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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박정훈| 햄버거 던지고... 무인주문기계 '키오스크'가 펼친 지옥도
등록 2019.05.14 08:12 수정 2019.05.14 11:33
박정훈(parti)님은 배달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입니다.[편집자말]


▲ 2016년 10월 28일 서울 마포구 맥도날드 상암DMC점 오픈 행사에서 조주연 사장이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디지털키오스크를 시연하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아저씨 이거 안 돼요. 여기서 주문할게요."
 
손님은 연신 스크린을 터치하는 시늉을 하며 손가락을 앞뒤로 흔들었다. 집게손가락엔 짜증이 묻어있었다. 디지털 키오스크(무인주문기계)가 안 되자 방황하던 손님이 나를 콕 찍어버린 것이다.

최근 매장 입구 쪽에 있는 키오스크가 되지 않아 카운터를 찾는 분들이 많다. 한 명이 카운터에 서기 시작하면, 기계와 씨름하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던 이들도 카운터로 줄을 갈아탄다. 이렇게 되기 전까지 상당한 눈치 게임이 벌어지는데, 박지성급의 멀티플레이를 하는 직원들은 배달주문과 키오스크에서 들어오는 주문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없기 때문에 손님들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때가 많다.

기계와의 싸움에 패배해 주눅 든 손님은 불안한 눈빛으로 직원들을 찾는다. 나는 주로 카운터 뒤편 MDS(맥도날드 딜리버리 서비스)존에서 배달 업무를 하고 있어, 정신없이 바쁜 직원과 직원들을 애타게 찾는 손님을 둘 다 지켜볼 수 있다.

방심하다 손님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낭패다. 디지털세계에서 낙오한 손님을 구제할 임무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조심스럽게, 혹은 미안한 맘으로 '여기서 주문해도 돼요?'라고 묻지만, 신경질을 내는 사람도 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긴다'라는 속담은 '기계에 뺨 맞고 사람한테 눈 흘긴다'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디지털 소외와 갑질

눈만 흘기면 다행이다. 종종 큰 싸움이 벌어지는데 주로 스크린 화면에 뜨는 주문번호를 확인하고 가져가야 하는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다. 하루는 '저기 구석에 있을 테니깐 나오면 가져다줘'라고 하는 손님이 있었다. 이럴 땐 '손님, 손님~!' 황급히 불러야 한다. 주문번호를 확인하지 않은 손님 때문에 이번엔 직원이 목이 터져라 '503번 손님, 주문번호 확인해주세요!'라고 외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조심해야 할 게, 늦게 등장한 손님이 왜 이리 기분 나쁘게 부르냐고 항의할 수 있다. 모 매장에서는 햄버거 주문번호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가 자신의 햄버거가 나오지 않아 항의했는데, 직원의 태도가 맘에 안 들어 햄버거를 던지는 사건도 벌어졌다. '러다이트 운동'(1800년대 영국 공업지대에서 일어났던 기계 파괴운동-편집자말)은 노동자가 아니라, 디지털에서 소외된 손님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러다이트 운동에 대한 오해를 막기 위해 덧붙이자면, 러다이트 운동은 기계를 파괴하는 우매한 운동이 아니라, 인간을 기계보다 못한 존재로 대하는 인간에 대한 저항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영국노동계급의 형성을 보라).

물론 목표가 기계가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서비스 노동자라는 점이 문제이긴 하다. 노동자들은 디지털에서 소외된 이들이 배출하는 감정의 쓰레기들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매장에 디지털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쉽지만, 손님들을 하루아침에 디지털로 바꿀 수는 없다. 이에 대한 갈등 비용을 저임금 노동자들이 부담하고 있다.

이것은 손님의 노동이 늘어난 것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기도 하다. 자기 등 뒤에 길게 늘어선 다른 손님들을 의식하며 빠르게 스크린을 터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문번호를 끊임없이 확인한 다음 직접 들고 와서 먹고 치워야 한다. 기계의 등장과 무인시스템으로 노동이 줄어든 게 아니라 손님의 노동이 늘어나고 있다.
 
무인시스템이 만든 새로운 업무들

물론, 노동자들의 업무도 줄지 않았다. 위에서 설명한 보이지 않는 눈치 게임과 화가 난 손님들의 화풀이는 물론이고, 종종 고장 나는 키오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키오스크가 완벽하게 손님들의 주문을 대체하지 못하기 때문에 키오스크의 주문과 카운터 주문이 동시에 들어오는 주말 점심시간에는 정말 아비규환이다. 배달과 드라이브스루까지 같이 있는 매장이라면 거기가 바로 지옥이다.

특히, 매장 밖의 무인주문인 앱 배달주문이 늘어나면서 전쟁터의 총알처럼 배달들이 쏟아진다.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지금까지 전용 앱과 콜센터를 통해 배달주문을 받았다. 최근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등 주문중개 프로그램을 통해 배달이 가능해졌고 우버이츠 주문도 가능해졌다. 그래서 '배달의 민족, 주문~!'과 '요기요 주문, 요기요오~!'의 귀엽고 신나는(?) 소리와 맥도날드의 주문이었던 '빠바밤, 빠빠빠암~', 우버이츠의 '띵~ 띵~' 소리가 난무한다.

그 와중에 매장에 전화해서 배달시키려는 아날로그 손님까지 겹치면 전화에 대고 '전화 주문은 1600-××××입니다'라는 영혼을 느낄 수 없는 기계음이 사람의 입에서 튀어나오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무인화를 명분으로 사람까지 줄이니 노동강도는 더 늘어나고 있다.

누군가 기계가 10년 안에 사람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고 용감하게 주장한다면, 기계 뒤치다꺼리하는 노동은 오히려 늘고 있고, 언제 올지 모르는 10년보다 오늘 하루가 중요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게다가 사람값이 기곗값보다 싸다면 10년은 20년이 될지 30년이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서비스노동자 대부분은 최저임금 노동자들이다.
 
기술변화 비용을 노인혐오와 감정노동에만 맡길 것인가?

패스트푸드점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점심을 먹으러 무인주문 음식점에 들어가서 밥을 먹고 있는데 일군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들어왔다.
 
"에휴, 우리는 이런 거 할 줄 모르는디~."
 
익숙한 듯 알바노동자가 다가와서 노인분들이 드시고 싶은 메뉴들을 일일이 찍었다. '제일 맛있는 게 뭐야?', '여긴 뭐 들어가'라고 물을 때마다 터치도 끊겼다. 알바의 얼굴이 점점 상기되고 붉어졌다. 위에서 이야기한 손님들도 대부분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일하다 보면 없던 노인혐오도 생길 판이다.

그동안의 기술발전 담론은 주로 일자리 문제에 한정해 논의됐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디지털 약자에 대한 혐오와, 곧 사라질 쓸모없는 일자리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디지털 약자들의 짜증과 불만이라는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서비스노동자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기술발전을 통해 이익을 얻는 자들이 아니다. 이제 우리 사회 전체가 노인과 노동자들을 비롯해, 기술발전에 따른 소외계층을 위한 디지털 안전망, 디지털복지시스템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기술발전의 목표가 '사람'이라면, 혁신을 위해 투자되어야 할 곳은 연구 개발 분야뿐만은 아닐 것이다.
by 유광식 | 2019/05/14 13:18 | • You word | 트랙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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