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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 들어서며
응봉산에 지은 집,


장소와는 ‘추운 어느 날’로 시작하는 낯선 만남이 많습니다. 인천에 당도했던 첫 장면을 끄집어내 봅니다. 자세한 연도는 잊어버렸지만 이십 대 시절, 아주 오래전의 기억입니다. 한 번은 저녁때쯤 인천역에 내려 올림포스 호텔 쪽을 바라보았던 짙은 풍경이고, 또 한 번은 지금의 내리교회 아래에서 어느 할머니가 운영하시던 삼치집의 왁자지껄한 울림인 듯합니다. 그렇게 담긴 인천이 훗날 거주와 활동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감을 당시 수첩에 남기지 못했습니다. 

일정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모습을 살펴보며 그 이면에 숱한 싸움과 갈등이 자리할 거라 짐작해 봅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인천이 유·무형의 각축장이라는 사실은 자연스러운 추측이고요. 그 중심에 응봉산이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산을 중심으로 길을 가늠하였기에, 고향을 떠나와서도 주변의 산을 유심히 관찰하게 됩니다. 그래서 인천의 입문, 관문 격으로 응봉산을 자주 오르내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바다로부터가 아닌, 육지로부터 인천에 다다른 저는 언제부턴가 서쪽 끝 응봉산 일대를 산책하며, 인천을 수집하고 인천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숱한 흔적이 쌓인 개항장 일대를 은밀히 휘젓는 한 청년이 바라본 장면들과 날씨의 기록을 닮은 작은 일기들은 결국 인천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공부였던 셈이지요. 지금도 인천은 과거와 현대의 줄다리기 싸움에 하루하루가 조용할 날이 없어 보입니다. 그 맥락에서 응봉산은 인천의 돌출을 가감 없이 보여 주었는데, 저는 그 내놓음을 볼 수 있었고, 사유했으며, 나름대로 소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여러 밤을 새우고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에서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는 ‘집,’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집은 날씨가 가꿉니다. 예전에는 날씨가 농업에만 필요한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상황에서 중요했지요. 그 목적이 다르긴 하지만 이젠 그 누구도 날씨의 손길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응봉산에는 실제로도 기상대가 있지만, 응봉산 그 자체야말로 ‘인천의 기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산기슭은 인천의 뒤뜰이고 자유광장은 인천의 앞마당이며, 개항 때부터 자라고 있는 플라타너스는 든든한 형처럼, 기둥처럼 느껴졌습니다. 지속적인 산책이 가져다준 작은 사색들은 나의 일상이 지역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자기 동력적인 깨달음으로 모였고, 이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작업을 이어가도록 다독이는 깊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여기, 한 청년이 응봉산 일대를 거닐며 기록한 인천의 이미지와 이야기들이 아무쪼록 모두에게 일상 속의 위로가 되고, 치유의 시간을 선물하기를 바랍니다.   

이미지를 들이고, 도시를 들인 각覺을 준비했습니다. 인천 집들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by 유광식 | 2021/04/20 22:28 | 2021「집들이,」 | 트랙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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