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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단독]“BTS 소속사, 포콩 사진서 영감 받은 사실 인정 안 한다면 그땐…”
경향신문 청두|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입력 : 2019.05.09 06:00 수정 : 2019.05.09 06:05 


쓰촨성 청두현대영상미술관에 마련된 베르나르 포콩 영구전시관 입구에 <여름방학> 연작 ‘향연’이 걸려 있다. / 김창길 기자

지난달 27일 중국 쓰촨성에 청두현대영상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사진을 전문으로 한 미술관으로 현대사진예술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미술관에는 ‘연출 사진(Staged Photo)의 선구자’로 불리는 프랑스 사진작가 베르나르 포콩(68)의 영구전시관이 따로 마련됐다. 포콩은 1970년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찍는 ‘스트레이트’ 사진의 전통을 뒤엎고 작가의 세계관을 구성해 찍는 ‘연출 사진’ 개념을 도입해 현대사진의 포문을 연 작가로 유명하다. 

한국에선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와 화보집의 이미지가 ‘자신의 사진에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는 편지를 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전달하며 대중에게 알려졌다. 소속사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이에 포콩은 “법적인 문제를 거론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다만 나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밝혀 달라”는 편지를 한국 에이전시를 통해 여러차례 전달한 바 있다. (자세한 내용은 경향신문 <김창길의 사진공책> 참고, http://h2.khan.co.kr/201903071604011).

미술관 개관 전날 청두에서 사진작가와 만났다. 

자신의 초상사진을 찍기 좋아하지 않는 베르나르 포콩의 모습을 사진가 종 웨이싱(Zhong Weixing)이 사진 찍어 미술관에 전시해 놓았다. 왼쪽은 얼굴을 가리고 있는 포콩의 조각상. / 김창길 기자

“BTS 소속사가 당신이 보낸 편지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편지 말고 또 다른 방식의 의사표명을 계획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포콩은 간단히 대답했다. 포콩은 “나는 나의 의견을 충분히 표명했다. 이제는 BTS 소속사가 답변을 할 차례다. 내가 당신을 만난 것은 나의 또 다른 입장을 내놓기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내일 개관하는 미술관에서 나의 작품들을 직접 감상하고 판단해보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 ‘리’가 베르나르 포콩의 <여름방학> 연작 사진들을 살펴보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예술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듯 포콩은 BTS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작품세계를 잘 알고 있는 프랑스 작가 아르튀르 드레퓌스를 소개했다. 한때 한국에 체류했던 드레퓌스는 2017년 한국의 청년 문화를 미국에 소개하는 책을 쓴 작가이다. 드레퓌스는 중국 전시에 맞춰 공개한 베르나르 포콩의 삶과 철학을 담은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참여했다. 드레퓌스는 BTS 화보집 <화양연화>를 포콩에게 건네준 이다. 이날 만난 드레퓌스는 당시 “포콩이 BTS 화보집을 보고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재밌다’고 말하며 웃더라”고 말했다. 

포콩이 창조해낸 유년의 이미지들은 다양한 분야에 영감을 주었다. 청두현대미술관 소개 책자에는 포콩이 “사진 분야는 물론 전위 예술가, 소설가, 감독, 패션 디자이너, 정신분석학자, 그리고 K-Pop”에 영향을 끼쳤다고 적혀 있다. 사진 비평의 고전 <밝은 방>을 쓴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포콩의 사진이 “매혹이라는 존재 그 자체”라고 편지를 보냈다. 중국 아방가르드 미술가 쩡판즈의 가면 시리즈도 포콩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 일본에서 포콩의 대중적 인지도는 높다. 포콩의 마네킹 사진연작 <여름방학>을 흉내내 마네킹을 이용한 시트콤 ‘푸콩 가족(Fuccon Family)’이 TV를 통해 방영돼기도 했다. 미국의 샌디 스코글런드, 네덜란드의 어윈 울라프 등 세계적인 사진작가들도 포콩의 작품세계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드레퓌스는 “BTS는 단순히 노래만 하는 그룹이 아니다. 이미지와 음악이 섞여 있는 뮤지션들이다. 그리고 BTS의 이미지는 포콩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사진 한 장이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과 콘셉트를 활용했다”고 주장하면서 “BTS측은 포콩에게 고맙다고 해야하는데 대답이 없다.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포콩이 돈을 원한다고. 포콩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드레퓌스는 ‘포콩의 작품이 BTS 화보집 등에 영감을 주었다’는 주장과 관련해 “화보집 <화양연화>에 등장하는 멤버들의 의상을 보자. 그것은 한국의 청소년들이 입던 의상들이 아니다. 1930년대에 유행했던 유럽, 특히 프랑스 스타일이다. 포콩은 그런 옷들을 입은 마네킹들을 촬영해 <여름방학> 연작을 사진에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BTS 소속사는 이와관련 흔한 아이디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드레퓌스가 대답했다.. 

“(BTS 소속사가)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때 비로소 ‘표절(plagiarism)’이 되는 것이다.” 

대학생 자원봉사자 ‘리’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BTS의 ‘피, 땀, 눈물’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과 포콩의 ‘향연’ 사진을 비교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다음날 찾은 청두현대영상미술관에는 포콩 이외에 까르띠에 브레송과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전시관도 있었다. 이날 만난 장뤽 몬테로소 미술관장은 이 세 작가에 대해 “시대를 대표하는 엄선된 작가들이다. 까르띠에 브레송은 정통 사진, 세바스치앙 살가두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대표한다. 그리고 베르나르 포콩은 현대사진의 거장으로 손꼽힌다”며 영구전시관의 의미를 설명했다.

베르나르 포콩 전시관 입구에는 1977년부터 제작된 <여름방학> 연작의 하나인 ‘향연’이 큰 크기로 걸려 있었다. BTS 뮤직비디오 ‘피, 땀, 눈물’의 한 장면과 유사하다고 한국에 가장 많이 알려진 사진이다. 전시 안내를 위해 동행한 대학생 자원봉사자 리(Li)가 BTS의 열렬한 팬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사진을 본 소감을 물었다. 

“깜짝 놀랐다. 초록색 음료를 마시고 있는 사진을 어디에선가 보았던 것 같다고 느꼈는데, 그 옆에 ‘피, 땀, 눈물’과 너무 비슷한 장면의 사진도(‘향연’) 걸려 있었다. 테이블 뒤에 나무가 있는 것도 똑같고, 하늘 색깔만 달랐다. 이 두 사진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들은 분위기가 비슷한 것 같다.”

잠시 말을 멈췄던 자원봉사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방탄소년단은 실의에 빠져 우울했던 나에게 희망을 준 뮤지션들이다. 하지만 포콩의 사진을 본 순간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나는 결코 BTS 멤버들 스스로가 포콩 사진과 비슷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3년 동안 나는 BTS 멤버 7명의 모든 것들을 지켜봐왔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다. 다만, 소속사의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BTS는 계속 잘 될 것이다. 예술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BTS를 계속 응원할 것이다.”

청두현대미술관 베르나르 포콩 전시관에 재현해 만늘어 놓은 포콩의 작업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전시관에는 <여름방학>과 <사랑의 방> 연작 등 BTS 이미지에 영감을 주었다는 사진 대부분이 걸려 있었다. 입구 오른편에는 사진작가의 작업실이 재현돼 있었다. 작업실 창문을 통해 들여다본 둥근 테이블 위에 놓여진 유리잔에는 초록색 음료가 담겨 있고 오른 편에는 작가의 전신 사진이 세워져 있다. 일부 사진작가의 기벽처럼 포콩도 사진 찍히기를 싫어했다. 기념사진을 찍자는 관람객의 요청을 거절하기 미안한지 포콩은 미리 준비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진 찍었다. 관람을 마치고 전시관을 나서는 기자에게 장뤽 몬테로소 미술관장이 말했다.

“베르나르 포콩과 방탄소년단이 만난다면 매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상상해 보자. 베르나르 포콩이 방탄소년단의 사진 찍는 모습을. 멋있는 장면이 펼쳐질 것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5090600001&code=960100&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row2_thumb&C#csidxeee8e89643fe1ca80a9b58a087dc6b8 
by 유광식 | 2019/05/09 08:29 | • News Clip | 트랙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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