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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인천유람일기(55) 서쪽 구릉에서의 연희, 경명공원
서쪽 구릉에서의 연희, 경명공원



경명공원 2지구에서 1지구를 잇는 산책로(중간에 나무를 살려 두었다), 2021ⓒ유광식

우리 사회는 매일 몸부림 중이다. 불안감 없지 않은 백신의 이득을 따라 자녀들은 부모님의 접종 예약을 돕고 있다. 이 바이러스만큼 자발적 공부를 하게 만든 대상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피의 전쟁도 계속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내전의 양상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사투만큼이나 끔찍하다. 엊그제 원적산 아래를 관통하는 7호선 연장 노선(산곡역, 석남역)이 개통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산에게는 시끄러운 일이겠지만 그동안 어렵게 넘나들던 부평과 서구의 거리가 한층 가까워질 전망이다. 이전에 자주 타던 904번 버스의 기억이 이젠 지하철로 옮겨 갈 것 같다. 

다세대주택과 새 집(까치 목수가 은행나무에 지은 이층집), 2021ⓒ유광식

연희동 주변은 서구의 대표 행정구역이다. 구청을 중심으로 경찰서, 우체국, 소방서, 보건소, 세무서 등 주요 관공서가 모여 있다.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동북쪽 구역을 따라서 새롭게 조성된 공원이 있다. 바로 경명공원인데, 2018년 콜롬비아군 참전기념비가 가정동에서 이사를 온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로 인해 가정동의 콜롬비아공원은 명칭이 사라지고 기념비가 경명공원 품으로 들어와 있다. 기존 공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콜롬비아의 정체성 강한 문양이 바닥에 동판으로 새겨져 있어 관심을 갖게 된다. 이곳은 쾌적하고 단정하게 구획되어 인근 주민들의 주요 산책코스와 아이들의 놀이터로도 주목받고 있다. 

경명공원 2지구에 있는 콜롬비아군 참전기념비 아래 동판들, 2021ⓒ유광식
콜롬비아군 참전기념비와 참전용사상, 2021ⓒ유광식

경명공원에는 빈정내사거리에 있는 2지구, 3지구와 데크를 따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쪽에 있는 1지구가 인접해 있다. 각기 특성을 달리해 구성되었는데 동서로 이어진 데크 산책로를 따라 큰 호흡을 할 수 있어 좋다. 탁 트인 북쪽은 도농의 풍경이 교차하는 곳으로, 삭막함을 걷어낼 수 있다. 공원의 위치는 대략 연희동 우성아파트 앞이라고 보면 좋은데 정문 앞쪽에는 조그마한 계명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주택가의 작은 쉼터인데, 이곳에는 구한말 연희진터를 가리키는 표석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이곳이 주민들의 단오 행사가 펼쳐지던 곳이었다고 한다. 또한 마을 곳곳에 자라던 엄나무와 참나무, 느티나무 등의 기억이 중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한편 진지에서 근처 포대로 임무를 나가고 들어오던 기록을 보니, 경명공원의 지그재그 길이 이를 접목한 건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들었다. 계명공원은 새롭게 조성된 경명공원의 부모뻘 공원으로 겹쳐 보인다.  

공원과 맞닿은 농지(체험장으로 이용되는 듯하다), 2021ⓒ유광식

연희동 어느 주택가 앞 자전거(새벽녘 근방 농지를 오갈 법한 모양새다), 2021ⓒ유광식

계명공원 내 연희진지 터 표석, 2021ⓒ유광식

빈정내사거리 위쪽, 경명공원 3지구 끄트머리는 공촌사거리다. 이곳에서는 멀리 대인고등학교 위치에 인천지하철 2호선 전동차의 지상 출입구가 있어 열차가 드나드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그 모습이 멀리서는 흡사 땅강아지 같다. 비가 오는 날에는 내려오는 전동차를 보며 미끄러지진 않을까 싶고, 경사면을 오르는 전동차를 보며 밀어 줄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와 동시에 예비군훈련장에서의 훈련 기억이 어슴푸레 밀려온다.  

공촌사거리(대인고등학교 방향으로), 2021ⓒ김주혜

개인적으로는 경명공원이 단절된 연희동의 북쪽 시야를 회복시켜 준 듯하다. 큰 도로가 있기는 하지만 역사를 보듬고 푸른 구역으로 가꾸어져 갈 것 같다. 때마침 공원은 인라인을 타러 온 자매와 아빠, 반려견과 산책하는 청년, 함께 걸으며 이야기하는 주민들, 나들이를 온 가족 등의 모습으로 따뜻했고, 계명공원 안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4명이 마스크를 낀 채 대면의 시간을 누리고 있었다. 일상의 모습이 지명과 다르지 않은 ‘연희’ 자체였다.  

경명공원 2지구 내 물놀이장 구역(자매가 인라인을 배우는지 연습 중이다), 2021ⓒ유광식

올해 상반기는 매 주말이면 인천에 비가 오거나 흐렸던 기억이 많다. 장마가 조금 일찍 찾아온다고 하고 지구는 좀 더 뜨거워진다고 하는데, 공원의 산책이 찬란했던 지난 시절의 품처럼 소나기 되어 청량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어찌 되었든 부디 지금 시대를 시원하게 받아들이며 넘기는 마음이면 좋겠다. 

경명공원 1지구와 2, 3지구를 이어주는 산책로(시야가 훤하다), 2021ⓒ유광식
by 유광식 | 2021/05/20 19:49 | • ARTicle | 트랙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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