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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완주문화재단] e-문화밥상_vol.17_Weekly Pick
존 버거․장 모르의 ‘행운아’




# 마을 전체의 기억을 저장하는 장소로서의 인간

작년 1월 2일, 존 버거가 타계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왠지 모를 슬픔으로 새해를 시작해야 했다. 그는 세계적인 인물이었지만 그가 머물고자 했던 세계는 자연이 비추는 조금은 비껴난 일상, 그 속에서의 사색이었던 것 같다. 여러 저서 중에서도 그의 오랜 동료 장 모르와의 공동작업인 ‘행운아’는 그의 사색적인 면모와 가치를 돋보이게 했다. 아흔의 나이를 끝으로 좀 더 편안한 장소를 찾았을 것만 같은 작가에 대해, 두 달 후 한국에서 열린(미리 계획되어 있던 전시였음) 그의 전시에 가보는 것으로 마음을 깊숙이 여미게도 되었다. 

‘행운아’에는 글과 사진을 바탕으로 한 사색이 깊다. 책의 전체적인 맥락은 존 사샬이라는 시골의사를 통해 바라본 인간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 드로잉이다. 조심스럽고 미세한 관찰을 존 버거와 장 모르 두 남자가 행하고, 존 사샬은 인구 2,000명 정도의 시골 마을의 담당의로서 어떤 사명감이 있었던지 혼신의 힘을 다해 마을을 진찰한다. 극히 사실적인 사진과 내면적인 글이 전달하는 감흥의 양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삶의 가치를 한 번 쯤 짚으며 성찰해 보아야 한다는 점으로 모아질 것은 확연해 보였다. 의사도 의사지만 존 버거의 논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시 ‘존 버거의 스케치북/ 2017. 3. 9 – 4. 7/ 지상소’


인간은 사회를 구성하며 지내고 있지만 그 테두리에서 온전히 적응하기도 누구든지 간에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생이라는 길을 잘 걸어가고 있는지, 지금 여기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아야 한다. 인간이이기에 할 수 있는 자기반성적 의식이 바로 ‘인간성’일 것이라고 존 버거는 말했다. 그는 존 사샬이 스스로의 삶에 있어 존재의 위치와 그 책임을 의식적으로 가늠하는 성찰적 면모를 지녔다는 부분을 귀하게 보며 존 사샬이 진정 ‘행운아’라고 말해 둔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웠다. 무더운 기세마냥 세 남자의 차분하고 치열한 기록으로 비춰지는 이 책은 곧 있으면 만나게 될 선선한 공기가 그리는 풍경과도 어울린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장소의 삶에서 행운을 구성하고 있는가 하고 말이다. 

글_유광식(인천, 사진작가)
by 유광식 | 2018/09/10 23:19 | • ARTicle | 트랙백 | 덧글(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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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유광식 at 2018/09/10 18:55
Commented at 2018/09/17 22:3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8/09/20 13:54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8/09/20 14:04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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