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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태양의 오후
6월 27일 수요일
맑음


새벽에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빗줄기와 바람이 불었다. 이전에 비가 올적에는 착했던 거 같은데, 이번에 정말 세차게 왔다. 그런데 아침에 밖을 보니 나의 마음만 무너졌을뿐 집은 온전했고 감잎들이 조금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널어진 마늘이 처마 안쪽으로 살짝 더 옮겨진 듯 한 걸 보면 이른 아침 어르신이 오셨다 갔나 보다. 미묘한 변화는 늘 마늘을 보면 알 수 있다. 새벽에 비가 왔냐 싶을 정도로 날은 무척 맑았고 정적이 감돌았다. 뻐국이와 참새들의 소리가 조금 양념을 친다. 고양이를 오늘은 3마리를 보았다. 아무래도 이 집이 고양이들의 만남의 장소인 것 같다. 아기들은 비를 피해서 안전한 곳에서 잠을 자고 있겠지? 모레면 집으로 올라간다. 태양의 직진은 마늘을 열심히 말리고 있다. 빨래도 말리고 마당도 말린다. 그러고 보면 태양은 이 지구를 말려 증발시키려고 안달을 하는 것도 같다. 다행히 구면체라 절반이 식어 태양의 속셈은 늘 도전인 것이다. 제비들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루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잘 나는 건 같진 않은데 착지는 잘 하고 어쩌다 보면 굉장히 속도를 내고 그런다. 옆으로 기울어 있기도 하고 옆 친구를 쪼기도 하며 논다. 녀석들 기분이 날씨만큼이나 좋은가보다. 

곧 완주의 생활도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정확히는 한 달이 아니지만. 갈 때가 되니 오늘 미수금도 들어오고 교육문의도 들어오고 도시에서 나를 흡입하려 시도한다. 가면 정말 바뻐질 것 같다. 일부러 여기에 있단 핑계로 여러 일들의 논의에서 열외감을 편안히 느꼈었지만 이젠 아니다. 완주에 내려올 생각이 있냐는 모 작가의 이야기에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준비하지 않고 내려오진 않겠다고 했다. 장소를 옮긴다는 것은 기대보다는 실제이기 때문에 조사와 연구가 매우 타당해야 한다. 옛날이면 그러지 않겠지만 요즘은 정보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공식이 바뀐 것이다. 활동의 기반을 먼저 가지고 주거를 계획해야 할 듯. 동시에 되면 더 없이 좋겠지만 주거 다음에 활동계획은 처량할 뿐더러 경쟁시대에 맞지 않는 자폭일 수 있다. 아무튼 완주에서의 생활이 내게 편안한 안식을 준 것임에는 틀림없다. 어제 공유테이블 발표를 마친 후라 그런지 맘이 한결 가볍고 그렇다. 날도 맑아 심정을 대신하지만 먹구름이 시속 30km 이상으로 몰려오는 것을 보게 되니 저녁에 한바탕 사달이 날 것도 같다.  

마늘이 상전이네. 비가 오면 명당 자리엔 아무래도 알이 토실토실한 마늘더미가 자리를 깐다.

마늘과 수수빗자루. 저 빗자루로 많이 맞아 봐서 그런지 쉽사리 손에 쥐지 않는다.ㅋㅋ

지붕의 색깔이 건조대 안쪽을 물들여 둥지를 튼다. 태양빛이 저 아래서 햇볕을 피하고 싶었나? 이게 뭔 말이여 그 말이여.

사람이나 식물이나 깨끗한 물기 머금은 촉촉함이란 거짓 없는 녹색이 가져다 주는 성장.

토실한 마늘. 알 찬 마늘. 저거 백만개 먹으면 정말 사람 될 것만 같은 마늘. 마늘. 마늘은 힘. 힘 딸리면 마늘. 마늘.

새벽에 세찬 비바람에 너가 품던 두리감님이 탈출하셨군. 근무태만 감잎받침. 곧 어두운 빛깔을 머금고 자연으로 되돌아갈 것이네. 안녕~! 

드리워진 빛이 마늘을 말리는 건지 키우는 건지 의미로서 헷갈린다. 볕이 참 좋은 오후녘. 마늘 너는 잠을 자는 건지 모르게 아무런 소리도 없구나. 마르면서 고통이 없단 말인가? 너야말로 말리는 인생 그 자체구먼.ㅋㅋ
by 유광식 | 2018/06/27 18:01 |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 트랙백 | 덧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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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8/06/2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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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8/06/2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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