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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뭉게뭉게 밤숲
6월 11일 월요일
흐린 후 비


흐리더니만 오후에 비가 오기 시작했다. 여기 와서 처음 비를 맞이했다.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똑똑'과 바닥에 다시 떨어지는 '툭툭'이 서로 화음이 되어 노래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비는 세차게 오진 않았지만 폭삭 내릴적에는 가슴 속이 다 시원했다. 같은 빗줄기이지만 도시에서 내리는 비는 절대 맞으면 안된다는 의식이 앞서지만 이곳에서는 작물들의 소중한 생명수도 되고 감잎을 물청소하는 것마냥 반가운 일처럼 환영하게 된다. 요 며칠 실개천들은 가뭄이었는데 잘 된 일이다. 대아호 큰 세숫대야에 물 좀 찼겠다.

어제 밤 밥솥에 관한 민원을 넣었다. 처리자인 홍성철샘이 자신이 직접 고치든 수리를 하든 하겠다고 하는데 운명이 어찌될지 모르겠다. 하얀 쌀밥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올라야 하겠으나 이건 밥솥 전체에서 김이 새어 나와 모락모락인 것이다. 당연히 밥알엔 찰기라곤 하나도 없는 찰떡부합이다. 그래도 생존을 위해 오도독오도독 씹어 삼킨다.(누굴 씹고 있었던 건 아닌지ㅋㅋ) 으읔!! 잘 처리해 주시리라 믿는다. 자전거는 없어도 된다.

비 소식을 알고 있었지만 날이 맑긴 맑아서 위쪽 북성골에 한 번 올라가보고 싶어졌다. 작은 보 하나가 있어 거기까지 다녀오기로 하고 나섰다. 중간에 수탑도 하나 있고 그 옆에 오래된 원두막이 하나 있는데 은근 정성드려 만든 것 같다. 흙으로 천장을 마감하고 대신 지붕은 슬레이트를 얹었다. 슬레이트는 대략 7~80년대 산물이니 연령을 짚을 수 있다. 더 재밌었던 건 원두막 안 천장에 회전선풍기가 달려 있다는 것!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그 위로부터는 논농사가 많이 이뤄지고 있었다. 보 아래로 층층이 논이 자리하고 있었고 묘 옆 벌통도 3~4개 보였는데 데코가 환상이다. 북성골 위쪽엔 독을 만들기도 한 곳이 있다던데 다음을 기약했다. 멀리 산자락에 밤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사실 밤꽃이 이쁘진 않지만 그 진한 꿀향은 길 따라 들이마시게 된다. 산자락 밤꽃 핀 모양새도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듯 몽글몽글하다. 마을 입구 느티나무도 그랬는데 오래도록 산 나무들일수록 뻗치지 않고 둥글게둥글게 되는 건 아닌지 미루어 짐작해 본다. 바위가 바다에 이르러 모래가 되듯이 말이다. 작은 보가 하나 있는데 수심이 그리 깊어 보이진 않았지만 오래도록 마을의 가뭄대비 물창고로 톡톡히 작용했을 것 같단 생각이다. 갑자기 한 방울 한 방울 물이 내리는 것 같아 서둘러 뒤돌아왔다. 하늘에 구름은 먹을 탓는지 검어지는 넓이가 커지고 있었다. 급기야 집앞 50m 정도 남기고 소나기가 왔고 나는 쓰레빠 처지로 개구리처럼 팔짝팔짝 뛰지 않을 수 없었다.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설램의 장면은 아니었지만 비가 더 내리길 바라는 맘은 컸다. 내리고 그치고 내리고 그치길 반복했는데 전반적으로 세차단 느낌보다 평화롭게 내린단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왼쪽은 흙, 오른쪽은 시멘트. 이 집은 뒤쪽 1/3를 확장했다. 집 넓혀가는 맛은 지금이나 옛날이나 똑같네..

새벽에 조금 비가 온 모양이지만 난 모르는 일. 멀리 운암산 봉우리에 운무가 가득하네.

소양간 안 오래된 나무함. 돌아가신 분들의 생활도구가 가득이다. 오늘도 말벌집 하나를 제거하고 마루밑 운동화 등 신발들이 모여 있음을 목도하다.

마늘은 요상한 놈이다. 어쩌면 땅의 효능을 쏙쏙 빨아들여 인간에게 전달해 줄까나. 피부색 같은 것에 멍든 건 아니지만 보라색 빛깔이 자신을 좀 더 신비하게 치장한다.

수탑이 왜 있을까 고민을 해보지만.. 구름의 자태가 심상치 않다.

수탑 옆 수닭들이 꼬끼오를 남발함. 낯선이라 그런가? 이 원두막은 천장에 선풍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첨단을 달리는구나. 원두막이 여름을 꼬시려고 별 짓을 다하는구먼. 나중에 알고보니 모정[茅亭] 이라 부른다고.

멀리 밤숲이 몽글몽글하다. 유년시절엔 아카시아꿀과 밤꿀을 구분하기를 나무색깔로 나름 생각했다. 밤나무는 좀 짙은 고동색이고 아카시아 나무는 좀 연한 베이지색을 띄기에 이에 맞춰 꿀의 종류를 파악했다. 좀 더 짙어서일까 밤꽃향은 겁나게 짙은 게 사실이다.

비가 오기에 서둘러 내려 간다. 수탑과 원두막이 보이나 멀리 산 너머 하늘을 주시하며..

운무의 양이 운암산 꼭대기에 걸렸다. 구름 위 바위라는 운암산이 친구를 만난 것인지 푹 안겨 있다.

비가 한참 온 후 마당엔 맑은 내가 생겼다. 노란 꽃잎이 물 먹은 자세로 호소한다. 내일 회담 잘 되게 해주세요라고??ㅋ
by 유광식 | 2018/06/11 22:17 |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 트랙백 | 덧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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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8/06/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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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8/06/1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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