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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태그 : 마늘
2018/12/05   1205_유광식 작가의 ‘완만한 경주’ [2]
2018/06/29   뭐땀시? [2]
2018/06/27   태양의 오후 [2]
2018/06/26   습도 3단 [2]
2018/06/25   남과 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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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0   오!소리들 [2]
2018/06/05   마늘 마르는 소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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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_유광식 작가의 ‘완만한 경주’
뒷산을 오르는 소년



어린 시절 기억이 듬뿍 배인 화산면소재지(左)를 앞산 왕수봉에서 내려다본다. 고산초 옆 오성교(右)에서 북쪽 멀리, 산 능선을 보고 있자니 지난 시절이 애틋하다.  
/화산면 소재지, 고산면 만경강 

마당이 오각형인 입주농가. 고산면 소향리 762번지
/소향리 안남마을

나는 임시지만 두 어르신 내외분이 떠난 독채에서 고향을 감각할 수 있는 한 달 여의 시간을 할당 받고는 6월, 고산의 한 농가에 입성하게 되었다. 
이동시간 단축을 위해 버스보단 열차를 타고 전주역에 내려, 535번 시골버스를 타고 고산터미널 종점에 당도했다. 마을은 만경강 따라 대아호 방향으로 5Km 정도는 더 가야 했다. 

양파 좀 쳐다봤다. 양파 밭을 보면 무슨 폭격을 받은 것처럼 목줄기가 다 꺾여 있다. 이때를 기점으로 수확에 나선다. 비록 줄기는 꺾였어도 본연의 품위는 꺾이지 않은 것 같다. 
/오산리 원오산마을

날은 맑았다. 논에는 모두 양파 망 때문이었지만 부끄러운 표정을 짓는 것처럼 불그스레함이 군데군데 피어 있었다. 양파 철이란다. 마늘이 조금 일찍 끝났고 양파, 벼농사가 이어지고 가을에 두리감을 따서 곶감을 만드는 것이 주된 농사의 일정이란다. 
그래서였을까? 6월 입주 한 달간 아끼고 바라봐줘야 했던 것이 양파와 마늘, 감나무였다. 거주기간 중 친해진 어르신은 내가 차가 없어 양파와 마늘을 건네 줄 수 없는 심정을 안타까워 하셨다. 아~차! 했다.

청명한 날씨 속에 빨간 양파망이 멀리서 보아도 탐스럽다. 식탐하다. 
/소향리 안남마을 경로당 앞 (논)양파밭

안남마을은 구씨, 오씨, 유씨가 사는 집성촌 마을인데 마을회관 옆에 위치한 이 집은 오씨 집안의 집으로서 두 내외분이 3년 전쯤 모두 돌아가신 후 친척들이 창고처럼 이용하며 관리를 하고 있었다. 아들만 넷인 집안이란 사실이 와 닿았는데, 대체적으로 집 안 시설이 여성 편의적인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의아했고 그 이유였음이 드러났던 것이다. 건조장엔 마늘이 대롱대롱 매달려 매일 마르고 닳도록 바람, 햇볕과 씨름을 하고 있다. 그 사이를 거미들이 줄다리를 놓고 참새들은 무어라 무어라 외쳐 댄다. 초저녁 개구리합창과 뻐꾸기 울음소리, 빠지면 아쉬운 개소리까지. 
한편 입주 1~2주차까지는 지형습득과 걸음이 주된 활동이었다. 나로서는 30년 전 시절을 온전히 만끽할 수는 없다 해도(불가능) 자연이 뿜어재끼는 공기흐름이 흡족했던지 습기 흠뻑 머금은 5단의 날씨였음에도 잠도 잘 자고 아침은 개운했다. 나 또한 마늘처럼 말려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뒤늦게 나의 존재에 위기감을 느꼈던지 고양이 가족은 한동안 계획에 없던 도피생활을 하는 것도 같았다. 

볕 좋은 오후 녘. 시정에 매단 마늘의 마르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소향리 개살구, 모과, 소.
/소향리 안남마을

매일 아침의 기상과 함께, 멀리 있지만 뚜렷한 운암산 바위과 대아호 수문은 슬며시 생활의 좌표가 되어 주었다. 비가 오고 흐리거나 완전 맑거나 할 때면 늘 운암산과 수문을 바라보게 됨이 좋았다. 나의 이 걸음을 온전한 자연이라 할 수 있을까? 자연스럽다는 의미를 공고히 하려는 속 찬 마음은 도대체 뭐땀시? 
보았던 것들의 기록이 주는 가치를 알기에 나는 매일 매일 그날의 행적을 끼적이고 사진을 정리하고 그 중 한 두 장면은 그림으로 그렸다. 방송케이블은 연결되지 않았지만 나의 고향케이블은 연결이 원활했던 것 같다. 

입주기간 내 마을을 돌아보며 그렸던 20장의 그림
14.5×20.8㎝×20, 종이에 색연필

6월은 날도 좋고 장마기간 전이라 한창 마늘과 양파수확, 모심기가 이뤄지는 바쁜 나날의 연속이다. 이른 아침 남자 어르신들은 트랙터와 경운기랑 씨름을 하고 여자 어르신들은 엉덩이에 가죽소파 부럽지 않을 원형의 농사용 방석을 깔고 앉아 빨간 망에 양파를 넣고 계셨다. 지금이야 옛날 같지 않게 트랙터의 엉덩이로 농사를 짓는 기계화가 상당수 이뤄졌고 하우스를 이용한 특용작물 농사도 많아졌다. 
오래 전 살았던 마을에서는 마늘, 양파보단 손 많이 가는(부모님께 맞은 기억도 많은) 고추농사가 대다수였다. 지금(화산면 운곡리)은 밭에다 검은 테이프를 붙여 놓은 것처럼 인삼재배가 왜 그리 많아졌는가 모르겠다. 아무튼 물이 흐르고 시간이 흐르면 변하기 마련이다. 나 또한 그 때의 내가 아니듯이 말이다. 

밭에서 잡초 제거작업 하시는 소순덕 어르신(78). 건강한 마음과 자세에 놀랐다. 마을에서 주로 양파와 마늘, 감농사를 하며 홀로 지내신다
/소향리 안남마을

안남마을의 한 어르신을 200년도 넘은 느티나무 아래 양파 막에서 만나야 할 때가 되었던지 어떤 날 만나게 되었다. 알고 보니 내 집 뒤에 살고 계시는 어르신이었고 이미 나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소순덕 어르신은 올해 일흔여덟의 연세로 23세 때 익산에서 구씨 집안으로 시집을 오셨다. 올 초 딸네 집 부엌 냉장고 앞에서 넘어져 오른쪽 발목 부분에 철심을 6개나 박는 대수술을 하여 큰 지네 한 마리 같은 수술흉터를 지니고 계셨다. 어르신은 연신 암시롱 않다고 하시지만 보이는 흉터가 너무 안쓰러웠다. 어르신과는 마을, 가족, 선거, 결혼, 농사, 미래 등의 잡다한 소재로 초여름 저녁을 볶았다. 

소순덕 어르신께 전달한 이야기나눔 기록 소책자.
8p, 종이에 프린트

그러다 어느 날 밭 한가운데 있는 생전에 술만 많이 잡수셨다는 영감님 묘소 앞에서 사진을 한 장 담고 싶다 하셨다. 곧장 찍어드린 후 주변 잡초와 꽃나무의 우듬지 절단에 손을 보태기도 했다. 그 날 직접 그린 어르신 그림도 전달해 드리며 관계의 깊이를 더했다. 다행히 소순덕 어르신과의 긴밀함이 안남마을을 대표하는 기억의 소산으로 남게는 되었다. 땅심으로 자신을 덧입히며 강해지는 양파처럼 땅의 기운을 포기하지 않고 서로 밀당하며 지내는 마을 어르신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찬란하다.

뜨거운 여름을 먹고 자라는 참깨. 열려라 참깨~ 열려라 완주! 꿀벌이 주문을 건다.
/오산리 신당마을

완주에서의 한 달? 사실 PT발표시간만큼이나 짧다. 그러나 남는 장면이 길다. 나의 경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연의 습성대로 빠르지 않게 제 때의 기운으로 완만한 뒷산을 오르는 걸음이면 충분할 것이다. 
이 곳 고산(高山)은 높은 산들이 많이 있다. 산을 좋아하지만 늘 바라만 보고 사는 현재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 안타까워 할 필요는 없다라는, 안도감을 얻었다는 것이 입주생활의 큰 결실이라고 자신한다. 문화귀향 활성화 사업의 ‘완주 한 달 살기’에 정말 곧이곧대로 한 달을 산 소년, 어른이 되어 바라 본 고향 완주를 여러 촉수를 이용해 기록해 보았던 소중한 초여름, 방학 같은 시간이었다. 
by 유광식 | 2018/12/05 09:01 |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 트랙백 | 덧글(2) |
뭐땀시?
6월 29일 금요일
맑음


정리하는 날이다. 일단 씻고 집안 정리를 한다. 이부자리와 밥솥, 화장실, 방청소 그리고 쓰레기를 버린다. 그리고 감사인사할 분에게 문자와 전화를 드렸다. 뒷집 소순덕 어르신께 전화를 했는데 허리가 안좋아 병원에 와 있다고 한다. 아무쪼록 건강히 잘 지내시라 하고 지날적에는 꼭 한 번 들르겠다 약속했다. 박미란 문화이장님과 황재남 작가님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황재남 작가님과는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홍성철 선생님이 합석하게 되었다. 박성현작가님께는 먼 길 번거롭게 나와야 하고 또한 대단한 환송식도 아닌데 해서 나중에 톡인사로 대신했다. 그동안 머물렀던 집을 물끄러미 한 번 바라봐 주었다. 늘 친구이던 마늘도 가까이 봐주고 감나무도 제비도 고양이는 어딜 갔는지 보이질 않아 아쉽고 그랬다. 고산까지 캐리어를 끌고 걸어가는 길에 집마당의 마늘주인인 어르신이 양파막에서 알아보고 인사를 하시길래 나도 정중히 작별인사를 드렸다. 잘 지냈고 다른 분이 또 올꺼라고 말이다.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어떤 젊은 커플이 안쓰럽게 보였던지 태워주겠다고 했는데 걷고 싶어서 그런다고 보내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러고 5초나 되었나? 1톤 트럭이 서더니 어떤 아저씨가 어디 가냐고 묻길래 고산이라 그랬더니 타라 해 이건 거절할 수가 없었다. 캐리어를 무의식적으로 앞자리에 넣었더니 내가 탈자리가 없었다. 짐칸에 싣지 그래요 하길래 트럭임을 잠시 잊었던 모양으로 멋쩍게 다시 짐칸에 옮겨 싣고 가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쥐띠(1972) 아저씨는 도회지에 나갔다가 다시 내려와 사는 분이셨다. 시원시원하시고 짐들고 걷는 분들은 이 고장에서는 안쓰러워서 종종 태워주신다고 한다. 완주의 인정이 아닐 수 없어 속으로 감동의 눈물을 삼겼다. 한편 다시 돌아와 살거면 땅이 좀 있어야 한다고 하고 땅이 없음 머리가 좋아야 한다고 한다. 난 머리를 써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그런데 문제는 약속시간보다 너무 일찍 온 것이다. 30도가 넘는 날씨에 더구나 장날이라 더 더운 느낌도 있었다. 어르신들이 가지고 나온 마늘은 정말 아무리 더워도 쪼그라들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저장성이 너무 좋은 것 같다. 

뒤늦게 만나 큰함지박 식당에서 다슬기탕을 너무 맛있게 먹었다. 감사의 인사로 내가 사려 했지만 현금다발을 디민 황재남 작가님이 주인의 맘을 사로잡았다. 함께 합석한 봉동의 부동산 어르신의 말씀에 밥이 코로 들어갔는지 눈으로 들어갔는지 모를 지경이었는데 많은 반찬과 아욱이 곁들어진 국내산 다슬기탕은 무척 맛나서 싹싹 먹는데만 집중했다. 먹고 마지막 인사를 한 다음 나는 음료수를 마시고 홍성철 샘은 비비빅을 먹으며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군의 문화는 좁지만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한다. 내년에는 거주의 부분을 좀 더 특화해서 해보려 한다고 한다. 인천도 마찬가지지만 젊은 작가들은 메이저를 선호하는 것 같다. 완주도 어쩌면 그러다가 다시 찾아 들어오는 나 같은 작가들이고 그 외에는 철새작가들이다. 물심양면 보살핌을 주신 홍성철 샘이 기억에 남게 되었다. 그 외 황재남 작가님도 그렇고 동상면 다자미마을에 있는 박성현 작가님도 좋은 인연이다. 하반기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깨 같은데 참깨인지 들깨인지 모르겠다. 꽃이 예쁘고 잎이 성질 있어 보인다.

마늘. 이번에 참 마을 가까이서 자세히도 보았다. 시장엔 마늘과 양파가 양대산맥을 이루었다. 6월! 마늘과 양파로 기억될 한 달이다.

4,9일이 장날인 고산장. 삼례장과 봉동장과 고산장이 완주군의 장인데 삼례>봉동>고산 순으로 규모가 크단다. 장날엔 현지인과 외지인의 차이가 확연히 난다. 난 외지인? 현지인? 알송달송~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에서 춤추는 옥수수처럼 나 또한 2018년 6월 완주의 고산에서 팔랑팔랑 잘 놀고 뛰었다. 그 마음이 푸른 것일테다. 푸르게 푸르게 완주 그리고 고산!ㅋㅎ
by 유광식 | 2018/06/29 23:55 |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 트랙백 | 덧글(2) |
태양의 오후
6월 27일 수요일
맑음


새벽에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빗줄기와 바람이 불었다. 이전에 비가 올적에는 착했던 거 같은데, 이번에 정말 세차게 왔다. 그런데 아침에 밖을 보니 나의 마음만 무너졌을뿐 집은 온전했고 감잎들이 조금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널어진 마늘이 처마 안쪽으로 살짝 더 옮겨진 듯 한 걸 보면 이른 아침 어르신이 오셨다 갔나 보다. 미묘한 변화는 늘 마늘을 보면 알 수 있다. 새벽에 비가 왔냐 싶을 정도로 날은 무척 맑았고 정적이 감돌았다. 뻐국이와 참새들의 소리가 조금 양념을 친다. 고양이를 오늘은 3마리를 보았다. 아무래도 이 집이 고양이들의 만남의 장소인 것 같다. 아기들은 비를 피해서 안전한 곳에서 잠을 자고 있겠지? 모레면 집으로 올라간다. 태양의 직진은 마늘을 열심히 말리고 있다. 빨래도 말리고 마당도 말린다. 그러고 보면 태양은 이 지구를 말려 증발시키려고 안달을 하는 것도 같다. 다행히 구면체라 절반이 식어 태양의 속셈은 늘 도전인 것이다. 제비들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루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잘 나는 건 같진 않은데 착지는 잘 하고 어쩌다 보면 굉장히 속도를 내고 그런다. 옆으로 기울어 있기도 하고 옆 친구를 쪼기도 하며 논다. 녀석들 기분이 날씨만큼이나 좋은가보다. 

곧 완주의 생활도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정확히는 한 달이 아니지만. 갈 때가 되니 오늘 미수금도 들어오고 교육문의도 들어오고 도시에서 나를 흡입하려 시도한다. 가면 정말 바뻐질 것 같다. 일부러 여기에 있단 핑계로 여러 일들의 논의에서 열외감을 편안히 느꼈었지만 이젠 아니다. 완주에 내려올 생각이 있냐는 모 작가의 이야기에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준비하지 않고 내려오진 않겠다고 했다. 장소를 옮긴다는 것은 기대보다는 실제이기 때문에 조사와 연구가 매우 타당해야 한다. 옛날이면 그러지 않겠지만 요즘은 정보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공식이 바뀐 것이다. 활동의 기반을 먼저 가지고 주거를 계획해야 할 듯. 동시에 되면 더 없이 좋겠지만 주거 다음에 활동계획은 처량할 뿐더러 경쟁시대에 맞지 않는 자폭일 수 있다. 아무튼 완주에서의 생활이 내게 편안한 안식을 준 것임에는 틀림없다. 어제 공유테이블 발표를 마친 후라 그런지 맘이 한결 가볍고 그렇다. 날도 맑아 심정을 대신하지만 먹구름이 시속 30km 이상으로 몰려오는 것을 보게 되니 저녁에 한바탕 사달이 날 것도 같다.  

마늘이 상전이네. 비가 오면 명당 자리엔 아무래도 알이 토실토실한 마늘더미가 자리를 깐다.

마늘과 수수빗자루. 저 빗자루로 많이 맞아 봐서 그런지 쉽사리 손에 쥐지 않는다.ㅋㅋ

지붕의 색깔이 건조대 안쪽을 물들여 둥지를 튼다. 태양빛이 저 아래서 햇볕을 피하고 싶었나? 이게 뭔 말이여 그 말이여.

사람이나 식물이나 깨끗한 물기 머금은 촉촉함이란 거짓 없는 녹색이 가져다 주는 성장.

토실한 마늘. 알 찬 마늘. 저거 백만개 먹으면 정말 사람 될 것만 같은 마늘. 마늘. 마늘은 힘. 힘 딸리면 마늘. 마늘.

새벽에 세찬 비바람에 너가 품던 두리감님이 탈출하셨군. 근무태만 감잎받침. 곧 어두운 빛깔을 머금고 자연으로 되돌아갈 것이네. 안녕~! 

드리워진 빛이 마늘을 말리는 건지 키우는 건지 의미로서 헷갈린다. 볕이 참 좋은 오후녘. 마늘 너는 잠을 자는 건지 모르게 아무런 소리도 없구나. 마르면서 고통이 없단 말인가? 너야말로 말리는 인생 그 자체구먼.ㅋㅋ
by 유광식 | 2018/06/27 18:01 |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 트랙백 | 덧글(2) |
습도 3단
6월 26일 화요일
흐리고 비


어제 전국에 장마비 소식에 조금 움찔했는데 아침엔 정작 비가 그쳐 있었다. 새벽에 온 모양으로 처마밑 땅패임이 이를 증명하듯 젖어 있다. 아무렇지도 않듯 빨래를 했고 거미줄이 점령한 건조대 대신 처마밑에 옷걸이를 이용해 널어 두었다. 제비가 타닥타닥거리면 날아 다녔고 멀리 감봉(운암봉)이 안개구름을 이불 삼아 취침중이다. 오늘은 '한 달 살기' 공유테이블 발표가 있는 날이라 아침부터 서둘러 자료를 준비하고 채비를 하였다. 다행히 박성현 작가님의 도움으로 픽업이 가능했다. 안그랬으면 고산까지 비맞으며 걷고 그 기분으로 버스를 타고 용봉초앞에서 내려 툴툴거리며 걸어들어갔겠지 싶다.ㅋㅋ 기다리며 마당앞에서 어슬렁 거리며 사진을 담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가 있었느니 사람이 아닌 고양이 두마리. 아빠고양이과 엄마고양이가 대문아래 틈새로 들어오는게 아니라 문을 밀고 당당히 들어오다가 나를 보자 서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고양이들이 잠깐 잘못 들어왔다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나갔는데 싸우는 소리, 야옹 소리,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들렸다.

금방 갔다. 걸어서 갔드라면 3시간은 족히 부족한 거리였다. 그런데 자전거가 있다면 1시간이면 갈 수도 있었겠단 생각을 해보았다. 쾌속으로 당도한 누에. 뽕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주변은 공사판. 이판사판. 좀 습했다. 안남에서는 습하단 기운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곳은 습기가 안남이 1단이면 여긴 3단 정도 된 느낌이다. 아무래도 관공서들이 모이는 장소는 좀 젖는 뉘앙스가 있다. 좁은 공간에 모인 이래저래 작가들, 이장님, 문화이장님, 재단관계자 몇 명이드라? 10여 명은 되었다. 프로젝트가 아닌 모니터인지라 사진 보기는 더욱 좋았지만 무언가 서로간의 온도가 형평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를 하자니 좀 설익은 살구 먹는 느낌?ㅋㅋ 암튼 주어진 시간을 다 긁어먹고도 배가 고팠는지 빡빡 긁어 시간이 좀 추가되었다. 늘 느끼는 거지만 공연자들의 심정이랄까 반응이 탐탁치 않으면 초조해지고 실수하고 미흡함으로 마음 속 스크래치를 얻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과 낯선이들과의 공기를 중화시키는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었다. 마늘은 비가 오는데 잘 마를까? 생각하면서 처해 있는 상황을 잘 헤쳐야 하겠단 생각만 앞서고 그러나 무겁던 습기는 좀처럼 빠지질 않았다. 참여한 작가군은 마을에 있는 작가와 (예술가의)방에 있는 작가 두 부류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신구의 차이, 활동의 차이, 장소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발표는 공유의 자리가 아닌 단지 어떤 이유였지 아닐까 넘겨 짚어보게도 된다.

봉동의 뷔페식 '새참수레'에 갔다. 음식이 깔끔하니 미니 피로연 식당에 온 느낌이다. 나는 욕심부리다가 국자에 달라붙은 미역을털다가 부젼에 흩뿌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다양한 음식을 먹었지만 무얼 먹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뷔페음식. 그래도 버섯튀김이었는지 색다른 버섯반찬은 정말 맛있었다. 식사 후 후루룩 사라진 사람들. 성현 작가와 뒤돌아 돌아가려니 적적한게 사람 심정! 다시 재단측에 가서 작은 언덕위에 자리잡은 옛 완주군수 관사, 어울림카페에 갔다. 어울림이란 이름은 정말 이곳저곳 많은 것 같다. 이름이 나쁘진 않지만 완주군의 특성을 고민해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다. 이름이 너무 흔해 드라이하다. 나는 완주태생으로 애착이 깊다. 그래서일까 기회가 되면 지적도를 그려봐야겠다. 완주 지적도, 인천 지적도, 지적 수준?ㅋㅋ 박성현 작가와 그간의 회포를 풀듯 이야기를 주고 받다 끌어들인 홍성철샘과 함께 3자대담이 이뤄졌다. 그간 다하지 못한 세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나는 바람 센 에어컨 온도가 거슬렸다. 가방에 긴팔 티셔츠가 있었지만서도 꺼내입지는 않고 말이다. 완주, 군, 문화, 마을, 자연, 농사, 어르신, 귀향, 귀촌, 기관 등의 다양한 테마를 가지고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자리가 오히려 오늘 발표의 습도를 낮추는 역할을 했던 거 같다. 그러면서도 에어컨은 정말 세다고 생각했다. 관사모델링은 또 좀 거시기했다. 아무튼 문을 열고 나오니 다시금 뜨거운 물기운이 나를 감싸듯 축축!! 부축하는 거니?? 박성현 작가가 타이어를 줍고 싶다고 해서 후보지 한 곳을 알려주고 복귀했다. 처마에 걸려진 티셔츠 하나가 바람에 날렸는지 지붕위로 고꾸라져 절반이 젖어 있었다. 그래도 안남마을은 습도가 적정이다.

거미줄이 정말 자란다. 고기잡이 그물 못지 않게 사람이 살지 않는 공간은 거미가 점령해 가는 것 같다. 거미가 마늘을 먹으면 사람일 될까?

생활자재로 쓰일 마른 대나무. 그러나 주인 없어 낡아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오래 걸리겠지만 말이다.

쟁이. 이랴이랴 워어 워어어 일소 한 마리와 밀당을 하며 쟁이질 하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겹치는 풍경이다. 지금은 트랙터에 연결해 한 번에 쟁기 10개도 넘게 갈 수 있으니 좋은 세상은 좋은 세상인가부다. 그러나 녹스는 건 어쩔 수 없다. 일거리가 없나부다. 기회되면 나랑 한 번 기차게 갈아보자 쟁기야~. 나는 개구쟁이다~. 
by 유광식 | 2018/06/26 18:05 |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 트랙백 | 덧글(2) |
남과 여
6월 25일 월요일
맑음


아침은 여전히 맑고 청명한 새소리와 함께 시작한다. 어제 온 제비녀석들이 친구들을 대동하고 각종 통신줄을 차지하고 앉아 있다. 최고 명당은 처마밑 줄이다. 얘내들도 더운 건 아나본데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줄에 쪼르르 앉아서 똥만 싼다. 마당 아래 허연 것들의 정체를 목도하다.ㅋㅋ 아침에 황재남작가님이 오셔서 갤러리에 가 대담을 나누었다. 사진계뿐만 아니라 내가 궁금한 동네와 산지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방커피와 함께 길게 가지었다. 한 달은 정말 친해질만 하면 떠나야 하는 것만 같아 아쉬움이 있다. 고장에 대한 애정이 깊은 분이시다.

오흐에는 지난 번 그림도 전해줄겸 소순덕 어르신의 양파영업소인 느티나무아래에 가보았다. 맞은편 다른 어르신 막에서 대화중이셨는데 끼어들어 이야기를 좀 하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드셨는가 영감님이 잠들어 있는 묘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어야 하겠다 말씀하시어 당장 찍자고 가능하냐 얼마냐고 돈안받는다 하고 같이 바로 50m 정도 앞 밭으로 갔다. 도착해 묘소 앞에서 단정하게 한 두 장 찍어드리고 둘레에 심어져 있는 나무의 가지치기를 도와드렸다. 꽃나무들은 우듬지를 쳐야 한다고 해서 전지가위를 가지고 5그루를 작업했다. 재미가 쏠쏠했다. 어르신은 밭에 김매기를 하시고 팥도 심어야 한다고 해 내가 먼저 자리를 털었다. 고맙다며 쵸코바도 주시고 훗날 나중에라도 집에 들러서 쉬어가라고도 하신다. 그런 인정이 감사하다. 

마당을 둘러 마르고 있는 마늘들. 어김없이 마늘을 보며 하루를 말려 본다.

제비 친구들. 요새 갑자기 이곳이 놀이터로 변신했다. 잠깐 집을 비운 사이에 요놈들이 와서 놀고들 간다. 좀 놀더니만 또 다른데로 간다. 제비들이 말한다.

오래된 담장. 돌과 진흙, 슬레이트 조각, 기와를 얹혀 만든 돌담. 재활용 돌담인가? 너머에 사다리는 가을철 감을 따기에 딱 알맞은 사다리인듯 하다. 과수사다리임은 익히 알고 있지만 집주인인 소순덕 어르신은 사다리에 오르면 안된다.

소순덕 어르신의 밭에서 내려다본 풍경. 도로옆 느티나무 아래가 양파영업소다. 거의 다 파셨단다.

농사의 달인. 그러나 시골 삶이란게 넘들이 보면 풍족해 보여도 어렵다고 하신다. 그 속내가 이해는 되지만 나는 어르신의 모습에서만은 풍족함을 많이 느끼게 된다. 살초대첩 모자가 의미심장하다.

어르신께 내가 그린 그림을 보여 주시니 흡족해 하신다. ㅋㅋ 잘 간직하시겠다고 하면서 바로 두번 접어서 가방에 넣으심. 으악~!ㅎ

전해 드린 그림과 대화기록. 마늘 같이 효능 좋은 이야기.ㅋㅋ
by 유광식 | 2018/06/25 18:47 |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 트랙백 | 덧글(2) |
화요, 미팅들
6월 12일 화요일
맑음


창가에 번지는 번개와 천둥소리를 듣고 잠에 들어 깨어 난 아침은 비 갠후 맑음이다. 모든 게 씼겨 나간 느낌이다. 새들의 목청도 더 청아해졌는지 지저귐이 한결 가볍다. 금일은 여러 만남들이 이뤄진 날이다. 냉장고 위 고양이로 추정되는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친구와 함께 소양간 구석에서 놀고 있었다. 말을 하는 날이 많지 않아 돼지 멱따는 소리로 야옹을 외쳤지만 외부인 취급하고 경계하다가 지들끼리 달아났다. 이후 늘 노란색 수레에 마늘을 담아 지나다니는 이 집의 옛)주인 동생네 어르신과 마당데이트를 했다. 그러면서 몇가지 질문을 했고 혼자 있어 안쓰럽다며 심심하지 않냐며 걱정을 하셨다. 마늘과 양파수확은 거의 끝물이라는 것과 양파는 괜찮은데 마늘 작황이 올해 좋지 않아 알이 잘다는 것과 그런 이후로 값이 오를 것이라는 것이다. 어쩐지 알이 실하지 않아 보이긴 했다. 어디서 왔냐며 인천이라 했더니 그리 먼데서 왔는가 놀라 하셨다. 마침 이웃 다른 어르신도 들어오셨다. 카뮈의 '여행일기' 책을 다 읽다.

밥솥 민원은 상당히 빠른시간에 처리가 되었다. 점심 이후 홍성철 선생님은 어김없이 파란 세단을 몰고 와 밭솥을 들매고 가서 당일 수리까지 해서 돌려 주셨다.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걱정은 조금 연기해 두기로 한다. 저녁을 삼례문화예술촌에서 열리는 화요만찬에 홍성철샘이 추천해 주어 다다미 마을(난 자꾸 다듬이 마을로 읽힌다.)의 박성현 작가와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나는 차가 없으므로 사장님 노릇을 하고 운전을 박작가님이 맡아 주셨다. 이 또한 감사하지만 갚을 걱정은 연기를 피운다. 20분 거리인 삼례문화예술촌까지는 뻥 뚫린 신도로를 통해 갈 수 있었다. 둘 다 읍내구경에 환호를 했다.

출석체크를 한 후 좁은 자리에 모여 앉으니 풍성했다. 앞에 놓인 삼례비빔밥과 김치전을 맛있게 먹고 난 후에는 자유로히 이야기 난장이 펼쳐졌다. 완주청년모임이라는 짧은 정보와 함께 참석한 우리 두 작가. 그간 쉽게 카누만 타다가 요기서 머신커피를 마시니 속이 다 후련했다. 매일 아침 밥대신 먹는 추출커피가 그립던 찰나였다. 모임의 젊은 친구들은 삼례라는 특수성, 공간과 어울려 포근하고 다정하고 명랑했다. 서울과 인천의 분위기와는 딴판?!ㅠㅠ 다시 말해 따사로움과 어떤 불안요소들이 들녘에 함께 널어져 있다고나 할까? 어찌 되었든 명랑한 느낌을 받았다. 
출처:https://www.facebook.com/planetwanju/

집 주변에서는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깨구리 웃음합창이 대지를 잠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걱정되는 미팅이 있으니 그건 바로 마을분들과의 미팅이다. 관계맥이 좋지 않아 관계맺기 잘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내일은 오디를 딸까? 마을의 어딜 갈까? 으흠 지금 이 심정이야말로 좀 여유로운 마음인가 좀 어두워진 마음인가@@

이 마늘의 주인 어르신이 말씀하시길 올해 작황이 좋지 않다고 한다. 2마지기(5~600평)에서 수확한 마늘을 널어두셨는데 보시다시피 알이 굵지 않고 자잘하다. 그리고 마늘은 없어질때까지 저렇게 매달아 둔다고 한다. 한편 농기계는 다 사용하시냐고 물었더니 하나라도 없으면 농사라는 걸 못한다 하신다. 같이 쓰면 안되냐 했더니 누가 그렇게 해주겠냐 한다. 맞는 말씀이시다. 

각종 농자재들의 이름은 재미있다. 아무래도 한번에 알아봐야 하는 이름으로 하는 것 같다. 천상고추, 대장부고추, 바로커, 땅기운 등 친근하면서도 쉽게 이해되는 이름들이다. 재미 있다. 농사가 그렇게 쉬웠으면 좋겠지만..

말라가 예술. 기하학적인 어떤 형태를 띄는 것 같다. 아즈카문명의 상징화처럼.. 점, 낫, 면!

어렸을 적에 내 키보다 3~4배는 더 나가는 저 장대를 가지고 나무에 올랐다. 오리 주둥이 같이 반을 잘라 저렇게 하면 멋진 감따는 기계가 된다. 감가지에 끼워 반쯤 돌리면서 가지를 꺽는 것이다. 감나무에 올라가 두 다리를 지탱하며 장대를 휘두르는 외할아버지의 모습은 체구가 작으셨음에도 밑에서 보면 우람한 사나이가 따로 없었다. 아직은 감따는 철이 아니라 사용할 수 없다. 감 잡을 수가 없다~

저 나무는 죽어서 나이값을 하고 있는데 나는. 나이값 제대로 아니 곧바로 하고 있을까?

감나무 못지 않게 좋아하는 사철나무. 시골에서 우리집 담장을 수 놓았던 나무다. 이파리가 너무 파래서 어떻게 하면 닮아갈 수 있을까 한 번은 생각했던 거 같다. 글쎄 감나무 그늘 아래에서 저렇게 자라고 있었으니 얼마나 기특하던지. 무럭무럭 크거라. 너야말로 바로커 비료가 필요한 거 같구나.

청소 빗자루. 어렸을 적엔 얻어 맞는 기계로 생각되어 몰래 숨겨두고 싶었다. 그러나 빗자루는 특성상 눈에 잘 띄는 곳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청소는 운명이다. 유형이든 무형이든 청소는 필요하다. 내일 소중한 한 표 잘 행사해 주세요!ㅎ 
by 유광식 | 2018/06/13 00:48 |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 트랙백 | 덧글(2) |
뭉게뭉게 밤숲
6월 11일 월요일
흐린 후 비


흐리더니만 오후에 비가 오기 시작했다. 여기 와서 처음 비를 맞이했다.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똑똑'과 바닥에 다시 떨어지는 '툭툭'이 서로 화음이 되어 노래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비는 세차게 오진 않았지만 폭삭 내릴적에는 가슴 속이 다 시원했다. 같은 빗줄기이지만 도시에서 내리는 비는 절대 맞으면 안된다는 의식이 앞서지만 이곳에서는 작물들의 소중한 생명수도 되고 감잎을 물청소하는 것마냥 반가운 일처럼 환영하게 된다. 요 며칠 실개천들은 가뭄이었는데 잘 된 일이다. 대아호 큰 세숫대야에 물 좀 찼겠다.

어제 밤 밥솥에 관한 민원을 넣었다. 처리자인 홍성철샘이 자신이 직접 고치든 수리를 하든 하겠다고 하는데 운명이 어찌될지 모르겠다. 하얀 쌀밥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올라야 하겠으나 이건 밥솥 전체에서 김이 새어 나와 모락모락인 것이다. 당연히 밥알엔 찰기라곤 하나도 없는 찰떡부합이다. 그래도 생존을 위해 오도독오도독 씹어 삼킨다.(누굴 씹고 있었던 건 아닌지ㅋㅋ) 으읔!! 잘 처리해 주시리라 믿는다. 자전거는 없어도 된다.

비 소식을 알고 있었지만 날이 맑긴 맑아서 위쪽 북성골에 한 번 올라가보고 싶어졌다. 작은 보 하나가 있어 거기까지 다녀오기로 하고 나섰다. 중간에 수탑도 하나 있고 그 옆에 오래된 원두막이 하나 있는데 은근 정성드려 만든 것 같다. 흙으로 천장을 마감하고 대신 지붕은 슬레이트를 얹었다. 슬레이트는 대략 7~80년대 산물이니 연령을 짚을 수 있다. 더 재밌었던 건 원두막 안 천장에 회전선풍기가 달려 있다는 것!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그 위로부터는 논농사가 많이 이뤄지고 있었다. 보 아래로 층층이 논이 자리하고 있었고 묘 옆 벌통도 3~4개 보였는데 데코가 환상이다. 북성골 위쪽엔 독을 만들기도 한 곳이 있다던데 다음을 기약했다. 멀리 산자락에 밤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사실 밤꽃이 이쁘진 않지만 그 진한 꿀향은 길 따라 들이마시게 된다. 산자락 밤꽃 핀 모양새도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듯 몽글몽글하다. 마을 입구 느티나무도 그랬는데 오래도록 산 나무들일수록 뻗치지 않고 둥글게둥글게 되는 건 아닌지 미루어 짐작해 본다. 바위가 바다에 이르러 모래가 되듯이 말이다. 작은 보가 하나 있는데 수심이 그리 깊어 보이진 않았지만 오래도록 마을의 가뭄대비 물창고로 톡톡히 작용했을 것 같단 생각이다. 갑자기 한 방울 한 방울 물이 내리는 것 같아 서둘러 뒤돌아왔다. 하늘에 구름은 먹을 탓는지 검어지는 넓이가 커지고 있었다. 급기야 집앞 50m 정도 남기고 소나기가 왔고 나는 쓰레빠 처지로 개구리처럼 팔짝팔짝 뛰지 않을 수 없었다.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설램의 장면은 아니었지만 비가 더 내리길 바라는 맘은 컸다. 내리고 그치고 내리고 그치길 반복했는데 전반적으로 세차단 느낌보다 평화롭게 내린단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왼쪽은 흙, 오른쪽은 시멘트. 이 집은 뒤쪽 1/3를 확장했다. 집 넓혀가는 맛은 지금이나 옛날이나 똑같네..

새벽에 조금 비가 온 모양이지만 난 모르는 일. 멀리 운암산 봉우리에 운무가 가득하네.

소양간 안 오래된 나무함. 돌아가신 분들의 생활도구가 가득이다. 오늘도 말벌집 하나를 제거하고 마루밑 운동화 등 신발들이 모여 있음을 목도하다.

마늘은 요상한 놈이다. 어쩌면 땅의 효능을 쏙쏙 빨아들여 인간에게 전달해 줄까나. 피부색 같은 것에 멍든 건 아니지만 보라색 빛깔이 자신을 좀 더 신비하게 치장한다.

수탑이 왜 있을까 고민을 해보지만.. 구름의 자태가 심상치 않다.

수탑 옆 수닭들이 꼬끼오를 남발함. 낯선이라 그런가? 이 원두막은 천장에 선풍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첨단을 달리는구나. 원두막이 여름을 꼬시려고 별 짓을 다하는구먼. 나중에 알고보니 모정[茅亭] 이라 부른다고.

멀리 밤숲이 몽글몽글하다. 유년시절엔 아카시아꿀과 밤꿀을 구분하기를 나무색깔로 나름 생각했다. 밤나무는 좀 짙은 고동색이고 아카시아 나무는 좀 연한 베이지색을 띄기에 이에 맞춰 꿀의 종류를 파악했다. 좀 더 짙어서일까 밤꽃향은 겁나게 짙은 게 사실이다.

비가 오기에 서둘러 내려 간다. 수탑과 원두막이 보이나 멀리 산 너머 하늘을 주시하며..

운무의 양이 운암산 꼭대기에 걸렸다. 구름 위 바위라는 운암산이 친구를 만난 것인지 푹 안겨 있다.

비가 한참 온 후 마당엔 맑은 내가 생겼다. 노란 꽃잎이 물 먹은 자세로 호소한다. 내일 회담 잘 되게 해주세요라고??ㅋ
by 유광식 | 2018/06/11 22:17 |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 트랙백 | 덧글(2) |
오!소리들
6월 9일 토요일
맑음


토요일이라고 시장에 나가면 사람들이 많겠지 생각했지만 나가지 않기로 한다. 어제 점심에 고양이 한마리가 마당을 유유히 걸어 대문 밖으로 빠져 나갔다. 중간에 나를 확 한 번 돌아보고 말이다. "너 뭐야?"하는 식이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린다. 평상시 들리는 소리가 아닌지라 주말을 이용해 놀러 온 자식들의 아이들이란 생각을 해 본다. 주말에도 양파수확철인 지금 쉬는 것은 없는 듯 경운기 엔진소리가 요란하게 흐른다. 새소리는 중간중간 지방방송처럼 찌지직~ 한다. 감나무 가지를 잘라내는 엔진톱 소리와 함께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한편, 이곳에도 오토바이족들이 저수지 배출수 소리마냥 굉음을 내며 가는 소리가 주말풍경으로 읽힌다. 마을에 들어온 지 7일이 되었다. 크게 뭐가 변했고 알았고 해야하고 하는 것들이 없다. 그저 눈부신 낮빛과 칠흑같은 밤빛의 반복만이 있을 뿐이다. 매일매일의 기록은 해두지만 의무감이 없지 않고 조바심 아닌 조바심도 난다.

몇 번은 이른 아침 주인친척 어르신으로 보이는 분이 잠깐씩 마당에서 마늘을 손보고 가신다. 조용히 들어와 조용히 나가신다. 오후엔 또 주인친척분 되시는 동네분과 손자뻘로 보이는 한 분이 같이 와서 사람 사는 것에 놀라워 하셨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고 있으신 모양이었는데 집에 돌아가 다 같이 얘기하면 알게 될 일이다. 다행히 남자 어르신은 작년에도 그랬다며 사람 사는 게 좋지 하신다. 

오후엔 마루 앞 위 말법집에 말벌 하나가 왔다갔다 하길래 봤더니 애들을 키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 제거할 마음으로 식칼로 썰어 떼어 냈다. 말벌에겐 잔인했겠지만 지퍼락에 넣어 빨래건조대에 널어 놨다. 말벌 한 마리는 꿀벌 1,000마리인가를 대항한다고 한다. 그래서 발견즉시 제거해 태워버려야 하는 것이다. 이 집 처마 밑에는 말벌이 서식하기 딱 좋은 따뜻한 흙소재가 있는 곳이라 곳곳에 상처생채기가 많다. 사시는 분들이 제거한 말법집만 군데군데 많았고 때우지 못한 흔적이 영광의 상처처럼 남아 있다. 

홍성철샘이 사는 모습 좀 올려달라 하는데 내키지 않는 이 심정을 이해하실라나 모르겠다. 아직은 기운이 "안남마을에서 잘 살고 있습죠!"라며 하기 거시기한 심정이 앞선다. 주민분들은 양파수확으로 매일매일 바쁘시다. 나 또한 각종 벌레퇴치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가버린다. 멀리는 못나가고 나가더라도 근방인데 날이 너무 뜨겁고 산책하기 좋은 환경은 아닌 듯하다. 마당 안 널어져 있는 마늘을 보며 오늘은 얼마나 말랐을까 궁금해 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마치는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도시일에 대한 처리마감도 은근 스트레스다. 

마늘의 인생에서 수분기 없는 시절이 지금인 것 같다. 날 뜨겁고 그런데 너무 마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다. 말라라~ 마늘아~

나는 말법집을 말린다. 말벌은 해로운 벌로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다. 궂이 사람을 쏘거나 그러진 않지만 덩치가 크고 주변 일벌들을 못살게 하니깐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한다. 발견 즉시 처리하는 것을 어른들을 통해 보아 왔다. 미미하지만 나도 저걸 땄다. 원래는 저거의 10~20배 정도의 크기로 라퓨다성처럼 큰 집을 보면 두렵다.

전기선 때문에 그러는지 모르지만 감나무 가지를 잘라내는 작업을 한다. 크레인까지 와서 윗쪽 가지를 엔진톱으로 단숨에 잘라 버리고 가면 뒤이어 다른 사람들이 대나무갈고리를 이용해 가지를 밑으로 잡아당겨 처리한다. 많이 자르진 않았지만 왜 저만큼 자르고 사라졌을까 궁금은 했다. 사람들 소리가 왁자지껄했다.

소양간 옆 벽인데 사실 집 모두가 다 이렇다. 옛날 우리집도 그랬지만 이 집이 더 꼼꼼해 보인다. 산에서 나무를 얼키설키 끈(새끼)으로 묶어 형태를 만든 후 흙과 짚을 배합해 만든 죽을 붙여 만든 집. 전형적인 황토흙 소양간인 셈이다. 이제는 세월의 길이만큼 말라 쩍쩍 갈라졌는데 색깔의 이유로 메주가 익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메주를 장으로 담그기엔 사람의 생이 짧았던 모양이다. 부서진다. 

건조대 아래 건조기. 건조기는 사실 더럽게 시끄럽다. 그런데 한 2~3일은 틀어놔야 하기에 그 소리가 벌떼소리처럼 매섭다. 대형 드라이기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전기도 많이 먹는다. 이 마을에 건조기가 있는 걸 보면 밭에 고추는 없으니 감을 건조하는 것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 길가에 곶감건조기설치 간판이 많았었다. 그거 아니라도 이래저래 말릴 수 있는 건 다 말렸을 것이다. 특히 볕이 부족한 겨울에 말이다. 난 말리면 안된다. 암 그렇고 말고.

자연재료의 집합체. 지붕재료로 당시의 흙, 나무가지, 대나무, 소나무, 짚 등이 보인다. 천연박물관인 셈인데 말벌들이 자신들의 무거운 집을 붙여 놓아야 해서 그걸 제거하다 보면 이렇게 흔적이 남는다.(아닐 수도 있다.) 처참하지만 신기하게 물끄러미 쳐다본다.
by 유광식 | 2018/06/10 08:57 |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 트랙백 | 덧글(2) |
마늘 마르는 소리
6월 5일 
조금 흐린 가운데 맑음


오전에 황재남님께서 본인의 사진집 3권을 전해 주셨다. 때를 같이 해 갤러리에도 가 보았다. 고산지방에 대한 깊은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산을 좋아하니 고장의 풍경이 자연스레 종합된 부분이다. 동네에서 버리고 안쓰는 농기구, 생활도구들도 갤러리 이곳저곳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갠적으로 농업생활관을 생각하고 계시는 듯 했다. 오랜 기간 발디딘 행적은 전시된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고 귀한 시간이었다. 조만간 고산면지가 1,000페이지 분량으로 발행이 되는데 많은 사진이 실릴 예정이란다. 살지 않고 바라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아주 단순한 시각! 삶은 자꾸 단수가 된다.   

금일은 여러 잡념이 머리를 복잡하게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도시에서 여러 전갈들이 휴대전화를 바쁘게 하였고 헝크러진 마음을 추스리기 조금 어려웠다. 7시에 마을이장님의 방송이 있었고 제트전투기 지나가는 소리와 오후엔 헬리콥터 소리도 들렸고 가전제품수거차량의 방송도 있었다. 다시금 무언가 계획해야 한다는 다짐에 마당에 나가 보았고 걸려 널어져 있는 마늘꾸러미를 보고 있자니 딱 이 처지인듯도 싶다. 그런데 마늘은 말라 갈수록 자꾸 실하단 생각이 들까?

어렸을 적엔 저것보다 날이 두터운 낫을 매일 들고 다녔다. 그래서 나의 왼손가락 마디마디엔 베인 상처가 많다. 칼이 잘 쓰면 예리한 작업을 할 수 있지만 오만을 부리면 인정 한 방울 없이 테러를 가한다. 어찌 녹슨 낫이 좀 애처롭다. 

경운기에 마을을 걸어 뒀는데 1단인지 2단인지 모르겠다. 1단으로 말리면 좀 더 나으려나?ㅋㅋ 농기구 없인 농사 짓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어제 고산면 농업기계수리업소에 수많은 기계들이 강제 태닝을 하고 있었다. 얘는 그나마 나은 경우다. 누가 자신의 역량을 다른 쪽으로 사용하면 사실 쪽팔리지만 그래도 관심 아닌 관심이기에 순응하고 살게 마련이다. 인간이나 기계나 그렇다. 

집이 조금 곰곰한 모양이다. 오늘은 나가지 않고 여러 생각들 속에 정리와 혼란, 뒤척임 속에 쌀만 축낸 날이다. 내일은 대아저수지 근방에 올라가 볼 생각이다. 아직 탐색중인 안남마을. 식탐만 늘 것 같지만.. 부엌 천장 위 고양이는 먹고는 사는지..
by 유광식 | 2018/06/05 21:23 | 2018 완주完州 한 달 살기 | 트랙백 | 덧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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