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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습도 3단
6월 26일 화요일
흐리고 비


어제 전국에 장마비 소식에 조금 움찔했는데 아침엔 정작 비가 그쳐 있었다. 새벽에 온 모양으로 처마밑 땅패임이 이를 증명하듯 젖어 있다. 아무렇지도 않듯 빨래를 했고 거미줄이 점령한 건조대 대신 처마밑에 옷걸이를 이용해 널어 두었다. 제비가 타닥타닥거리면 날아 다녔고 멀리 감봉(운암봉)이 안개구름을 이불 삼아 취침중이다. 오늘은 '한 달 살기' 공유테이블 발표가 있는 날이라 아침부터 서둘러 자료를 준비하고 채비를 하였다. 다행히 박성현 작가님의 도움으로 픽업이 가능했다. 안그랬으면 고산까지 비맞으며 걷고 그 기분으로 버스를 타고 용봉초앞에서 내려 툴툴거리며 걸어들어갔겠지 싶다.ㅋㅋ 기다리며 마당앞에서 어슬렁 거리며 사진을 담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가 있었느니 사람이 아닌 고양이 두마리. 아빠고양이과 엄마고양이가 대문아래 틈새로 들어오는게 아니라 문을 밀고 당당히 들어오다가 나를 보자 서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고양이들이 잠깐 잘못 들어왔다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나갔는데 싸우는 소리, 야옹 소리,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들렸다.

금방 갔다. 걸어서 갔드라면 3시간은 족히 부족한 거리였다. 그런데 자전거가 있다면 1시간이면 갈 수도 있었겠단 생각을 해보았다. 쾌속으로 당도한 누에. 뽕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주변은 공사판. 이판사판. 좀 습했다. 안남에서는 습하단 기운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곳은 습기가 안남이 1단이면 여긴 3단 정도 된 느낌이다. 아무래도 관공서들이 모이는 장소는 좀 젖는 뉘앙스가 있다. 좁은 공간에 모인 이래저래 작가들, 이장님, 문화이장님, 재단관계자 몇 명이드라? 10여 명은 되었다. 프로젝트가 아닌 모니터인지라 사진 보기는 더욱 좋았지만 무언가 서로간의 온도가 형평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를 하자니 좀 설익은 살구 먹는 느낌?ㅋㅋ 암튼 주어진 시간을 다 긁어먹고도 배가 고팠는지 빡빡 긁어 시간이 좀 추가되었다. 늘 느끼는 거지만 공연자들의 심정이랄까 반응이 탐탁치 않으면 초조해지고 실수하고 미흡함으로 마음 속 스크래치를 얻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과 낯선이들과의 공기를 중화시키는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었다. 마늘은 비가 오는데 잘 마를까? 생각하면서 처해 있는 상황을 잘 헤쳐야 하겠단 생각만 앞서고 그러나 무겁던 습기는 좀처럼 빠지질 않았다. 참여한 작가군은 마을에 있는 작가와 (예술가의)방에 있는 작가 두 부류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신구의 차이, 활동의 차이, 장소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발표는 공유의 자리가 아닌 단지 어떤 이유였지 아닐까 넘겨 짚어보게도 된다.

봉동의 뷔페식 '새참수레'에 갔다. 음식이 깔끔하니 미니 피로연 식당에 온 느낌이다. 나는 욕심부리다가 국자에 달라붙은 미역을털다가 부젼에 흩뿌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다양한 음식을 먹었지만 무얼 먹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뷔페음식. 그래도 버섯튀김이었는지 색다른 버섯반찬은 정말 맛있었다. 식사 후 후루룩 사라진 사람들. 성현 작가와 뒤돌아 돌아가려니 적적한게 사람 심정! 다시 재단측에 가서 작은 언덕위에 자리잡은 옛 완주군수 관사, 어울림카페에 갔다. 어울림이란 이름은 정말 이곳저곳 많은 것 같다. 이름이 나쁘진 않지만 완주군의 특성을 고민해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다. 이름이 너무 흔해 드라이하다. 나는 완주태생으로 애착이 깊다. 그래서일까 기회가 되면 지적도를 그려봐야겠다. 완주 지적도, 인천 지적도, 지적 수준?ㅋㅋ 박성현 작가와 그간의 회포를 풀듯 이야기를 주고 받다 끌어들인 홍성철샘과 함께 3자대담이 이뤄졌다. 그간 다하지 못한 세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나는 바람 센 에어컨 온도가 거슬렸다. 가방에 긴팔 티셔츠가 있었지만서도 꺼내입지는 않고 말이다. 완주, 군, 문화, 마을, 자연, 농사, 어르신, 귀향, 귀촌, 기관 등의 다양한 테마를 가지고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자리가 오히려 오늘 발표의 습도를 낮추는 역할을 했던 거 같다. 그러면서도 에어컨은 정말 세다고 생각했다. 관사모델링은 또 좀 거시기했다. 아무튼 문을 열고 나오니 다시금 뜨거운 물기운이 나를 감싸듯 축축!! 부축하는 거니?? 박성현 작가가 타이어를 줍고 싶다고 해서 후보지 한 곳을 알려주고 복귀했다. 처마에 걸려진 티셔츠 하나가 바람에 날렸는지 지붕위로 고꾸라져 절반이 젖어 있었다. 그래도 안남마을은 습도가 적정이다.

거미줄이 정말 자란다. 고기잡이 그물 못지 않게 사람이 살지 않는 공간은 거미가 점령해 가는 것 같다. 거미가 마늘을 먹으면 사람일 될까?

생활자재로 쓰일 마른 대나무. 그러나 주인 없어 낡아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오래 걸리겠지만 말이다.

쟁이. 이랴이랴 워어 워어어 일소 한 마리와 밀당을 하며 쟁이질 하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겹치는 풍경이다. 지금은 트랙터에 연결해 한 번에 쟁기 10개도 넘게 갈 수 있으니 좋은 세상은 좋은 세상인가부다. 그러나 녹스는 건 어쩔 수 없다. 일거리가 없나부다. 기회되면 나랑 한 번 기차게 갈아보자 쟁기야~. 나는 개구쟁이다~. 
by 유광식 | 2018/06/26 18:05 |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 트랙백 | 덧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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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8/06/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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