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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오!소리들
6월 9일 토요일
맑음


토요일이라고 시장에 나가면 사람들이 많겠지 생각했지만 나가지 않기로 한다. 어제 점심에 고양이 한마리가 마당을 유유히 걸어 대문 밖으로 빠져 나갔다. 중간에 나를 확 한 번 돌아보고 말이다. "너 뭐야?"하는 식이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린다. 평상시 들리는 소리가 아닌지라 주말을 이용해 놀러 온 자식들의 아이들이란 생각을 해 본다. 주말에도 양파수확철인 지금 쉬는 것은 없는 듯 경운기 엔진소리가 요란하게 흐른다. 새소리는 중간중간 지방방송처럼 찌지직~ 한다. 감나무 가지를 잘라내는 엔진톱 소리와 함께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한편, 이곳에도 오토바이족들이 저수지 배출수 소리마냥 굉음을 내며 가는 소리가 주말풍경으로 읽힌다. 마을에 들어온 지 7일이 되었다. 크게 뭐가 변했고 알았고 해야하고 하는 것들이 없다. 그저 눈부신 낮빛과 칠흑같은 밤빛의 반복만이 있을 뿐이다. 매일매일의 기록은 해두지만 의무감이 없지 않고 조바심 아닌 조바심도 난다.

몇 번은 이른 아침 주인친척 어르신으로 보이는 분이 잠깐씩 마당에서 마늘을 손보고 가신다. 조용히 들어와 조용히 나가신다. 오후엔 또 주인친척분 되시는 동네분과 손자뻘로 보이는 한 분이 같이 와서 사람 사는 것에 놀라워 하셨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고 있으신 모양이었는데 집에 돌아가 다 같이 얘기하면 알게 될 일이다. 다행히 남자 어르신은 작년에도 그랬다며 사람 사는 게 좋지 하신다. 

오후엔 마루 앞 위 말법집에 말벌 하나가 왔다갔다 하길래 봤더니 애들을 키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 제거할 마음으로 식칼로 썰어 떼어 냈다. 말벌에겐 잔인했겠지만 지퍼락에 넣어 빨래건조대에 널어 놨다. 말벌 한 마리는 꿀벌 1,000마리인가를 대항한다고 한다. 그래서 발견즉시 제거해 태워버려야 하는 것이다. 이 집 처마 밑에는 말벌이 서식하기 딱 좋은 따뜻한 흙소재가 있는 곳이라 곳곳에 상처생채기가 많다. 사시는 분들이 제거한 말법집만 군데군데 많았고 때우지 못한 흔적이 영광의 상처처럼 남아 있다. 

홍성철샘이 사는 모습 좀 올려달라 하는데 내키지 않는 이 심정을 이해하실라나 모르겠다. 아직은 기운이 "안남마을에서 잘 살고 있습죠!"라며 하기 거시기한 심정이 앞선다. 주민분들은 양파수확으로 매일매일 바쁘시다. 나 또한 각종 벌레퇴치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가버린다. 멀리는 못나가고 나가더라도 근방인데 날이 너무 뜨겁고 산책하기 좋은 환경은 아닌 듯하다. 마당 안 널어져 있는 마늘을 보며 오늘은 얼마나 말랐을까 궁금해 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마치는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도시일에 대한 처리마감도 은근 스트레스다. 

마늘의 인생에서 수분기 없는 시절이 지금인 것 같다. 날 뜨겁고 그런데 너무 마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다. 말라라~ 마늘아~

나는 말법집을 말린다. 말벌은 해로운 벌로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다. 궂이 사람을 쏘거나 그러진 않지만 덩치가 크고 주변 일벌들을 못살게 하니깐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한다. 발견 즉시 처리하는 것을 어른들을 통해 보아 왔다. 미미하지만 나도 저걸 땄다. 원래는 저거의 10~20배 정도의 크기로 라퓨다성처럼 큰 집을 보면 두렵다.

전기선 때문에 그러는지 모르지만 감나무 가지를 잘라내는 작업을 한다. 크레인까지 와서 윗쪽 가지를 엔진톱으로 단숨에 잘라 버리고 가면 뒤이어 다른 사람들이 대나무갈고리를 이용해 가지를 밑으로 잡아당겨 처리한다. 많이 자르진 않았지만 왜 저만큼 자르고 사라졌을까 궁금은 했다. 사람들 소리가 왁자지껄했다.

소양간 옆 벽인데 사실 집 모두가 다 이렇다. 옛날 우리집도 그랬지만 이 집이 더 꼼꼼해 보인다. 산에서 나무를 얼키설키 끈(새끼)으로 묶어 형태를 만든 후 흙과 짚을 배합해 만든 죽을 붙여 만든 집. 전형적인 황토흙 소양간인 셈이다. 이제는 세월의 길이만큼 말라 쩍쩍 갈라졌는데 색깔의 이유로 메주가 익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메주를 장으로 담그기엔 사람의 생이 짧았던 모양이다. 부서진다. 

건조대 아래 건조기. 건조기는 사실 더럽게 시끄럽다. 그런데 한 2~3일은 틀어놔야 하기에 그 소리가 벌떼소리처럼 매섭다. 대형 드라이기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전기도 많이 먹는다. 이 마을에 건조기가 있는 걸 보면 밭에 고추는 없으니 감을 건조하는 것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 길가에 곶감건조기설치 간판이 많았었다. 그거 아니라도 이래저래 말릴 수 있는 건 다 말렸을 것이다. 특히 볕이 부족한 겨울에 말이다. 난 말리면 안된다. 암 그렇고 말고.

자연재료의 집합체. 지붕재료로 당시의 흙, 나무가지, 대나무, 소나무, 짚 등이 보인다. 천연박물관인 셈인데 말벌들이 자신들의 무거운 집을 붙여 놓아야 해서 그걸 제거하다 보면 이렇게 흔적이 남는다.(아닐 수도 있다.) 처참하지만 신기하게 물끄러미 쳐다본다.
by 유광식 | 2018/06/10 08:57 |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 트랙백 | 덧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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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8/06/1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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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8/06/1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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