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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인천유람일기(46) 새날들을 지핀다, 축곶산
새날들을 지핀다, 축곶산



축곶산 정상 봉수대지, 2020ⓒ유광식

새해가 우리 곁에 다가와 어김없이 몸을 비빈다. 작년부터 이어진 코로나 롤러코스터로 불안과 초조가 반복되지만 말이다. 한겨울 기온이 뚝뚝 내려가고, 스팸 못지않게 매일매일 전화기에 찍히는 ‘코로나 날씨’를 숙지하기 바쁘다. 올해는 신축년 흰 소의 해이다. 새 마음과 자세로 내 생애 주어진 1년 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질병 앞에서는 전 세계가 연결되었다고 함이 옳다. K 방역이 아니라 World 방역이 절실한 이유이다. 백신 접종의 편중이 없기를 바랄 따름이다. 

심곡동 늘푸른아파트 앞 삼거리(좌측으로 진입로가 있다.), 2020ⓒ유광식

양지초 뒤 얼어붙은 들판, 2020ⓒ유광식

가정역과 서구청역 사이에 작은 산이 하나 있다. 몸집은 작아도 봉수대 터가 위치한 중요한 산이다. 축곶산이라고 불리던 산은 언제인지 모르게 승학산으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축곶산에는 일명 ‘상아고개’라는 구 도로가 존재한다. 차량만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는 그 길은 마치 산간 지방에 고속도로가 생기기 이전부터 있던 구불구불하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을 연상시킬 만큼 오래된 길로, 인도가 없어 그 맛을 즐기기엔 조금의 꾀가 필요하다.

멀리 축곶산을 향해 나 있는 논둑길, 2020ⓒ유광식

서구청역 3번 출구로 나와서 양지초등학교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산으로 오르는 길을 멀찍이서 짐작할 수 있는 초입이 나온다. 논 사이의 둑길을 조금 걷게 되는데, 이제는 논의 존재마저 신기할 정도이니 살아온 나날이 어땠나 싶다. 아무튼 ‘Z’형 데크 계단을 올라 생태통로를 건너면 작년에 조성된 ‘서로이음길 9코스’라는 푯말이 나온다. 호흡을 가다듬고 무릎에 힘을 주어 내딛기 시작한다.  

서로이음길 9코스 안내판(2020.11 조성 완료되었다.), 2020ⓒ유광식

능선 길과 눈덮인 경작지, 2020ⓒ유광식

축곶산은 100m 남짓한 낮은 산이지만 정상 부근에 봉수대 터가 남아 있다. 북으로는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이 있는 연희동과 심곡동 일대를, 남서쪽으로는 가정동 일대, 동쪽으로는 천마산을 조망할 수 있다. 사방의 위치가 쉽게 가늠되어 가볍게 운동 겸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군데군데 경작의 흔적이 적지 않아서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게 흠이다. 사유지가 많은 것인지 아니면 관례적인 무단경작인지, 잡초만큼이나 인간의 경작능력에 혀끝을 차게 된다. 산에는 점점 흙이 되어 가는 묘지가 많다. 남북으로 뻗은 능선 길에 연갈색 겨울 낙엽이 바스락거린다. 

연갈색 낙엽이 내려앉은 오래된 묘지(장묘업체에서 꽂아 둔 조화가 있다.), 2020ⓒ유광식

정상 부근은 축곶봉수대 터로 보이는 돌무더기 구역이 있는데, 나무 몇 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있었고 묘 한 기가 보초를 서는 것처럼 자리했다. 시야는 넓지만 지난 세월 가정역 부근의 개발로 인해 높은 아파트 빌딩이 담벼락을 그려놓아 검정 그림자를 대신했다. 사람들은 봉수 터에 돌을 쌓아 탑을 만들었다. 어떤 바람을 저리도 촘촘히 쌓아 올린 것일까? 나 또한 돌 하나를 올려 새해 소망을 빌어 보았다. 

봉수대지 안내판, 2020ⓒ유광식

산길과 돌탑, 2020ⓒ유광식

산길에 사람이 없을 것 같다가도 산책 나온 분들이 띄엄띄엄 포착된다. 이날은 마침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괜스레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미끄러운 산길을 내려갔는데, 그 모습에 상당한 조심성이 내비쳐지며 흥미로웠다. 아마도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오르게 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정상 부근의 생활체육시설에서는 부자간의 뜨거운 체력단련이 한창이었다. 인근 도로의 차들 때문에 새소리와 자동차 소리가 겹쳐 들리지만 동네 근처의 좋은 뒷산 격이다.  

가정동 주택병풍, 2020ⓒ유광식

길은 넓고도 흥미로운 높낮이로, 걸었을 때 숨이 가쁠 정도는 아니어서 남녀노소 한 번 산책을 즐겨보면 어떨까 싶다. 작년 4월, 산불화재 사고가 났었는데 체육시설 구역 옆으로 타다 남은 검은 나무들이 그때를 증언하고 있었다. 편백숲과 철쭉동산도 조성되어 있다고 하니 아이들의 자연학습 체험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녹지 않은 눈이 아직도 눈에 밟히는 양지바른 축곶산. 올 한해에는 질병으로부터 일상의 행복을 되찾는 원년이길 바란다. 벌써부터 진달래와 철쭉이 만개한 봄이 기다려진다. 

내려가는 길, 오르는 새해 다짐, 2020ⓒ유광식
by 유광식 | 2021/01/03 20:03 | △ Articles | 트랙백 | 덧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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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21/01/0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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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21/01/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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