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석남동, 2020 ⓒ유광식
그 옛날 학창 시절에는 반공 이데올로기로 인해 북한의 소행을 늘 경계했었다. 지금이야 예전보다 약해졌다고 하지만 이와 유사한 상황은 부지기수다. 어렸을 적에 땅과 관계된 것이라면 부모님들이 모두 싫어하셨고 무조건 성화를 내셨다. ‘땅거지’, ‘땅강아지’, ‘땅달’, '땅크', '땅굴‘ 등의 단어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겹쳐 있는 것이다. 최근 동네 주변으로 땅굴이 몇 개 발견되었다. 지하철 7호선 연장으로 석남역 부근이 부글부글한 것인데, 출입구가 그 자태를 내보이기 시작했다. 멀쩡했던 도로 한쪽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자기 집 앞을 나서자마자 깊고 어두운 땅굴로 들어가는 입구가 생겨났다면 어떤 기분일까? 지하철로 대변되는 현재의 땅굴은 역세권이라는 연관검색어와 함께 그 인기가 상당하다. 버스정류장은 그 효력이 약하지만, 수도권 지하철 노선으로 마을에는 관심이 집중되고 부동산의 첨탑이 자라는 것이다. 공사는 거의 마친 것으로 보인다. 구멍 위로는 캐노피도 곧 세워질 모양인지 프레임이 설치되었다. 지금은 미끄럼타기 좋은 반들반들한 경사로지만 단을 만들어 사람들이 오갈 수 있도록 계단이 생길 것이다. 올 한해 시험 운행을 거쳐 내년 상반기 개통 예정이라고 하는데, 늦어도 좋으니 안전하게만 해달라고 바랄 뿐이다. 노선이 다르긴 하지만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 후 한 두 달간 불안과 함께 탔던 기억이 남아 있다. 땅굴의 발견은 이제 교통의 확장이고 생활 불편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니 옛 어두운 인식은 떨쳐 보내야 할 것이다. 사실 내부는 상당히 밝고 깨끗할 테니 말이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