무들이 걸러줄 것이란 되도않는 믿음과 함께 말이다. 가다가 황재남 작가님이 걸어가는 나를 불러세워 음료수를 같이 나눠 마시기도 했다.(몰래가 안 된다.) 왕복 22Km인지라 2시간 반씩 5시간을 예상하고 걸었다. 가는 길은 오르막이라 조금 힘이 들었다. 그렇다고 올 때가 힘이 들지 않는 게 아닌 피로가 누적되어 피차 마찬가지일 것이다. 

화산면은 내가 유일하게 큰 동네로 기억하는 곳이다. 서울로 이사를 가지만 않았다면 늘 동경하고 조금은 두려워했던 화산중학교에 입학했을 것이다. 중학교는 뭔가 대단한 모험이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었다. 차도로 가는 바람에 시끄럽게 안전에도 유의해야 했다. 그 땡볕에 걸어가는 이는 나와 새들 뿐. 자동차는 왜그리 빨리 달리는지 아우토반 저리가라다. 두어 번 퍼덕퍼덕 느낌의 싸이클 타는 이들이 슬쩍 지나가기도 했다. 착 달라붙은 싸이클의상에 착 달라붙어 타고 가고 싶단 상상을 해보지만 내겐 두 발이 더 믿음직스러웠다. 

면에 다다라 우측으로 틀어 왕수봉에 올라갔다. 이유는 등산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어서다. 올라갔다가 풀에 스치고 벌레가 달려들고 고초를 겪었다. 길을 헤맬뻔 했지만 특유의 방향감각으로 면내로 진입할 수가 있었다. 면소재지는 관공서를 제외하고는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변해 있었다. 예상했지만 직접 확인하게 되니 조금은 화도 나고 찾지 않았어야 했는가 싶기도 했다. 그래도 기억 따라 왔으니 보여지는 것마저 팽개친다면 오히려 어리석은 자가 될 노릇이다. 다리를 건너 처음으로 나오는 경찰서. 왼쪽으로 가면 화산중학교와 이모집, 할아버지집, 우리집이 순차적으로 나온다.(대신 멀다.) 우측으로 가면 공용터미널 방향이다. 잠깐 다녔던 주산학원 여선생님이 살던 하숙집이 남아 있었고 농협창고는 현대식으로 바뀌어 있고 농협연쇄점은 하나로마트로 바로 왼편에 새로 지어졌다. 화산초등학교 정문 앞에 있던 이발소와 문구점 2곳은 정말 기억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곳이 되어 있었다.(문구점에서 나는 제도샤프를 몰래 훔친 적이 있다.) 화산초등학교는 아직도 이순신장군이 발도 얹히지 못할 째끄만한 거북선과 함께 땅땅히 서 있다. 그 뒤쪽으로 걸어가면 면사무소가 나오는데 그 위치가 조금 조정된 듯 하고 낚시바늘 2바늘 시술을 받았던 보건건물은 노인복지센터가 자리잡고 있었다. 터미널 쪽으로 가면서 엄마랑 갔던 방아간 입구를 찾지 못했고 미용실이 위치한 하천변 쪽 라인은 집들이 다 없어져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터미널은 그 기능이 축소된 듯 했다. 당시엔 회차를 해야 해서 공간이 넓었는데 이젠 여러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버스도 그냥 지나가는 코스가 아닌가 싶다. 터미널 슈퍼 앞 펌프수도는 당연히 없어졌고 대신 오래된 느티나무는 그대로 서 있었다. 그 아래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화산면은 많이 침체된 모양새다. 갠적으로 서글픈 생각이다. 그런데도 주변 도로망은 더 넓어지고 확장되어 있었다. 주거보다는 통행에 우선시된 변화가 더 많았다. 선거기간이라 후보자를 홍보하는 방송차량만이 조용한 마을의 소음이 되어 날아다닌다. 오래 머물지 않고 다시 발길을 돌렸다. 갈 때는 차도를 피하고 농로를 이용해 절반 길이 정도를 갔는데 안전할 뿐더러 지름길이었다. 뜨거운 햇볕에 오래 노출된 나머지 돌아와 바라본 종아리는 잘 익은 양파만큼이나 새아빨갛게 말랐다. 피로가 넘쳐왔고 어느 아주머니의 사투리 '뭣허냐?'가 귓가에 맴돌았다. 내리쬐는 뙤약볕에 5시간반 행군, 정말 뭐하는 짓인지..

푸른학교 앞 밤나무 한 그루. 한 그루지만 건너편으로 지나가는데도 향기가 엄청 진했다. 포스 있었던 밤나무.

화산한우가 언제부터 유명해졌는지 모르겠다. 한우의 인생이란ㅠㅠ

왕수봉에서 내려다 본 화산면 소재지. 중앙의 큰 건물이 농협이다. 지역에서 농협과 하나로마트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농협조합장의 파워가 세다. 

설립년도가 1989년이니 내가 이사간 다음 해 만들어진 비다. 이렇게 못생긴 돌을 고르기도 힘든데.ㅠㅠ

트랙터 궁뎅이는 정말 대단하다. 농사는 다 트랙터 궁뎅이로 짓는 것 같다. 힘이 장사고 여러 장치들이 나는 궁금할 뿐더러 관심이 많다. 커다란 두 바퀴로 지지하며 모든지 갈아 엎어 버리는 그 힘센 능력은 어디서 배운 거니? 썩어 빠진 적폐도 너가 좀 엎어 주면 안되겠어? 

다 나가고 위험건물이 되어 스산한 분위기만 풍긴다. 이 맞은편에 있던 건물들이 싹 사라졌다.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보상 후 철거한 모양인데 내가 보기엔 조만간 이쪽 편도 그래야할 것 같다.ㅠㅠ

저 끝에는 경천저수지가 있다. 계곡물이 흘러 마지막으로 당도하는 저수지다. 화산붕어찜은 저수지 덕을 톡톡히 보고 있을 것이다. 오리야? 내가 다시 오리다. ㅋㅋ

트랙터와 경운기 모습보다는 저 차량이 더 바쁜 모양이다. 무언가 부어 만드는 시설이 많아지고 있다. 한우의 저택인가? 한우가 울겠다. 우우~우~

난 돌아갈 때까지 이 양파를 잊지 못할 거 같다. 마늘도 있지만 마늘보다는 양파를 더 많이 보고 있다. 왜 몰랐을까? 내 종아리도 밭에 널부러져 뜨거운 햇볕을 참고 쬐어야 했던 양파의 처지와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한편 장끼(꿩) 두 마리가 놀라 날아 올랐다. 수컷은 소리를 내지만 암컷은 소리를 내지 않아 심장이 들 놀랐다.  

다리 꼰 감나무. 참으로 요염한 자태가 맘에 들었다. 단감나무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올 가을 주황색 감을 많이 낳도록 해라. 

요즘 농촌은 스마트함을 응원합니다. 충전이 필요하다면 이 정도 센스는 발휘해야지.ㅋㅋ

이젠 돌아오는 길에 저 산봉우리를 보면 마음이 놓입니다. 다 왔다는 표시이지요. 이미 녹초가 되었지만 힘을 내어 가봅니다. 자연은 오늘 나를 말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말렸습니다. 말라서 양파가 되었다는 소식ㅎㅎ 내일은 사전투표일입니다. 이틀간의 사전투표! 모두 소중한 한 표의 권리를 누려봅시다. 그래서 고산면사무소에 갑니다.
by 유광식 | 2018/06/07 21:26 |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 트랙백 | 덧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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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8/06/0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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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8/06/0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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